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밖에 난 사람들 무슬림안에 들어가다
내 눈 밖에 난 사람들 무슬림안에 들어가다
  • 이광배
  • 승인 2017.08.15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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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처음 마주한 이슬람 사원, 남의 눈길 아랑곳 없이 기도하는 무슬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9일 낮, 태양은 브룩클린(Brooklyn), 베이 리지(Bay Ridge) 한 가운데 걸려 있다. 은은한 향내가 나는 곳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선교지 미국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살고 있고, 이곳 뉴욕에서 만 4년의 시간을 보냈는데도 여긴 처음이다. 아니, 내가 사는 뉴욕이란 도시에 이런 아랍인들의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을 상상도,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차를 타고 노던 블러바드를(Northern Boulevard, 뉴욕의 한인 밀집 지역 플러싱(Flushing)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심도로) 지나다니며 보던 이슬람 사원이 오래전 한인 교회가 있었던 곳이라는 사실에 씁쓰레하며 지났을 뿐, 아랍 무슬림 이민자 그들은 ‘늘 내 눈에 보이는 눈 밖의 사람들’이었다.

뉴욕 브룩클린의 작은 마을 베이 리지, 그곳에서 무슬림 이민자를 만난다,

노상주차를 한 후, 코끝을 끌어당기는 향내에 이끌려 들어선 곳은 베이 리지 이슬람 사원( Islamic Society of Bay Ridge, 무슬림 예배실과 무슬림을 위한 다목적 공간이 결합된 장소)이다. 낡아 보이는 도심 극장 옆에 자리 잡은 허름해 보이는 건물, 밝은 얼굴의 이집트 무슬림 이민자가 우리를 맞는다. 그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는 긴장하듯 떨림을 안고 사원 안으로 들어섰다. 실내는 마치 동네 태권도장과 흡사하다. 자유롭게 몸을 구부리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기도하는 사람들, 벽에 등을 기댄 채 발을 뻗고 꾸란(코란)을 읽고 있는 맨 발의 무슬림들이 여럿이다. 시리아,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성경 속에도 나오는 나라에서 이곳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이 한 낮 도심 회당에 모인다. 이곳은 마치 작은 아랍이었다.

메카를 향하여 함께 낮기도를 올리는 아랍 무슬림이민자들. 나를 돌아본다.

벽에 걸린 99가지 알라의 이름을 담은 아랍어 캘리그라피 외에 단촐한 실내 분위기가 오히려 정겹다. 한 쪽 구석에 서 있는 공중전화 부스처럼 움푹 들어간 곳 (끼블라 - 메카가 있는 곳을 가리키는 미흐랍 Mihrab) 을 향해 아라비아 카펫이 일제히 줄을 맞추고 있다. 카펫은 한 사람이 이마를 땅에 대고 엉덩이는 하늘을 향해 엎드리는 자세를 반복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줄을 맞추어 앞뒤로 칸이 나뉘어져 있다. 앞 뒤 여유 없게 빽빽이 서서 엎드리고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하는 까닭에 자연스럽게 남녀가 다른 공간에서 기도한다. 이것은 배타와 배제가 아닌, 배려로 다가온다.

사원의 중간 벽 기둥 모니터에 6개의 아날로그시계가 걸려 있다. ‘이슬람 사원이 있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시간을 알려주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 먼동이 트는 시간부터 해 진 다음의 저녁 시간까지를 매일 다섯으로 나누어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란다. 그리고 한 번 더 기도하면 더 좋다고 권하는 여섯 번째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 문득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밤마다 주의 성실하심을 베풂이 좋으나이다.’ (시 92편)의 고백이 무엇일지롤 생각한다. 어떤 무슬림에게는 기도가 일상에 녹아 있다.

흰 통옷을 입은 풍채 좋은 사람과 ‘앗쌀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악수를 했다. 그의 미간 위 이마 양 옆에는 재(ash)로 그린 듯한 자욱이 눈에 들어왔다. 성실하게 기도하는 무슬림의 삶을 보여주는 굳은 살, 주로 이집트인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마크란다. 충격이다. 이마로 땅을 향할 때 마다, 몸을 들어 하늘을 향할 때 마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알라 앞에 다가가는 것일까? 그 만남의 흔적이 회색빛 굳은살이 된 것인가?. 기도의 횟수가, 행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에둘러 퉁칠 수 없는 일상을 사는 무슬림 이웃들 앞에. 내 무릎은 너무 말랑말랑하기만 하다.

'앗쌀라무 알라이쿰' 처음 만난 무슬림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뉴욕 브룩클린 도심의 바쁨과 빡빡함이 제거된 공간. 정오기도 시간을 알리는 연장자의 리드미컬한 기도 안내 소리(아잔)에 사원 안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한 방향을 향해 줄을 선다. 오늘 한낮 기도시간은 1:16pm. 선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사람들. 맨 앞에 선 연장자의 행동을 따라 몸을 반쯤 구푸렸다가 이내 엎드려 땅에 이마를 댄 채 몸(엉덩이)을 하늘을 향해 들었다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분주하고 요상스러울 것 같았는데 중간 중간 몸짓을 멈추고 묵상하는 듯한 그들의 기도 속에 진실함이 묻어난다.

앞에서부터 빠짐없이 자리를 채운 사람들 덕분에 늦게 온 사람들이 쉽게 자리를 찾아 기도의 대열에 스민다. 낮 기도가 끝났다. 정해진 기도 분량을 끝냈는데도 사람들이 떠나질 않는다. 엎드린 채 신과의 은밀한 시간을 음미하듯 일어났다 앉았다는 반복한다. 늦게 온 사람들은 자신이 놓친 기도의 부분을 마저 성실히 채우고 있었다. 출석표를 들고 사원 기도 참석 시간을 체크하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다시금 일터로 떠나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사람들, 벽에 기대어 꾸란을 읽는 사람들, 한담하는 사람들. 쉬는 사람들이 뒤섞인 공간이 이슬람 사원이었다. 형식적인 종교라 치부했던 이슬람, 삶이 된 무슬림의 경건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내가 처음 만난 무슬림들에게서 환대와 미소, 규모 있는 자연스러움, 배려와 성실함이 가득하다.

내가 처음 만난 무슬림들에게 환대와 미소, 규모 있는 자연스러움, 배려와 성실함이 가득하다. 도시는 사원이, 일상은 기도가 되어 살아간다. 어느덧 2시간이 흘렀다. 헤어짐의 인사를 하며 다시 길을 나섰다. 발은 밖으로 움직이는데 마음은 그곳에 남는다. 나를, 나의 삶을 돌아보라 한다. 내가 사는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향해 살아 있는 것이라면...!
 

글쓴이 이광배 목사는, 미국 뉴욕 거주 한인 목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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