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에 쓰이는 언어는 근엄해야 할까?
찬양에 쓰이는 언어는 근엄해야 할까?
  • 지유석
  • 승인 2017.07.13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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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M리뷰] 소셜 미디어 달군 화제의 CCM ‘오진 예수’
'예배팀 CPR'이 지난 9일 유튜브에 공개한 '오진 예수'라는 CCM 곡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 유투브 화면 갈무리

오지다: 허술한 데가 없이 매우 야무지고 실속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오지다'는 낱말을 쉽게 접한다. 수년 전 <마파도>란 영화가 개봉됐었는데, 광고카피에도 이 말이 쓰였다.

"오지게 빡센 섬."

그런데 이 낱말의 뜻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쓴 흔적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야무지다'는, 혹은 '꼼꼼하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쓴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 '오지다'는 낱말을 끄집어낸 건 올해 초 결성된 그룹 '예배팀 CPR(Church Praise Revolution)'이 지난 9일 유튜브에 공개한 '오진 예수'라는 CCM 곡 때문이다.

순식간에 화제가 된 CCM 한 곡

무엇보다 이 곡은 제목이 도발적이다. '오진 예수'라니, 처음엔 '오직 예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오진 예수'가 맞다. 다시금 '오지다'란 낱말을 살펴봐야겠다. 용례를 헤아려보니 '오지다'는 낱말은 부정적으로 쓰일 때가 많았다. 아닌 게 아니라 소셜 미디어 상에선 '오진'이란 낱말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양상이다. 

트위터 유저 @han**은 “교회 청년부들끼리 말장난하면서나 할 말을 가지고 재미삼아 만든 곡같다. 이 곡 때문에 다양한 음악장르로 찬양하려는 분들의 진지함까지 왜곡되지 않을까”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아이디 Ji****인 유저 역시 “다음세대 뭐 취지는 좋은데 이건너무 장난친거 같다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반면 “20~30년만에 처음으로 교회 음악이 일반 음악 보다 트렌드 더 잘 반영한 음악”, “새로운 시도 응원한다. 사실 이런 시도가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는 우리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예장합동 교단의 한 목회자는 기자에게 “제목이 우리 국어로서 아주 좋은 뜻이고 가사에 분명하고 확실한 신앙고백이 있어 좋다”는 평을 보내왔다. 

원곡의 오프닝은 무척 도발적이다. 대개 CCM이 찬송가와 비슷하게 잔잔하거나 장중하게 시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프닝만 들으면 발칙한(?) 무언가가 따라올 것 같다. 그러나 무언가 보여줄 것만 같았던 오프닝은 30초에 그친다. 오프닝에 이어 익숙한 기타연주가 나오고 역시 익숙한 가락으로 '예수님은 누구신가'란 노랫말이 흐른다. 곡 중간에 랩이 이어지는데, 노랫말은 “우는 자의 위로와 없는 자의 풍성이며 천한 자의 높음과 잡힌 자의 놓임되고”는 식의 신앙고백으로 이뤄져 있다. 

예수는 오지신 분? ㅇㅈ?  

눈에 띄는 대목은 후렴이다. '예수는 오지신 분(오지구요), 예수는 진리신 분(진리구요)' '그의 능력친 만렙, 한계가 없으신 클라스' 'ㅇㅈ, ㅇㅈ ㅇ ㅇㅈ'이라는 후렴이 이어진다. 잠깐 여기서 '만렙', 'ㅇㅈ'이란 낱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봐야겠다.

검색엔진을 이용해 찾아보니 'ㅇㅈ'는 '인정'의 초성으로 주로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인정할 때 사용한단다. '만렙'은 온라인 게임에서 최고의 레벨을 뜻하는 말로 일상에서 '보컬 만렙' '댄스 만렙' 등 어떤 일을 최고로 잘한다는 의미로 쓰인단다. 이렇게 신세대 언어가 CCM에 사용되는 건 사실 처음일 것이다. 그런데, 곡에 신세대 언어가 포함된 것 외엔 특이점이 없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리듬은 오히려 진부하기까지 하다. 

예배팀CPR의 이화익 프로듀서는 곡을 쓰게 된 취지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난 원래 일반음악 PD로 활동해왔다. 교회를 다니면서 청소년 예배를 인도했는데, 찬양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아이들은 집중을 잘 안하더라. 물론 열심히 다니는 몇몇 아이들은 찬양을 잘 따라 불렀지만…. 그러다 2년 전 '내 마음에 가득채운'이란 CCM 곡을 자이언T의 '꺼내먹어요'란 곡에 붙여 불러봤는데 잘 따라 불렀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문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사운드나 장르 보다 언어로 자신들을 표현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친하게 지내는 청소년들을 불러 상의해서 곡을 쓰게 됐다."

교회 음악에서 록이나 랩의 장르가 들어온 지는 사실 꽤 오래됐다. CCM은 대개 음악적 장르보다 곡의 노랫말에 스민 신앙고백이 더 중시된다. 물론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다수 목회자는 강한 비트의 음악이 찬양곡으로 불리는 걸 불경스럽게 여기지만 말이다. 이런 경향을 고려해 볼 때, 예수더러 '오지신 분'이니 '만렙'이니 하는 식의 가사는 불경스러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올라오는 부정적 반응도 대부분 불경스러움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파격스런 가사만 빼면 '오진 예수'는 CCM의 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게다가 곡의 구성은 대규모 집회에서 '떼창'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CCM에 '오지다'는 낱말을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오지다(오달지다)'는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복음을 전해 '모든 이의 마음에 흡족하고 흐뭇하게' 하셨다. 그러니 예수는 오지신 분이 맞기는 맞다. 다만 어감으로 인해 이 낱말의 쓰임새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 곡의 노랫말은 청소년의 감성에 어필하기에 딱 좋다. 최근 20대 청년층의 종교 이탈 현상을 감안해 본다면 이 같은 시도는 더욱 반길 일이다. 참고로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있는 인구 비율의 경우 20대가 35.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교회에서 거룩하게 불리는 찬송가는 그 시절의 CCM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살짝 홀대당하는 로큰롤 스타일의 찬양이 시대 변화에 따라선 언제든 찬송가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오진 예수'에 가사 말고 더 파격적인 시도가 없었던 점이 오히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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