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위한 책
오늘을 위한 책
  • 방영민
  • 승인 2017.08.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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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보좌 사이: 요한계시록 | 매튜 에머슨 | 이레서원 | 2017
십자가와 보좌 사이: 요한계시록 | 매튜 에머슨 | 이레서원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은 두 가지 사상이 대비되고 있다. 바로 바벨론정신과 예루살렘정신이다. 전자는 이땅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으로 제시되고 국가를 세우고 정부를 운영할 때도 나타나는 어두운 힘의 세력이다. 이 정신이 국가와 정부에 개입되면 제국주의와 독제체제를 지지하고 국가의 폭력과 강제력을 뒷받침한다. 또한 황제중심적인 통치를 위해 모든 것을 계급화 시켜서 약자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구조로 정부를 움직이게 된다.

이에 반하여 후자는 모든 백성이 평등하고 서로에게 환대하고 신뢰하는 정신이다. 이곳에는 정직과 성실과 노력이라는 가치가 적용되는 곳이다. 전자는 온갖 반칙과 편법과 불법이 지배하는 사회라면 후자는 그런 가치들이 역전되는 곳이다. 땅에서 부르짖는 곡소리가 끊어지지 않는 곳이 전자라면 후자는 그런 곡소리가 감사와 찬양으로 바뀌는 곳이고 눈에서 멈추지 않는 눈물이 눈물병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하는 공간이다.

요한계시록의 특징 요한계시록에는 이 두 가지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전자는 황제와 국가종교를 위해 용을 섬기는 것이고 후자는 하나님의 백성과 그분의 나라를 섬기는 것이다. 실제 로마는 사치와 쾌락과 향락으로 사회를 어지럽혔고 그리스도인들을 유혹한다. 세상의 법을 따르는 것이 하나님의 법을 따르는 것보다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속인다. 또한 국가와 사회구조도 황제중심으로 재편하여 황제를 숭배하지 않으면 불이익과 고통을 당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눈물과 한숨이 있는 곳에 요한은 환상과 비전으로 1세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용기를 준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더 은혜와 힘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백성들에게 직접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신다. 처음과 나중이 되시고 죽었다가 살아나신 분이요,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지신 이며, 눈이 불꽃같고 발은 빛난 주석같은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하나님의 일곱 영과 일곱 별을 가진 자이며, 진실하시고 다윗의 열쇠를 가진 자이시고,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고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시다.

이 외에도 만물의 주 만왕의 왕, 임금들의 머리, 알파와 오메가, 유다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 힘센 천사, 세상의 추수꾼 등 국가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직접 누구신지 알려주신다. 그리하여 이것은 그들에게 바벨론 정신으로 살고 황제를 숭배하며 넓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예루살렘 정신으로 예수를 예배하며 어린양이신 주님이 가신 좁은 길을 가게 도와준다.

실로 이런 배경 가운데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보호와 사랑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기독교를 부정하고 탄압하는 유대교와 그리스-로마의 문화의 유혹과 로마 황제의 박해속에서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신다. 시련과 고통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신실한 믿음으로 이기라고 말씀하신다. 죄에 무너지고 세상에 물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호해주시니 경건의 능력과 신령한 생명력으로 믿음을 지키라고 한다.

이처럼 요한계시록은 은혜로운 성경이다. 결코 우리의 이해를 포기하게 만들고 미래와 심판에 대하여 두려움을 조장하는게 아니다. 이 책은 로마의 제국주의와 황제숭배를 향한 저항의 책이고 우리를 끝까지 붙드시고 지키시는 삼위 하나님에 대한 예배의 책이며 땅에서 고통당하는 그분의 백성을 해방시키는 자유의 책이다. 또한 어린양 예수의 정체성과 삶을 보며 우리가 그분을 따라 가도록 돕는 제자도의 책이다.

본 서는 시중에 출판되어 있는 일반적인 요한계시록 책과는 달리 요한계시록을 아주 압축적으로 탁월하게 보여준다. 최근 학자들의 주장까지 포함하여 계시록의 주제와 내용과 장르와 특징까지 계시록의 다이제스트이다. 필자가 보기에 누군가 교회에서 계시록 특강을 할 경우, 이 책만 잘 정리하고 소화시켜도 2시간 분량의 강의를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깊은 이해보다 개론적인 이해를 위한 책이다.

