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증오에 빠진 마귀의 앞잡이들
미움과 증오에 빠진 마귀의 앞잡이들
  • 김재영
  • 승인 2017.08.17 0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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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우리의 마음에 분별력과 지혜와 따스함과 사랑을
샬롯츠빌 사건은 이 사회의 악한 민낯이 드러난 고통스런 현실이다. (트위터의 로이터 화면 갈무리)

[수정 2017.0817. 12:40] 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 주 샬롯츠빌(Charlottesville)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눈으로 쫓아가기에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촬영된 한 동영상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샬롯츠빌 거리에서 신나치주의 백인들과 KKK(쿠클럭스클랜 Ku Klux Klan), 백인극우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위협적인 유세와 행진에 항의하여 대항적으로 모여 평화로운 행진을 하고 있는 다수의 군중을 향해서 승용차 한 대가 전속력으로 돌진해 들어가 행진하던 군중을 깔아뭉개고 더 전진하려다가 앞에 서 있던 차와 충돌하면서 전진할 수 없게 되자 부서진 앞 범퍼를 달고서 그대로 전속력으로 후진해서 도망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백인 여성 한 명이 즉사했고 2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정말 21세기 미국에서 일어났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흘 뒤에 샬롯츠빌 사건에 대한 VICE 방송의 다큐https://youtu.be/P54sP0Nlngg가 올라왔습니다. 그 다큐는 샬롯츠빌 백인우파, 신나치주의자들, KKK를 규합해서 항의데모와 실력행사를 주도한 한 인물을 중심으로 해서 샬롯츠빌 사태를 상당히 심층적으로 보도해줍니다. VICE 방송의 다큐를 보면, 그 날의 대치가 얼마나 살벌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대오를 짜고 행진하면서 외치는 구호와 모습은 혐오와 배제, 위협과 능멸의 폭력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은 군대화한 사설 폭력배들의 위압적인 행렬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구호와 표정은 언제든지 피를 부를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그 살벌한 위협에 대처해서 버틸 수 있는 힘은 그에 맞서는 정의의 저항을 차분히 발휘하고 표출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화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원했던 것은 피를 부르는 폭력 사태였습니다. 평화행진을 하는 쪽에서 폭력의 원인을 제공한다면 그들의 입지가 훨씬 더 강화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간교하고 사악한 주동자의 전술은 자기 추종자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고 강화시켜서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폭력을 백주 대낮에 서슴지 않고 저지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 날의 살상의 주범은 백인 신나치주의자들, KKK(쿠 클럭스 클랜, Ku Klux Klan), 백인 극우파, 백인 우월주의자들 속에서 그들을 선동하고 위압적으로 행진을 벌이며 폭력적인 배제와 증오의 구호를 외치게 이끈 자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살인자들입니다.

VICE 다큐는 끝부분에서 자동차 과속충돌과 살인 이후에 그 행사를 주도했던 백인 주동자를 인터뷰합니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자기가 적으로 삼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공격하고 죽일 수 있도록 수많은 무기를 갗추고 있다며 자기 옷과 몸에서 그것들을 자랑스럽게 하나씩 꺼내면서 침대 위에 진열, 전시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들 백인우월주의자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더러운 짐승들일뿐이라 계속해서 규정짓고 욕을 해댑니다. 이번 자동차 고의 고속충돌로 죽은 사람과 다친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서 묻자, 그는 그 차의 운전자가 달리고 있었을 뿐인데 그 사람들이 피하지 못해서 죽거나 다친 것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폭력에 의해서 죽을 수 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라고 말합니다.

이 주동자가 살인의 주동 아니겠습니까? 직접 차를 몰고 평화행진의 대열로 과속으로 돌진해 들어간 운전자는 이 사람의 의도에 의해서 충동적으로 움직인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 주동자야말로 인면수심을 한 잠재적인 폭도이며, 잠재적인 살인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cosplay)를 하면서 역차별을 주장하고 살의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주장합니다. 배제와 증오, 그리고 그에 따른 폭력의 정당화가 그 속에 들어 있습니다. 매우 공포스럽고 위협적인 모습입니다. 영적으로 말해서, 이 사람들은 자기들의 마음을 미움과 증오에 내줌으로써, 마귀의 앞잡이들이 되었습니다. 성경의 표현대로, 이미 그 마음에 화인을 맞은 사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비슷한 심적 상태를 보이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전쟁을 원하고 미국에 의한 북한 공격과 궤멸을 원합니다.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어쩔 수 없으며, 그러한 최소한의 희생을 치르더라도 북한을 무너뜨리고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만일 작은 포격이라도 일어나면 그게 어떻게 얼마나 빠르게 상승되어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적으로 치닫게 될 것인지, 그리하여 그렇게 발발하게 되는 전쟁이 남북한 모두 얼마나 치명적이 될 것인지는 그들은 간과합니다. 오히려 그렇게 되기를 속으로 바라는 듯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나님의 뜻으로 내세우는 기독교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기도를 많이 했다는 사실을 내세워서 그런 주장을 합니다. 자기들이 하나님에게 더 가깝기 때문에 하나님의 비밀스러운 뜻을 더 깊이 은밀하게 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과 같은 그런 나라들은 복음의 전진을 정치종교적으로 차단하고 있고 박해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과 같은 하나님의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징벌하시는 하나님의 대변인이 됩니다. 그들의 확신은 대립과 증오와 배제입니다. 짓눌러 정복하고 군림함으로써 십자가 깃발을 꽂는다는 것입니다. 이 기막힌 우월주의와 선민주의는 샬롯츠빌 백인우월주의와 맥을 같이 합니다.

사랑과 평화와 정의를 하나님의 (십자가의) 진리와 은혜 가운데서 고민하면서 추구해야 할 이가 기독교인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파괴적이며 폭력적인 생각에 마음을 내주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신앙적 사고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진정으로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주님, 우리의 마음에 십자가와 부활의 길을 통한 분별력과 지혜와 따스함과 사랑을 주십시오. 아멘."

샬롯츠빌의 위치 (구글 지도 갈무리)

 

글쓴이 김재영 교수는, LA에 있는 국제개혁신학교(ITS)에서 강의하며 목회자 갱신 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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