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분노, 교회는?
예수의 분노, 교회는?
  • 신기성
  • 승인 2017.08.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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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론자들에게 고함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부패한 정치 세력이나 권력가들이 선거를 앞두거나 중대한 국민적 심판을 초래한 경우에 흔히 취하는 전략이 소위 양비론(兩非論)이다. 알고 보면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이 나쁜놈들이라는 물타기다.

정치 혐오를 부추겨서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오는 걸 막는 전술이다. 부패 정치로 특권을 누리는 지지층에 대한 충성도는 늘 견고하기 때문이다. 부패의 떡고물에 기생하는 부역자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선거의 승리는 상대 지지층의 투표율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the hill

정의와 양비론

지난 주말에 일어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신나찌주의자들, KKK 단원들이 벌인 폭력 사태에 관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진영(mani sides)을 싸잡아 비난 하면서 거센 반발을 초래한 적이 있었다.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백악관이 서둘러서 백인우월주의자들, 신나찌주의자들, KKK 단원들을 비판했고, 대통령 자신도 월요일에 위의 그룹들을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화요일(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맨하탄 트럼프 타워에서 그는 “양쪽 모두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며, 폭력에 대한 책임은 양쪽 모두에게 있다는 그의 소신(?)을 다시 들고 나왔다.

국내 테러로 규정된 폭력사태의 책임자들과, 인종차별에 반대해서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같은 공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짓밟고 억압하는 자들과, 그것에 항의해서 정의를 외치는 양쪽 모두에 좋은 사람들이 있고, 양편 다 일부분 폭력적이라는 말이다.

지난 며칠간 한국 동포들 가운데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유대인과 흑인들만을 적대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아시안들은 유대인과 흑인들만큼의 인지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직 모르는 까닭이다. 우리는 미국사회에서 아직도 약자 중의 약자이며,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서 이름이 불리우는 순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섬뜩한 구호를 보았는가? “유대인들은 우리를 대신하지 못한다(Jews can't replace us). 너희들은 우리를 대신하지 못한다(You will not replace us)." 나찌의 구호다.

 

나찌당과 아리안 우월주의

백인우월주의는 근래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미국 나찌당은 1959년 조지 링컨 록웰(George Lincoln Rockwell)에 의해 창당되었다. 그는 “우리 나라를 다시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백인의 나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기독교인들의 나라로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출처: 허프포스트코리아, https://www.facebook.com/huffpostkorea/videos/978648738949451)

조지 링컨 록웰 ⓒrarehistoricalphotos.com

이후 나찌당은 KKK와 연계하여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결집하고 그들만을 위한 미국을 만들고자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자유롭게!!” 최근에 익숙해진 구호가 아닌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난주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향해 차량을 돌진해서 사상자를 낸 제임스 알렉스 필즈(James Alex Fields, Jr.)도 나찌 추종자라고 한다. 그의 고등학교 역사 선생은 필즈가 나찌 사상에 심취되어 있었으며 그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고 증언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요셉 아서 고비노(Joseph-Arthur Gobineau, 1816~1882)는, “인종불평등론(Essay on the Inequality of Human Races)”이라는 책에서, ‘모든 주요한 문명들은 백인들이 이룬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백인종 중에서도 아리안종이 가장 우월하며, 이들은 열등 인종의 영토를 침략하여 그들을 지배하거나 몰아내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나찌는 이 인종불평등론을 옹호하면서 그들의 사상의 기초로 삼았고 아리아인들 중에서도 게르만족이 가장 우월하다고 선전했다. 그들이 신앙의 순수성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던 기독교인들도 존재했고, 상대적으로 유대인이나 유색인종들은 열등 인종으로 규정되었다. 인종의 우생학적 이론은 게르만 혈통의 순수성을 지키려 했고, 이 순수성을 위협하는 다른 인종들을 제거하려는 거대한 음모를 실행에 옮기고 만다.

백인우월주의, 나찌주의, KKK 단의 오래된 뿌리가 바로 인종불평등론이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하나 같이 그들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우기는 이유는, 비(非)백인들은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동등하지 않으니까 차별하고 죽여도 인종차별은 아닌 것이다. 그들이 우월한 인종이라고 믿기 때문에 늘 열등한 인종들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고, 거부하면 죽이거나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신앙이다. 횃불을 든 그들의 광기는 그동안 숨겨왔던 이 그릇된 신념의 대중적 표현이었다. “열등한 너희들은 우리를 대신할 수 없다.”

 

백인우월주의는 악마적 범죄

이들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같은 선상에 놓고 재단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정의에 관한 관념은 이렇게 모호해서는 안된다. 불의는 불의로써 특정되어야만 한다. 이 명백한 불의의 배경에 나찌시대와 같이 그들을 옹호하는 소위 기독교인들이 존재한다.

“폭력과 혐오는 악이다. 이 배후에는 사탄의 힘과 음모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후에 있는 기독교인들, 특히 유명 목사들은 여기까지만 이야기 한다. 실제로 누가 사탄의 노예가 되어서 폭력과 혐오를 실행에 옮기고,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교회와 사회를 분열시키며, 하나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지를 지적하지 않는다. 누가 역사를 후퇴시키며, 수천만명의 목숨의 대가로 얻은 소중한 역사적 교훈들을 지워내며, 증오가 판치던 전쟁과 살육의 시대로 후퇴시키려고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그들이 거부하는 것은 사탄의 도구요 그리스도의 원수인 폭력과 혐오와 살상의 집행자들이 아니라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들이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복음의 진리가 아니라 그들의 대통령이다. 그들이 결코 버릴 수 없는 것은 신앙의 부도덕성이 아니라 그들의 기득권이다. 하늘의 신령한 것과 이 땅의 기름진 것으로 포장된, 회칠한 무덤 같은 위선에 다름 아니다.

낙태를 반대하며 전쟁을 주장하는 자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면서 북한을 선제타격 해야 한다고 외치는 자들, 무슬림 이웃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면서 백인인종차별주의자들의 국내 테러에는 눈감는 자들, 그들이 이번 테러의 악마적 성격을 호도하는 세력들이다.

리디머 교회의 팀 켈러 목사는 지난 15일에 쓴 글에서, 기독교인들은 “백인 민족주의를 정죄해야 하며, 인종차별의 죄에 관한 성경의 강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악마적인 인종차별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은 지금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선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셀 무어 목사 ⓒworld news group

남침례교 목사이자 기독교 윤리학자인 러셀 무어(Russle Moore)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백인우월주의는 단지 우리 사회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의 형상을 공격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는 백인우월주의를 테러리즘 이라고 규정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백인 우월주의는 악마교(Satanism)이며, 하나님을 위해서라고 외치고 다니는 악마 숭배교라고 비판했다. 그는 확신을 가지고 말하기를 “이 백인우월주의는 나사렛 예수를 분토케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묻는다: “문제는 교회도 같이 분노할 것이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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