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나님은 왜 윤하 아토피 빨리 안고쳐주셔?
엄마, 하나님은 왜 윤하 아토피 빨리 안고쳐주셔?
  • 엄경희
  • 승인 2017.08.19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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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 다섯 손가락 꿈나무 엄마의 사우디 통신 2
다섯 손가락 꿈나무가 자라간다. 키도 마음과 생각도..

주말 아침부터 아래층 부엌이 시끌시끌하다. 주말마다 과자나 케잌 등 간식거리를 만들곤 했던 성하가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서 수하가 들어와 조잘댄다.

"엄마, 오빠가 체로스 만들었어. 딱딱할 줄 알았는데 속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몰라. 나는 튀김 요리 싫어하는데 이건 내가 맛본 어떤 것보다 맛있어. 슬하도 잘 먹고 할머니도 맛있다고 드셨어. 엄마도 얼른 내려와 먹어 봐!"

"응? 체로스? 아아~~~ 츄로스!!!!"

간밤 잠을 못 자 아침에서야 남편에게 윤하를 맡기고 눈 좀 붙이고 있는데 수하가 어찌나 맛나게 선전을 하고 가는지 몸은 피곤한데 잠은 똑 떨어졌다.

어제는 스킨을 린스라 하더니 오늘은 츄로스를 체로스로 변신시키는 우리 딸, 순간 어린 왕자의 저자 '생떽쥐뻬리'를 '생쥐택배리'로, '크리스찬'을 '세바스찬'으로 바꿔 부른 과거의 전적이 생각나면서 웃음까지 솟구쳐 다시 잠들긴 글렀다. 어디 극찬을 아끼지 않는 '체로스'(?)나 먹어볼까?

수면 부족으로 무겁기만 한 몸을 이끌고 부엌에 가니 한바탕 잔치는 끝났어도 엄마 먹을 것은 남겨 놓았다. 고맙고 기특한 마음으로 한 입 베어 무니......

 

앗! 맛나다.

한국에서 먹어본 츄로스는 쫄깃했는데 요건 진짜 부드럽다. 맛이 독특해 수하 말대로 츄로스 사촌 체로스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성하는 아토피가 좀 좋아지는 듯하자,

"난 다 나았어!"

하며 츄로스를 어마어마하게 우겨 넣었다고, 성하 요리 뒤치닥거리 하느라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시는 할머니가 전해 주신다.

"야, 임마! 아토피가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야!! 이런 밀가루 튀김 요리 아토피에 안 좋대!"

너스레 장난처럼 핀잔을 주었지만 아토피와 몇 개월째 혈투를 치르고 있는 내 마음은 사실 말이 아니었다. 태어나고 한 달 뒤부터 온 몸에 붉은 아토피가 번지고 얼굴에는 꿀이 두텁게 굳은 것처럼 노란 딱지가 덕지덕지한 윤하의 아토피와 싸운 지 5개월째...... 얼마 안 있어 첫째 성하의 피부도 윤하처럼 심각하게 나빠지면서 온 집안이 테러와의 대 전쟁을 선포하듯 아토피와 전쟁으로 전운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성하와 윤하의 아토피는 좋아지다 나빠지다를 반복해 지금으로서는 좋아지고 있는지 나빠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좋아지다 나빠질 때는 가려움증도 같이 커지는지 그때는 너무 가려워해 밤잠을 거의 못 잔다고 봐야 한다. 그럴 때 윤하는 얼굴을 비비고 몸을 비틀고 다리를 꼬며 괴로워한다. 나는 잘 때도 윤하를 슬링으로 안은 채 손을 잡고 그대로 누워 토막잠을 자는데 안 그러면 애를 안아 올리는 순간 아가의 그 뽀얀 얼굴에 가해지는 무참한 손톱 공격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윤하의 아토피가 나을 때까지 계속 기도하자 했더니 수하가 묻는다.

