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원더 우먼'의 주인공 갤 가돗 논란
아랍의 '원더 우먼'의 주인공 갤 가돗 논란
  • 김동문
  • 승인 2017.07.21 0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랍 세계는 종교적 시선만 있지 않다
원더우먼 주인공 갤가돗 논란을 담고 있는 알-자지이라 기사 (누리집 갈무리)

때때로 영화가 단순히 영화만은 아니다. 갤 가돗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원더 우먼’(아랍식 발음으로는 ‘원더르 우먼’이다.)이 아랍 지역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튀니지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지난 주 16일(금) 튀니지 법원이 '민중 운동'당(Mouvement du peuple)의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한 달 이상의 일시상영중단 조치 이후에 이뤄진 결과이다.

튀니지 외에도 일부 아랍 국가에서 개봉 직전 상영이 취소되거나 상영 금지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레바논에서 ‘원더우먼’의 상영 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요르단은 상영 불허조치, 튀니지와 알제리는 상영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카타르에서는 영화관에서 자체적으로 상영 취소 조치를 취했다. 영화 수입과 상영을 심의하는 이들 나라에서 이미 상영 허가가 내려졌던 영화의 상영 중단과 상영 금지 조치는 이례적이다. 이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는 ’원더우먼 상영 금지‘ 청원 운동 등의 영향이다. 그러나 대중적인 거부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원더 우먼 상영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주연배우 ‘갤 가돗(갈 가돗 [ˈgal ɡaˈdot ]으로 발음하는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럽긴 하다)은 극우 시온주의자'라는 비난이 깔려있다. ‘미스 이스라엘 출신(2004)이다.’는 비난부터 ‘이스라엘 군인 출신이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는 고등학교 졸업한 직후에 남녀 모두가 의무병으로 복무한다. 여자는 2년간 군복무를 하고 있다. 그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반감은 그의 페이스북에 실려 있는 글에서 근거를 찾는다. 지난 2014년 7월 25일(금),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했을 당시 갤 가돗은 그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나의 사랑과 기도를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보냅니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 뒤에 숨어서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하마스에 맞서 위험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키는 소년과 소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평안한 안식일 되세요(샤밧, 샬롬).”

논란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갤 가돗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담겨있는 이스라엘군의 가자 전쟁을 지지하는 글(겔 가돗의 페이스북 갈무리)

가자 전쟁으로 무고한 가자주민들이 희생을 당하는 와중에 이런 글을 올린 것으로 그때도 논란이 있었다.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아이콘인 원더 우먼 역에 불의한 전쟁을 옹호하는 갤 가돗이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 이스라엘은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아랍 국가의 '공공의 적'이다. 아랍 무슬림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적, 정서적 반감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아라비아만의 UAE, 바레인, 오만은 물론 이집트에서는 영화가 아무런 문제없이 상영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아예 없다. 사우디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특혜로 받아들여야 하는 나라이다. 영화 원더우먼은 세계적인 대중문화일 뿐인가? 아니면 유대민족주의 반대라는 정치적 시선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아랍 이슬람 지역 주민들도 같은 이슈를 두고도 나라마다 사람마다 저 마다 다른 입장과 행동을 하고 있는 곳일 뿐이다. 영화 외적인 것에서 비롯된 ‘원더 우먼’ 논란을 보면서 한국 사회를 떠올린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한국 기독교의 오래된 오해가 떠오른다. 아랍 무슬림들은 종교적이기만 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영화 감상도 영화 제작도 존재한다. 대중음악도 있고, 아주 적은 분량의 이슬람 종교 음악도 존재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아랍의 영화 전문 채널 몇 곳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적지 않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상상하는 특정한 풍경은 아랍 이슬람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랍 무슬림의 일상에 전혀 주목하지 않고 하루에 다섯 번 기도만 하고, 이슬람을 어떻게 전 세계에 전할 것인가만 고민하는 무슬림들은 현실 속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랍 사회를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사는 실제로 이해하려는 수고가 아쉽다. 영화와 현실을 혼동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 머릿속 아랍 세계에 대한 고정관념과 실제 일상을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