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전문사역자에 대한 존중을 기대한다
청소년 전문사역자에 대한 존중을 기대한다
  • 최준식
  • 승인 2017.08.18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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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문성에 준하는 대우도 해줘야 마땅할 것
한국 사회에는 열정페이 (熱情Pay), 재능 기부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한국 교회는 어떠한가? 자리는 부족하고, 지원자는 과잉인 까닭에 열정페이 문제는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나님의 일'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수고한 것에 대해서도 지불해야 할 것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적게 주거나, 주면서도 오히려 생색을 내는 경우도 수 있다.
이 주제를 두고서 다양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장은 필요할 것 같다.. 오늘은 청소년 전문 사역자들의 사례비에 관련한 의견을 담았다. 글쓴이의 문제 제기에 대해 독자들의 생각들이 모아지면 좋겠다. - 편집자 주
청소년사역현장에는 열정페이로 어려움을 겪는 전문 사역자들도 있다.

[수정 2017.08.19. 08:40] 여름 집회 사역들이 마무리 되면서 간간이 올라오는 지인들의 소식에서 어린이, 청소년 집회 강사들의 강사 사례비 (이하 사례비)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장년 대상 부흥사나 강사들의 사례비는 그다지 논란이 없는 반면, 유독 어린이 청소년 사역 강사들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며칠 전 어느 후배 목사에게 결산 7억 이상의 교회의 청년부에서 급하게 수련회 특강 강사 섭외가 왔는데 강사비가 5만 원이 책정되어 있다며 담임목사가 그렇게 주라고 했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어떤 후배는 잘 아는 지인이 "집회 다니며 말씀 전하고 사례비 받는 것은 성매매보다 더 악하다"고 했다며 많이 속상해했다.

또 어떤 분은 몇 년 전에 어느 단체에서 강사섭외가 왔는데 전혀 기억에 없는데 본인이 강사비로 얼마 달라고 했다며 그것 때문에 그 단체 임원들이 상처받고 서로 속상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단다. 그 단체임원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분은 유명한 강사지만 제가 압니다.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청소년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드는 사람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같은 다음세대 사역자로서 속이 많이 상한다.

매번 여름 겨울 집회마다 다음세대 사역 최전선에 나가 있는 목회자들을 초청해 아이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기도를 하게 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은혜를 경험하도록 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초청된 사역자들의 사례비를 어떻게든 덜 주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귀히 대접하는 교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회도 많이 있다.

필자의 같은 경우는 목회경력도 20년 가까이 되고 나이도 있으니 그나마 대우를 받는 편이다. 그러나 30대 후배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받는 홀대는 상식 이하이다. 필자의 경우도 강사 대기실이 없고, 집회 중에 물 한잔도 대접 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거리와 일정 때문에 숙소준비를 교회 측에 부탁했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숙소를 못 구했다며 아이들과 집회실에서 자라고 통보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 수련회를 돕기 위해 온 장년교인들의 숙소는 이미 구비되어 있었다.

서울 강남에 몇 만 명의 교세를 자랑하는 교회 아동부 집회를 갔다. 토요일과 주일, 이틀간 저녁 집회를 하는데, 담임하던 교회 주일 예배도 섬겨야 했기에 집회 장소를 매일 오고가야 했다. 왕복 200킬로가 넘는 거리였다. 그런데 사례비가 한 타임(집회 1회)에 15만원씩 책정되어 있었다. 인천의 어느 대형교회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말씀 사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며 필자에게 3시간 이상의 설교를 부탁했다. 그리고 집회 강사 사례비는 20만원 책정되어 있었다.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1회기 간식비보다 못하다.

얼마 전 한 후배가 전라도에 연합청소년집회 주강사로 갔다. 그 캠프에서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사라진 개그맨들을 초청하여 한 시간 공연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그 개그맨들에게 나간 사례비가 100만 원이었다. 집회 강사는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집회를 이틀간 두 번 하고도 그들이 받은 사례의 절반수준이다.

수련회, 캠프, 성경학교를 왜 하는 것인가? 이 때가 아이들이 신앙으로 성장하고 성숙하고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집중을 해야 하는가? 연예인들에게는 한 시간에 수 백 만원의 사례비를 군말 없이 주면서, 말씀 부흥사역자들에게는 왜 그리 인색할까? 한 강좌에 2~3시간 온몸의 진을 다 빼면서 혼신으로 사역하는 이들에게는 왜 그리 각박한지 정말 모를 일이다(물론 잘하는 교회들도 많다).

이런 말 꺼내면, "어린놈이 돈 밝힌다!" 또는 "세속적이다!" 등 별의별소릴 다 듣게 된다. 말하는 사람만 손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를 좀 해야겠다. 후배 사역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선배인 필자가 화두를 꺼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교회의 청소년부의 역량강화가 절실한 시대를 맞이햇다. 한 청소년 사역현장 풍경.

필자가 겪은 일이다. 700여 명 정도 모이는 한 교회에서 어린이, 청소년, 청년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초청한 지인이 "강사비가 진짜 적다. 그래서 부르기가 민망하다. 그래도 오겠냐?"고 필자에게 미리 언지를 줬다. 사명감으로 갔고 집회는 잘 마쳤다. 그런데 사례비를 집행했던 교회의 한 운영위원이 필자에게, "다른데 보다는 적을 수 있는데, 우리교회는 분ㅇㅇㅇ교회 이ㅇㅇ목사에게도 이렇게 드렸다"며 자랑스러워하듯 사례비를 주는 것이었다. '유명 대형목사도 이정도 받았으니까 피라미인 네가 이정도 받는 건 당연한 줄 알아라.‘하는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아무 말 없이 주시지 괜한 말씀을 하셔서 씁쓸함 가득해서 돌아온 기억이 있다.

스무 살 때부터 어린이, 청소년사역을 해왔고, 20년 간 청소년 캠프사역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동안 담임목회를 해왔기 때문에 청소년사역자 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지는 얼마 안 된다. 그런데 이 세계로 들어와 보니 장년부흥사들은 어른 대접을 받는데, 청소년사역자들은 청소년대우를 받고 어린이 사역자들은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다는 말이 그냥 우스갯소리는 아니었다.

다음세대사역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다음세대 전문사역자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어불성설이다. 장년강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하듯, 청소년이나 어린이, 청년 사역하는 이들의 전문성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전문성에 준하는 대우도 해줘야 마땅하지 않을까싶다. 전문성과 경력과 나이는 올라가는데도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하면 누가 계속 다음세대 사역에 남아 있으려 하겠는가? 물론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좁은 길을 가는 이들이지만, 그래도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상하지 않고 갈 수 있게끔, 그런 분위기를 같이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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