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치마 착용 혐의로 체포된 사우디 여성
짧은 치마 착용 혐의로 체포된 사우디 여성
  • 김동문
  • 승인 2017.07.19 0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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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맞서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영국 국영방송 BBC (BBC 누리집 화면 갈무리)

한 사우디 여성이 미니 스커트를 입고 공공장소를 활보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지난 주말에 온라인에 올라왔다. 영상이 공유되면서 사우디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 직후 사우디 종교경찰과 관계 당국은 이 여성의 신원을 파악하고 현지 시각 18일 그를 체포했다. 혐의는 노출 의상 착용이었다. 이 여성이 화제의 영상을 촬영하고 온라인에 공유한 배경이나 그에 대한 법적 조치가 어떻게 취해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불분명하다.

17일 <비비시>(BBC) 보도와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18일자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 큰 일이 일어난 것만 같다. 보수적인 매체는 물론 경향신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한국 언론이 동일한 뉴스를 보도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알-자지이라(Al Jazeera) 방송은 물론 또 다른 뉴스 전문 방송인 ‘알-아라비야’(Al Arabiya)에서도 이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짧은 상의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북쪽 나지드 주 우샤이끼르 유적지를 활보하는 사우디 여성과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시 동행한 부인 멜라니아와 딸 이방카의 당시 모습 (트위터 갈무리)

미니스커트·배꼽티 차림 거리 활보 여성에 사우디 '발칵'(연합뉴스), <배꼽티·미니스커트 입고 거리 활보하는 女모델 영상에 사우디 '발칵>(조선일보), 미니스커트, 배꼽티 여성 5초 영상에 사우디 발칵(중앙일보), 미니스커트 입고 활보하는 사우디 여성 영상…'사우디 발칵'(중앙일보), 배꼽티에 미니스커트 입은 사우디 한 젊은 여성 동영상 일파만파(동아일보), 사우디 발칵 뒤집은 '미니스커트 영상' (한겨레신문), 미니스커트 사우디 여성 동영상 일파만파(YTN), 사우디아라비아,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 체포?(YTN), '미니스커트·배꼽티' 사우디 여성 동영상에 '갑론을박' (KBS), 사우디서 '미니스커트 입고 활보한 女,' 당국에서 공개 수배 나서 (아시아경제), 사우디아라비아 활보하는 미니스커트 차림 여성…누리꾼들 `갑론을박‘(한국경제신문),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영상 속 '미니스커트' 여성을 추적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 관련 기사는 수 없이 이어진다.

우샤이끼르의 위치(구글 지도 화면 갈무리)

뉴스 속 화제의 영상은 지난 주말 ‘쿨루드’(Khulood)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사우디 여성의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Snapchat)에 올라왔다. 영상에 담긴 장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북쪽으로 155킬로미터 떨어진 사막지대 나즈드 주(Najd province) 우샤이끼르(Ushayqir)에 있는 유적지다. 이 지방은 보수적인 사우디 안에서도 더 보수적인 지방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여성들의 외출 복장 규정은 맨 살이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온 몸을 가려야 한다. (누리집 화면 갈무리)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장소에서의 여성들의 복장 규정은 단순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리는 헐렁한 검정색 겉옷인 ‘아바야’를 입어야 한다. 여기에 얼굴 전체를 가리고 눈만 빼놓는 ‘니깝’을 착용하여야 한다. 내외국인 차별이 없다. 심한 경우는 개인 또는 집안 남자에 의해 검은 색의 장갑까지 착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사우디를 오가는 항공기 안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착륙을 앞두고는 얼굴과 몸을 드러내고 있던 여성들이 아바야로 온몸을 감싸고,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니깝을 착용하는 등 분주하지만, 이륙시는 그 반대의 풍경을 연출한다.

퓨 리서치 센터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외출복장에 대한 사우디인들의 생각이 아주 보수적인 것을 엿볼 수 있다. 자유 복장을 지지한 비율이 3%에 불과하다. (2014년 1월, 퓨 리서치 센터 누리집 갈무리)

이 영상 하나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소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 여성을 처벌하라는 목소리와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번에 주목을 받고 있는 모델 쿨루드로 알려진 여성의 모습과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Melania)와 딸 이방카(Ivanka)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논란’이 되었던 옷차림 사진이 같이 공유되고 있다.