"엄마, 왜 하나님은 아토피를 빨리 고쳐주지 않으셔?"

나 역시 수백 수천 번 묻고 또 묻는 질문이라 어설프나 즉시 대답해 줄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아토피를 통해 하실 일이 있으신가봐. 하나님은 나쁜 일도 축복으로 만드실 수 있거든."

언제나 그렇지만 엄마인 나는 어려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는 참 쉽게 하지 않는가! 그럴 때면 내가 쉽게 뱉은 말이 몇 배는 날카로운 괴력으로 다시 내게 돌아오곤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심코 던진 대답의 공격에 적잖은 진동을 느끼며 아토피가 우리에게 주는 유익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성하는 아토피 덕분에 자기 관리 및 절제를 배우고 있다. 그동안 몸에 좋지 않은 기름진 음식을 너무 먹어댔고 편식은 안 하지만 입에 맞는 음식은 잘 절제하지 못했다. 아토피가 조금 나은 듯 하면 바로 옛 버릇이 올라와서 다시 마구 먹어대곤 하는데 그럴 때 난 속으로 '아토피야 나와라'하며 아토피를 응원하곤 한다. 과식 덕에 아토피가 심해지면 성하는 알아서 음식을 조절하고 더 먹을 수 있어도 한 그릇만 먹고 만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아토피야 잘 했어' 칭찬이 나오고 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성하 아토피랑은 좀 친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5개월 밖에 안 된 윤하를 너무나 괴롭히고 있는 아토피는 이뻐해 주기가 정말 정말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굳이 좋은 점을 하나 꼽자면.....

윤하를 많이 안아주고 만져주고 눈 마주치게 한다. 온몸 어디든 기회만 있으면 긁으려 해서 잘 때나 깨있을 때나 혼자 둘 수가 없다. 수시로 로션을 발라주니 하루 종일 베이비 마사지요 가려운 거 잊고 좀 더 웃게 하려고 눈 마주치고 얼굴 근육 터져라 크게 웃으며 얼러주곤 한다.

특히 밤에 윤하 손을 잡고 꼭 끼고 자는데 그게 그리 좋을 수가 없다. 팔베개해서 팔도 저리고 몸도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뭐랄까 엄마의 기운으로 폭 싸주는 느낌이랄까! 위 네 아이들도 자면서 젖을 빨려 두 돌 넘게까지 옆에 끼고 잤지만 윤하처럼 품에 꼭 안고 자지는 않았다. 늘 잠 독립을 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젖을 물려 재우는 마음은 마냥 불편했고 말이다. 윤하가 많이 나으면 위 애들도 이따금 꼭 안고 자야지, 윤하 끼고 자는 게 얼마나 좋은지 대책 없는 소망을 세워버렸다. 다섯 아이를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끼고 자려면...... 성하는 등치가 커져 내가 안겨 자야 할테고 ...... 아무래도 다시 생각해 봐야하려나?

"윤하는 정말 특출난 아이가 될거야."

우리 부부가 윤하 보며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한국에 조기교육 열풍을 일으켜 비판을 받고 있는 시찌다(Shichida)의 '0세에 가까울수록 천재다'라는 이론에 일면 동의한다. 물론 인위적인 교육적 자극을 주는 방식은 반대다. 내식의 조기교육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아이를 잘 읽어 사랑으로 반응하고 자극해 주는 것이다. 아기와 그런 의사소통이 이뤄져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아이의 두뇌에 영적, 지적, 감정적, 즉 전존재적 인지의 등불이 켜지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0세에 가까울수록 그 등불이 강력하게 켜진다고 생각하고 말이다.

그렇기에 위 아이들도 편하게 키울 수 있는 육아용품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 하고 그 등불을 켤 수 있는 기회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정말 많이 안아주고 집중하며 키웠다.

