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 내 뜻이 아닌가?
하나님의 뜻? 내 뜻이 아닌가?
  • 김영웅
  • 승인 2017.08.20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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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했던 말과 같으면 하나님의 뜻인가?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우연인지 하나님의 뜻인지 묻는 것은 미국 작가인 프레드릭 뷰크너(Frederick Buechner, 91)도 말한 것처럼, 바른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둘 다이기 때문이다. 어떤 우연한 일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말씀하실 수 있다. 다만 똑같은 현상을 경험하거나 목도하면서도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보고 해석하는 관점이 다를 뿐이다. 당신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고 있는 사건을 옆집 철수가 우연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전혀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당신의 신앙을 의심하는 말도 아니고, 기독교에 대한 정면 도전은 더더욱 아니다. 철수의 눈에는 그냥 그것이 우연으로 보인 것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기분이 상했다면, 그것은 어쩌면 당신이 실은 그 사건을 하나님의 뜻이 아닐 수도 있다고도 보는 이중적인 입장이었는데, 마침 그 숨기고 있던 부분이 철수에 의해 자극이 되었고, 그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겉으로 드러나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그 기분의 정체는 당신의 가식적인 믿음으로 만들어진 허상이 스스로에게 들통나버려 순간 버튼이 눌러져 확 올라온 수치심 정도의 감정일 뿐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자신의 온전하지 못하고 옹졸하기만 하고 의심 많고 가식적인 믿음을 탓하라. 괜한 철수 붙잡고 성질내지 말고. 아니, 성질내는 정도면 귀엽다고 봐준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철수에게 임한 사탄을 결박해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도 난 봤기 때문이다. 제발, 제발, please, 구다사이(ださい) 하지 말길 바란다.

자, 과거나 현재의 사건은 그렇다 쳐도, 미래는 어떨까?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거나,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방향을 몰라 초조한 상태라면? 그래서 막연하게 하나님의 뜻대로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과연 그 뜻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해서 하나님의 뜻인지 나의 뜻인지, 아님 그냥 우연인지 분별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다루기 전에 먼저 난 우리 생각의 초점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개입하셔서 말씀하고 계시는 하나님에게로 말이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답을 답이라고 증명할 길이 없는 질문일 뿐더러, 미래의 하나님 뜻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심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체로 그저 자신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건의 결정 여부만을 해결 받길 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있어 하나님의 뜻이란, 자신의 문제 해결과 소원 성취를 이루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적이며 뒤끝 없고 나중에 배신당하지 않는 완전한 방법 정도가 될 것이다.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의 뜻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방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my kingdom'과 'kingdom of God'을 융통성 있게 적절히 짬뽕시킨 지식인들의 자세가 암묵적으로는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하나님의 인도 받으세요."라는 말은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미국에서의 "how are you?"와도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그저 인사치레 정도의 형식적인 의미일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보이지도 않고, 자신의 삶에 개입하고 계시다는 사실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존재의 인도를 받으란 말인가? 그저 듣기 좋은 말일뿐, 현실에서 어떻게 그 말을 실현시킬 것인지, 아님 그 말이 삶에서 실현되는지 확인하려고 애써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기독교인 코스프레(cosplay)하는 걸로 만족하고 있는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Hi, how are you?"라고 물어오는 이해할 수 없는 미국인처럼,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매너가 없다거나 친절하지 않은 사람처럼 낙인찍힐까 염려되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건 아닌가?

이 시대는 분별력을 가지고 싶어 안달하는 기독교인이 많은 시대이다.

이 시대는 분별력을 가지고 싶어 안달하는 기독교인이 많은 시대이다. 지식인들과 돈이 넘쳐나고 편리할 대로 편리해졌으나 여전히 먹고 살기 힘든, 구조적인 악에 물든 이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은 문제 해결과 소원 성취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져만 간다.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외면한 체 하나님을 하늘에만 두고 자기 맘대로 살아간다. 그러다가 가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마치 하나님한테 혼나거나 벌 받는 것처럼 여기는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다. 현실엔 아랑곳하지 않고 24시간 예수만 바라보자는 자기안위적이고 이기적인 기독교인들도 많다. 아주 작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때로는 양심으로 때로는 상식으로 때로는 구조적인 악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모른다. 어쨌든 복잡한 상황이라면 사탄이 주는 상황이라 믿는 나머지 산 속으로 도망쳐버려 수양이나 하는 것이 참 믿음이라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이 가득하다.

이런 이들의 분별력? 이런 이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뜻? 글쎄... 나의 눈에는 무사안일, 안빈낙도, 성공보장, 등등이 당신들이 원하는 대답이 아닐까? 그저 당신 입으로 그것이 답이라고 말하기 껄끄러워서 기도 부탁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다른 사람이 당신이 원했던 말을 대신 해줄 것을 기대하고 만약 그런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확신하는 그런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닌가?

나는 여호와의 정의와 공의를 행하게 하시려고 아브라함을 부르신 하나님을 기억한다. 그렇게 아브라함이 정의와 공의를 행하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장소는 다름 아닌 죄악으로 물든 이 현실 세계임을 우리는 직시해야만 한다. 당신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혹시 내가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는 그것이 내 뜻임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감추고 싶은 건 아닌가?

신앙과 삶이 일치된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살아가는 구별된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먼저다. 현재 내 삶에서 하나님의 통치에 의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먼저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능력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신통한 염력 같은 것이 아니다. 성경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매체들을 이용하여야 한다. 끊임없이 각자의 삶의 컨텍스트(Context)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기 위한 개인과 공동체의 점진적인 노력과 도움이 바로 그 순간 그 사람의 분별력의 수준이 될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을 아는 분별력의 정의라고 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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