마치 쿨라드의 복장이 선정적인 듯 노출된 신체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도 보수적인 사우디인을 중심으로 온라인 상에서 공유되고 있다.(트위터 화면 갈무리)

트위터 상에서의 논쟁만으로 보면 이 여성의 행동에 대한 비난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우세였다. ‘모델 클루니의 처벌을 요구한다‘는 해쉬태그가 크게 공유되었다. 이들의 논리의 중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복장 단속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입장을 가진 이들 가운데는 화제의 사진을 공유하면서도 드러난 신체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한 경우도 많다. 사우디 보수 사회와 보수 이슬람 종교계는 여성을 남자를 유혹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악한 존재로. 남자의 성욕을 채워주고 대를 잇는 도구, 남자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를 지키거나 제 몫을 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는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방문때는 수 시간 동안 이른바 사우디 복장 규정을 위반한 장면을 보도해놓고는, 사우디 여성에게는 구속과 처벌을 요구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앗다.(트위터 갈무리)

그렇지만 이런 전통적인 입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다양했다. 이 여성의 행동에 대한 지지와 사우디 당국의 완고한 조치에 반대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만일 그녀가 미국에서 왔다면 (사우디의) 모든 무슬림들은 ‘와, 이 여자 예쁘다‘고 할 터인데, 사우디 여자라는 이유로 그를 수배하라고 요구한다.“. “사우디인들은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트럼프의 아내와 딸이 수 시간 동안 사우디의 복장 규정을 지키지 않고 뉴스에 등장했던 것을 칭송하더니, 이 사우디 여성에 대해서는 체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여성들에 대한 것을 비난하기보다 수구적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통제를 시작하여야 한다.”고도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형태로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여성은 운전할 수도 없다. 외출할 때 여성은 기혼, 미혼 여부와 관계없이 성인 남성 보호자의 동의와 동행이 있어야 한다. 취업도 성인 남자 보호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여성의 투표권은 2015년 말에 처음 허용됐다. 해외여행의 경우도 미혼의 경우는 친권자인 아버지, 기혼인 경우는 남편의 여행 동의서가 있어야 가능하다. 2014년 1월의 퓨 연구소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우디 남성인의 3% 정도만이 여성들의 복장 자율화를 지지했다.

지난 해 12월 초에 리야드 경찰 당국에 체포된 사우디 여성 말락의 외출 복장이 담긴 사진과 그의 활동을 공유한 트위터 이용자의 계정(트위터 화면 갈무리)

그런데 이번 사건 이전인 지난 해 12월 12일에 리야드에서 한 사우디 여성이 아바야, 히잡 등 복장 규정을 어기고 나들이를 했다는 이유로  말락(Malak Al Shehri) 이라는 리야드 거주 여성이 당국에 체포된 사건도 있었다. 실제 트위터에 그의 복장 규정 위반 사진이 실린 것은 그 전달인 11월 27일 경의 일이다. 이후 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보수층의 여론에 사우디 당국이 굴복한 결과였다. 말락은 복장 규정에 대해 일종의 공개적 저항운동을 벌인 것이었다. 때때로 사우디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운전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남자의 동행 없이 외출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의 저항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www.youtube.com/watch?v=vNpmq6Ok-QQ )

사우디 여성들은 때때로 운전 금지 거부 운동을 벌이곤 한다. (CNN 누리집 화면 갈무리)

사우디 여성들의 이번 사건을 통해 여성들의 복장 규제에 대한 어떤 반향을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사우디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런 이슈에 대해 어떤 조치를 보일지도 관심이 간다. 사우디에 복장 규제가 풀리고 여성들의 이동의 자유와 운전권이 보장되고, 다수의 남성들과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여성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기를 위해, 노출 복장 혐의로 법의 판단을 받게 된 쿨루드가 곤경에서 풀려날 수 있기를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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