트럼프, 목사들의 기도가 필요했나?
트럼프, 목사들의 기도가 필요했나?
  • 양재영
  • 승인 2017.07.13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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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집무실에서 고개숙이고 기도 받은 트럼프...아들 이메일로 곤혹

[미주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백악관에서 기도를 받기 위해 머리를 숙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연일 화제다.

CNN 등 주요언론들은 ‘트럼프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도를 받기위해 고개를 숙였다'는 제목으로 입을 모아 보도하고 있다.

평소 그의 무례한 언행에 비춰볼 때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받는 트럼프의 모습은 가십거리를 쫓는 미국 언론들의 구미에 맞았던 듯하다.

약간은 비꼬는 듯한 투의 일반언론과 달리 다수의 교계언론들은 ‘위대한 영적 깨달음: 목사들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는 자극적인 제목까지 게재하며 트럼프 찬양을 선도하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목사들에게 기도를 받고 있다 (사진: 하워드 브라운 목사 페이스북)

“위대한 영적 깨달음의 순간?”

이 사진은 플로리다의 대형교회 목사인 로드니 하워드 브라운 목사가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면서 회자됐다.

지난 10일(월) 6명 이상의 목사들함께 트럼프 주위에 서서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던 하워드 브라운 목사는 “폴라 화이트케인 목사의 초청으로 45대 대통령께 기도해드리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습니다. 공식 집무실에서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다니! 얼마나 겸손한 순간인가요? 나는 초인적인 지혜로 (국민들을) 인도하고 보호하는 대통령에게 기도를 해줬습니다. 와우! 또 한번의 위대한 영적 깨달음의 순간이었습니다"라며 흥분된 어조로 자신의 사진을 설명했다.

SNS에 게시된 이 사진은 5,000회 이상이 공유되었고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모 네티즌은 하워드 브라운 목사의 감정에 동화되어 “이 사진을 볼 때 성령께서 내 마음을 터치해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세상 사람들은 영적 무지때문에 알지 못하지만, 분명 주님의 손이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위에 계셨다”고 주장했다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주여 우리를 구하소서. 그는 뼛속까지 기독교인이 아닙니다. 교회도 출석하지 않고, 수차례 이혼에 간음, 성희롱, 탈세 등 거의 모든 계명을 어기고 있는 사람입니다”라며 트럼프의 영적 각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복음주의자들이 (심지어) 트럼프를 통해서도  ‘영적 각성'을 얻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루 사이의 반전"  

하지만, 미국 대형교회 목사들의 기도는 별다른 효염이 없었던 듯 싶다. 수많은 스캔들과 언행 등으로 구겨진 이미지를 회복하려던 트럼프는 단 하루만에 반전을 지켜봐야 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성령체험(?) 다음날인 11일(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해 6월 러시아 가수의 홍보담당인 롭 골드스톤과 나눈 이메일을 공개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와 장남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 주니어는 탄핵까지 거론되며 궁지에 몰린 아버지를 위해 “완벽하고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이메일을 공개한다"며 자신과 골드스톤 사이에 오간 16통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문제는 공개된 이메일에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일관되게 부인해온 각종 의혹에 대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제공해 조금은 시들해졌던 ‘러시아 게이트'가 활기를 얻어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내 아들은 지난밤 정말 훌륭했다. 그는 투명하고 순수하게 모든 걸 공개했다. (하지만) 정치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이다. 슬프다”라며 아들을 향한 정적들의 공격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위기때마다 자신을 지지하는 교회를 향해 동정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대선때 각종 스캔들과 무례한 언행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낙태’와 ‘동성애'를 화두로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끌어내 극복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집권 이후 ‘러시아 게이트'로 연일 여론의 공격을 받고 있다. 과연 복음주의 목사들의 기도가 집권후 최대 위기에 빠진 트럼프를 구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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