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평화전통의 성서 읽기
기독교 평화전통의 성서 읽기
  • 허현
  • 승인 2017.08.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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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보이드(Greg Boyd)의 책 Cross Vision
Greg Boyd의 Cross Vision

몇 달 전 선주문한 (pre-order) 그렉 보이드(Greg Boyd)의 책 <Cross Vision>이 도착했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 구약에 나오는 폭력 해석하기' 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구약에 나오는 전쟁의 신 야훼 때문에 성경과 기독교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신약의 예수는 좋지만 구약의 야훼는 싫다’고 하는 그들의 의문은 이것이다. 어린아이들을 포함해 종족말살(또는 인종 청소, ethnic cleansing)을 명하는 여호수아서의 야훼와 죄인들을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사랑하는 복음서의 예수 사이에 도대체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가? 하나님의 완전한 계시자인 예수를 통해 드러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 어쩌면 그리도 구약의 야훼와 다를 수 있는가?

성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권위를 두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 성서 안에 일관성이 없다거나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정복전쟁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위조한 기록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성서에 권위를 두는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이렇게 다른 두 하나님을 화해시킬 만한 답을 찾지 못해 교회를 떠나기도 하며, 남아있어도 고민이 깊다.

사실 이 주제는 개인적인 신앙의 고민과 입장 정도에 머무를 수 없다. 성전(holy war)이나 정당한 전쟁 (just war)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근거가 구약에 나오는 전쟁의 신 야훼와 그의 백성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기독교인들의 입에서 전쟁이 간편하게 회자되는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렉 보이드 목사

‘그리스도인은 전쟁에 참여해도 되는가’하는 질문은 초대교회의 신앙고백과 실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진중세례/침례와는 대조적으로 당시 군인은 침례를 받을 수 없었다. 4세기에 들어서면서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다. 기독교국가 체제(Christendom)가 시작되고, 교회가 권력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초기 예수 운동과는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암브로스(Ambrose, 337-397)와 어거스틴(St. Augustinus, 354-430) 같은 신학자들에 의해 교회가 제국의 전쟁을 지원하고 참여해야 하는 신학적 기초가 놓이게 되었고, 물론 그 성서적 근거는 구약의 전쟁하는 신 야훼와 그의 백성 이스라엘이었다. 그러한 성서해석과 함께 그 이후의 서구역사는 교회의 전쟁사로 채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500년간의 기독교국가체제가 막을 내린 지금, 여전히 그 그림자는 남아서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전쟁의 신 야훼의 명령을 따라 전쟁하는 이스라엘과 자신들을 동일시한다. 우리가 이스라엘이 되는 순간 적성국의 사람들은 멸절되어야 할 가나안인들이 된다. 평화의 왕이신 예수를 따라 화해의 사역을 명받은 신약교회의 비전이 그것과 어떻게 같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구원 받아 천국 가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만유의 주, 만왕의 왕이라는 예수에 대한 고백이 무색하게 예수 위에 국가를 올려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성서 읽기의 끝은 전쟁이고, 결국 인류는 그렇게 역사의 막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이 다른 두 하나님을 화해시킬 수 있을까? 그러한 성서읽기가 가능할까? 열린 신론(open theism), 기독교국가 체제(Christian nation) 비판, 확실성에 대한 의심 등의 굵직한 주제로 교회를 도전해 온 저자는 이번엔 기독교 평화전통의 맥락 안에서 성전론이나 평화주의의 해석 모두를 도전한다. 그는 오랜 기간 이 문제에 관해 고민해 왔고, 다양한 저술과 강연들 속에서 부분적으로 그의 생각을 나눠왔다. 저자는 이전에 같은 주제로 The Crucifixion of the Warrior God이란 방대한 학문적 저서를 냈다. Cross Vision은 그 책의 축약본이다. 일반인들이 읽기 쉽게 다듬은 것이다. 두 책 모두 구약의 야훼를 신약의 예수를 통해 이해하는 그의 해석학적 작업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현 목사

2년 반쯤 전에 인디애나 주에 있는 Anabaptist Mennonite Biblical Seminary에 설교하러 갔다가 그를 만났다. 그의 지적 깊이와 어울리는 겸손한 태도, 긴장하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 빨라지는 그의 언어 장애를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이 좋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그런 그와 만나 기독교 평화전통의 성서 읽기를 경험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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