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한인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주의 회개
한국 교회, 한인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주의 회개
  • 김동문 편집위원
  • 승인 2017.08.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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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장로교(PCUSA) 30대 40대 한인 목회자들의 신앙고백문

내일 주일을 맞이하는 미주 지역 한인교회들은 교회에서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 테러 사건 등에 대해 어떤 고민을 나누게 될까?

이 가운데 미국장로교(PCUSA)에 속한 30, 40대 한인목회자들이 신앙고백문을 발표했다. 이 발표문은 8월 19일자(현지 시각) 미주 한국일보와 미주 중앙일보에 36명의 목회자들 명단과 함께 전면 광고로 실렸다. 

이번 성명서는 미국장로교단의 지난 8월 14일자, "미국장로교회 지도자들은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을 반대한다"는 성명서 이후에 나온 것이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 시위에 대한
미국장로교(PCUSA) 30대 40대 한인 목회자들의 신앙고백문

 

우리는 지난 8월 11일과 12일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 시위를 규탄하며, 이 땅을 차별과 증오로 물들이는 모든 종류의 인종주의(racism)에 대해 저항합니다.

1.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믿습니다(창1:27). 피부색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인종 차별은 예수께서 몸으로 허무신 분리의 벽을 다시 세우는 죄악입니다(엡2:14).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이웃에 대한 차가운 거절이며, 차별과 억압 속에 있던 이들을 해방시키신 하나님에 대한 명백한 반역입니다(레19:33-34).

2. 우리는 기독교와 성경이 인종 차별의 도구로 사용되어 온 아픈 역사를 인정합니다. 성경은 종종 인종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오용 혹은 악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성경은 단호하고 분명하게 증언합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3:28). 그러므로 사람 위에 군림하려는 이들은 즉시 내려와야 합니다. 백인 우월주의는 스스로 신의 자리에 앉겠다는 추악한 우상숭배입니다(사2:17-18).

3. 우리는 그리스도인이자 미국 땅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인종 차별에 저항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소수민족으로서 경험하는 일상적 인종주의의 악에 길들여지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차별을 내면화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약2:1,9). 인종주의자들의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 않을 것입니다(롬12:21). 사랑이 더 큰 힘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4. 우리는 이 슬픈 현실을 두려움 속에 바라보고 있는 자녀들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눅23:26). 증오를 넘어 살기를 띤 인종 차별의 폭력적 언어가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어린 아이들이 느끼고 있습니다. 사랑, 자유, 평화, 우정을 배우며 살아야 할 아이들이 미움, 혐오, 차별, 폭력에 노출되는 이 현실 앞에 우리는 분노하고 아파합니다.

5. 우리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인종 차별과 폭력시위를 규탄하는 동시에, 한국 교회와 한인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주의 또한 고백하고 회개합니다. 이주 노동자들을 향해 반말과 욕설을 일삼는 일부 한인들의 언행을 부끄러워합니다. 차별이 나를 향하기 전까지는 침묵으로 일관했던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뉘우칩니다. 나아가, 목회자로서 우리는 인종 차별의 죄를 설교하거나 가르치는 일에 게을렀음을 회개합니다. 교회의 공적 사명을 잊었음을 참회합니다(마5:13-14).

이번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시위에서 목숨을 잃고 부상당한 모든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합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의 제자들로서 우리는 이 땅에 참 평화를 전하고 일구는 일에 계속 헌신할 것입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마5:9).

그리스도의 평화가 미국 땅과 한반도 땅에 가득하길 빌며,

미국장로교(PCUSA) 한인교회 전국총회
30대 40대 한인 목회자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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