요약 책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1장은 “서론”으로 요한계시록의 개관과 신학적 핵심과 메시지를 다룬다. 2장 “문학으로서의 요한계시록”에서는 편지, 예언, 묵시로서 계시록이 어떻게 작성 되었는지 설명하고 문학적 장치로서 ‘발생반복’과 ‘비유적 표현’과 ‘숫자들’을 다루고 있다. 3장 “구속의 드라마”로서 계시록이 이야기의 형식을 띄고 있고, 이 이야기가 단순히 종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역사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처한 상황의 이야기이며 초림부터 재림까지의 이야기임을 알려준다.

4장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에 대한 서술”에서는 계시록에서 적극적으로 등장하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 그리고 그분의 적들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자세하고 소개한다. 5장 “하나님의 적들에 대한 서술”에서는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 대해 신실하시고 백성의 믿음 또한 하나님께 신실한 것과 대조하여 하나님의 적들은 신실하지 않고 기만적이며 이들은 용과 짐승과 거짓선지자로 즉 거짓 삼위일체로 설명된다.

6장 “어린양의 전쟁”에서는 성경은 어린양과 용 사이의 전쟁인데 계시록에서 그 이야기가 어떻게 절정으로 나오는지 설명한다. 7장 “오늘날의 요한계시록 읽기”에서는 ‘대립’이라는 구도를 통해 서술되는 계시록이 오늘날에도 성도가 어떻게 믿음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소개한다. 8장 “결론”에서는 계시록은 많은 비유가 있어서 성도들이 가까이 하기가 어렵지만 결코 그렇지 않으며 성도를 위한 격려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가장 큰 특징 본 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요한계시록이 오늘을 위한 책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당시 로마의 그 괴물이요 짐승이요 옛뱀이고 거짓선지자인 황제중심의 시대를 넘어 오늘날도 여전히 그러한 폭력과 억압과 살인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사탄과 어둠의 권세에 의해 지속되는 탄압과 부도덕을 조장하는 분위기속에서도 주 예수의 복음과 모든 피조물에 대한 그분의 주권을 선포하고 증언하는 방식으로 살아야한다.

지금까지 바벨론 정신에 묶여서 풀어지지 않았던 하나님의 애환과 성도들의 한이 풀어지는 역할을 신실한 백성들이 해내야한다. 하나님의 사랑속에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를 의지하며 성령님의 지혜를 따라 믿음의 삶을 살아야한다. 불의하고 사악한 권세와 정권 앞에 굴복하지 않고 믿음의 결단을 가지고 맞서야한다. 왜곡된 구조와 소수를 위한 카르텔을 향해 편안한 침묵이 아니라 불편한 외침을 외쳐야한다.

이러한 믿음의 삶을 위해 교회는 예배한다. 그 예배는 오늘을 이해하고 살아내는 위로부터의 사랑과 생명이 공급된다. 어린양이 되셔서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는 택하신 백성에게 사망을 이기는 능력을 부어주신다. 예배는 세상을 못박고 의에 대하여 살아나는 자리이다. 삼위 하나님을 향한 경배가운데 예배자의 몸과 마음은 거룩해지고 땅에서의 개혁과 변화를 이루는 주인공으로 준비된다.

 

하나님은 1세기 요한의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도 이 역사속으로 들어오신다. 하나님은 이 땅을 포기하고 제거하기 위해서 오시는게 아니라 이땅을 변혁하시고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오신다. 그 일에 만왕의 왕이시고 만주의 주이신 예수님이 등장하시고 충성과 진실이라는 이름답게 주님은 그 일을 온전히 이루어가신다. 모든 악한 것과 병든 것과 썩은 것을 도려내시고 치유와 회복과 샬롬의 공동체를 만들어 백성에게 선물을 주신다.

이 땅의 교회는 바로 예수님의 일을 이어가고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곳이다. 국가를 위해 존재하고 정부를 후원하는 기관이 아니다. 역사의 종말은 예수의 초림으로 시작되고 그분의 육체적 재림으로 끝이 나는데 그 사이에 존재하는 교회는 바벨론정신을 따라가는 곳이 아니라 예루살렘정신을 구현하는 곳이 되어야한다. 교회가 그러한 삶을 신실하게 살아갈 때 하나님의 영광이 그곳에 임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그날까지 오늘을 승리하며 살아갈 것이다.

 

글쓴이 방영민 목사는, 열린교회 부목사/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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