그런 면에서 윤하는 위 애들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엄마 아빠의 집중을 받고 있다. 낮잠 자고 깰 때면 함빡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 아빠의 얼굴이 늘 대기 중이다. 긁을 세라 한 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윤하 침대는 사라진지 오래요 윤하는 모든 것을 엄마, 아빠 품에서 해결한다. 그러니 아토피 덕에 그 등불이 마구마구 켜지고 있으리라!

그래도 아토피로 인한 고통을 생각하면 이걸로는 성이 안 찬다. 아토피라는 놈 정말 싫다.

윤하는 과연 나을까? 윤하도 너무 안쓰럽고, 윤하만 보느라 홈 스쿨을 할 수가 없어 위 아이들도 너무나 걱정된다. 엄마 입장에서 우리 집 홈 스쿨의 최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아토피로 고생하던 윤하도 이제 세 살, 고통스럽던 아토피도 다 나았다. 이제는 언니 오빠들과 당당하게 어우러지는 꼬마 아가씨가 되었다.

분명 하나님은 일하고 계시리라. 그리고 그 일하심은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당장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리라. 나는 다만 하나님께서 이 모든 상황을 주관하고 계시다는 그분의 주권과 설혹 이것이 마귀의 장난일지라도 그분의 방법으로 그분의 때에 그분의 하실 일을 하시리라는 섭리하심을 붙들 뿐이다. 또한 죽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죽음을 사용해, 그 죽음을 통해, 부활의 구원을 이루신 하나님의 역설적 능하심을 믿는다.

"여보, 윤하 안고 있으면 너무 좋아. 아이와의 스킨쉽이 스트레스를 덜어주나봐. 윤하를 많이 안아 준 덕에 이번에 이사하면서, 프레젠테이션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잘 지나온 것 같아. 슬하가 마지막이라 했을 때 뭔가 아쉬웠던 게 꽉 채워지는 느낌이야."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작정한 이전 사우디 집주인과 단판을 짓느라, 그 와중에 리야드에서 중요한 발표를 하느라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온 남편의 고백이다. 내가 지쳐 나가떨어 질까봐, 퇴근 후와 주말에 윤하를 온전히 전담해 주고 있는 남편도 나 못지않게 윤하와의 사랑에 폭 빠진 모양이다.

어쩌면 이미 하나님의 일하심이 우리의 무릎까지 차올랐는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선하심과 그 능하심을 바라봐야겠다. 우리 삶을 좌우하는 것은 아토피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붙잡고 말이다. 왜냐하면 그 아토피도 하나님 역사의 재료일 뿐이기 때문이다. 간이 좀 떨리지만 우리의 목표를 아토피 치유가 아닌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두려 한다. 치유를 통한 역사이든 아니면 오랜 투병을 통한 역사이든 그것이 최고선이요 축복임을 믿기 때문이다. 하나님 섭리 아래 고난이 편안한 안락보다 무서운 축복임을 믿기 때문이다.

윤하를 생각해 나는 츄로스를 한 입밖에 못 먹었는데 아이들이 순식간에 다 먹어 버렸다. 무서운 기세로 맛난 음식을 해치운 아이들이 집안 곳곳으로 흩어져 웃음과 행복을 뿜어낸다,

윤하와 성하가 아프지만 여전히 행복한 우리 집!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적이요 큰 축복이 아니겠는가!

위 글은 2년 전, 사우디에서 임신하여 사우디에서 낳은 윤하가 태어나자마자 아토피가 심해 한창 아토피로 전쟁을 치르던 때의 이야기다. 감사하게도 윤하는 치료한지 1년만에 아토피를 극복해 지금은 3살배기로 당당하게 언니 오빠들과 어우러지는 꼬마가 되었지만 첫째 성하는 좋아졌다가 작년부터 심해져 다시 싸움 중이다. 그렇기에 이 글은 과거의 이야기지만 지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쓴이 엄경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살며 다섯 손가락 꿈나무 5남매를 기독교 독서 중심의 홈 스쿨하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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