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자리한 아랍(이민자) 교회
우리 곁에 자리한 아랍(이민자) 교회
  • 김동문
  • 승인 2017.07.18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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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같은 그들의 신앙을 마주한다
아랍교회의 예배는 전통 한국적 정서와도 어울리는 단조풍의 장단이 어우러지는 전통 예배이다.

아랍 기독교인 이민자들의 예배는 특별하다. ‘아랍 기독교인’, ‘이민자’, ‘예배’ 라는 단어가 조합된 이 표현이 낯선 이들도 있다. 아랍 이슬람 세계에는 이슬람만이 있고, 모두 무슬림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랍에도 교회가 있다. 개신교인도 있고 가톨릭과 동방정교회 계열의 교인들도 있다.

미국 내의 아랍 이민자들은 누구일까? 인구는 얼마 정도나 될까? 이와 관련한 정확한 수치는 없다. 추정치가 존재할 뿐이다. 2010년 미국 인구조사와 아랍아메리칸 커뮤니티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아랍 이민자의 수는 180만 명에서 350만 명에 이른다. 이것은 개인의 정체성과 부계, 모계, 출신 국가 등 혈통적, 인종적 연관성 사이에서 생기는 오차이다. 아랍계 이민자가 집중된 지역은 뉴욕/뉴저지 주(New York/New Jersey 지역) 11%,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Detroit/Dearborn area) 8%,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6%, 일리노이 주 시카고(Chicago) 5%, 워싱톤 D.C, 3% 등이다.

"거룩 거룩 거룩 당신의 나의 하나님" 아랍 장단으로 구성된 찬양이 차분하지만, 마음을 파고든다. ( 애나하임 크리스천 아랍교회cacanaheim 예배 동양상 화면 갈무리)

아랍 기독교인은 때때로 단지 아랍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무슬림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무슬림 테러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사건이 일어나면 주위의 따가운 논총을 받기도 한다. 당연히 아랍 이민자는 무슬림 이민자들이고, 이슬람을 전하는 것에 열정적인 존재들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랍 이민자들 가운데도 기독교인이 있다. 아랍 이민자들의 원래 종교는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아랍 이민자들 가운데 개신교인의 비율은 10% 정도에 이른다. 가톨릭이나 동방정교회 계열의 기독교인을 포함하면 60%가 넘는다. 한편 아랍 이민자중 무슬림의 비율은 25% 정도이다.

“꿋두우스 꿋두우스 꿋두우스 안타 야 알라” (거룩 거룩 거룩 당신은 하나님!) 요란스럽지 않은 장단에 간절함이 느껴지는 전혀 서구적이지 않은 아랍스러운 찬양을 드리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일요일 저녁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애나하임시에 자리한 애나하임 크리스천 아랍교회를 찾았다. 오후 6:00부터 모여든 100여명 정도의 아랍 기독교인들이 미국 침례교회 시설을 빌려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배에 함께한 회중들은 장년, 노년층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날 주일 예배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아랍어로만 진행되었다. 모여든 이들은 이집트, 레바논, 팔레스타인, 요르단 등 전통적으로 기독교인이 많은 지역 출신들이었다.

애나하임 크리스천 아랍교회 주일 예배. 아랍교회가 사용중인 미국 침례교회가 장식한 예배당 정면에  위치한 성조기가 눈에 들어온다. 

2시간여에 이른 예배는 시종 차분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아랍 장단과 정서가 담긴 찬양이 찬양팀의 인도를 따라 40여분 이상 계속되었다. 장년, 노년층에 특화된 아랍 전통 예배 방식이었는지 모르지만 이른바 번역된 CCM 찬양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집트 출신 나빌 아브라함 목사의 설교가 이집트 억양이 섞인 아랍어로 50여분 간 이어졌다. 설교 본문을 읽을 때는 회중이 다 같이 일어섰다. 이것은 아랍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랍교회에서는 설교 본문을 읽는 순서에는 회중 모두가 일어서서 성경 말씀을 듣는다.

이날 본문은 사도행전 9:23-43절이었다. 그는 차분하게 본문을 풀어나갔다. 이방인 가운데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사울 같은 인물, 고넬료 같은 인물에게도 다가오신 하나님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 예멘을 위해서 기도하자고 했다. 우리가 모태에 있을 때부터 우리를 아시는 주님을 기억하자고 했다. 설교 후에 자연스럽게 전체 기도와 그룹기도, 찬양이 이어졌다. "사울을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 깨뜨리시고 변화시킨 하나님의 능력을 기억합시다. 하나님은 모든 것 위에, 모든 모든 권세 위에 계심을 기억합시다." 

아랍교회 회중의 다수는 장년층과 노년층이었다. 청소년과 청년층의 감소라는 미주 한인교회와 다르지 않은 고민이 읽혀진다.

예배 순서를 맡은 이들은 저 마다의 지역 사투리가 느껴지는 아랍어를 구사하였다. 여기서 이민 사회에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22개국의 아랍 국가 출신들은 특정 국가 출신만 모이는 교회가 없다. 한인교회, 일본인 교회처럼 요르단인 교회, 레바논인 교회 같은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아랍국가 출신이 함께 모이는 다인종, 다문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읽기 쓰기 언어로서의 아랍어를 사용한다는 강점이 반영된 것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 아랍어는 나라별, 지역별, 계층별로 차이를 이루지만, 그것이 의사소통에 크게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설교에 이어 개인기도와 전체 합심 기도, 삼삼오오 그룹기도가 예배 순서에 자연스럽게 녹아져 진행되었다. (애나하임  크리스천아랍교회 cacanaheim 예배 동양상 화면 갈무리)

문득 필자의 머리 속에는 90년 11월 이집트에 도착하여 “아니, 이집트에 이렇게 많은 교회가 있다니?”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집트 정교회(Coptic Church) 교회를 방문하고, 카이로 중심 따흐리이르 광장 근처에 자리한 까스르 엘-두바라 교회(Kasr El Doubara Evangelical Church) 예배에 종종 참석하고, 요르단에서 아랍 교회 사역을 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다수의 한교교회는 아랍 이슬람 지역의 교회의 존재는 물론, 현지 교회와의 협력에 다소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이다. 역량의 부족 등으로 협력할 수 있는 한인 사역자의 수도 많지 못하다.

예배후 아랍 전통인 어깨를 서로 어긋맞기는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안부를 묻고 있는 아랍 기독교인 예배자들.

아랍 이슬람 세계에는 이집트 정교회를 비롯하여 2천년 가까운 교회 역사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교회가 있다. 복음으로 이웃과 민족, 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아랍 이민자들이 살아가는 이민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 가운데도 한국 교회 이상으로 이른바 예수 복음에 열정과 헌신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 이웃과 일상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한다, 한국인 이민자와 다르지 않은 고민을 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 기독교인이 있음을 떠올린다.

예배 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아랍교회 예배자들. '쌀람 알라이쿰'(안녕하세요)을 무슬림 인사법이라며 거부하는 아랍 기독교인도 적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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