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육의 위기
신학교육의 위기
  • 신기성
  • 승인 2017.08.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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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는 신학교들
ⓒtheatlantic.com
기사 내용 중 클레어몬트신학교의 이전 장소와 온라인 수업과 관련된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수정하였습니다. (편집자 주)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이미 몇 번 보도가 되었듯이, 미국 내 신학교의 학생 감소와, 신학교의 재정난이 점차 심각해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지난 10일에, 재정 난으로 인한 신학교 건물 매각과, 우려할만한 수준의 신학생 숫자 감소에 대해 보도했다.

(https://www.wsj.com/articles/seminaries-reflect-struggles-of-mainline-churches-1502357400?mod=e2tw)

본보도 지난 7월에 풀러신학교의 지역 캠퍼스 매각과 온라인 등록 증가 추세에 관한 염려를 보도한 바 있다. (http://www.newsnjoy.us/news/articleView.html?idxno=7768)

재정의 어려움은 풀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의 문제만은 아니다. 메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미국 성공회 신학교(Episcopal Divinity School)도 지난해에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학위 발급을 중단한 후, 직원들은 학교를 떠나고,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옮겨야만 했다.

ⓒFuller Theology Seminary

1807년에 세워져,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원으로 알려진, 앤도버 뉴톤 신학교(Andover-Newton Theological School)도 캠퍼스를 매각하고 예일 신학교(Yale Divinity School)로 옮길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의 클레어몬트 신학교(Claremont School of Theology)는 캠퍼스를 매각하고 캘리포니아 북서부에 있는 오레곤(Oregon)의 주도 세일럼(Salem)에 위치한 윌라메트대학교(Willamette University)와 조인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회 신학교의 재단이사장인 게리 홀(Gary Hall)은 앞으로 50년 이내에 많은 신학교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회가 줄어들고, 따라서 목회지도 줄어들고, 신학교에 대한 교회의 지원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진단한다. 규모가 작은 신학교들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재정난을 덜 겪는, 종합대학교에 속한 신학교와 합병을 하거나 연계를 맺고 생존을 모색할 전망이다.

주요 개신교단 신학교들은 대부분 생존의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 신학교 연합회(Association of Theological Schools)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동안 주요 교단 신학교의 등록자 수는 25%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교단의 교인 수가 지난 몇 십 년 동안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신학생들의 교육비용은 늘어가고, 교단의 지원금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서, 신학교와 신학생들이 공히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교회는 교회대로, 교인 수가 줄어들어서 풀타임 목회자들을 청빙할 수 없게 되고, 목회자들도 이중직을 요구 받게 된다.

 

신학교육의 질적 저하

신학교는 목회자들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최근의 쇠퇴 현상과 더불어 신학교의 모습도 변해갈 우려스러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신학대학원은 보통 목회에 필요한 최소 3년 이상의 신학교육을 기본으로 해 왔다. 성서 해석에 필요한 원어 공부, 성서 해석, 기독교 역사, 목회 상담 등의 교과목들이 중요한 필수 과목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학생들은 3년간의 신학교육에 필요한 재정을 감당하기 어려워 점점 수가 줄어들고 있고, 은퇴 한 후 공부를 목적으로 등록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이들은 목회를 목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서, 신학교 커리큘럼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선호하고, 신학교들은 부족한 학생 수를 채우기 위해 좀 더 쉽고 접근 가능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남침례신학교ⓒ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남침례교 신학교(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처럼 성장하는 신학교는 대부분 온라인 강의 등록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신학생들도, (교회가 점점 세속화 되어가고 성장 일변도의 획일화된 목표에 집중하다 보니) 깊이 있는 신학교육보다는 목회 기술, 교회 마케팅 기술, 행사 기획력 등에 점점 관심이 커지는 실정이다.

 

교회의 소비지상주의

심지어 신학교육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 교단도 생겨났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회 중의 하나인 초교파 오순절 교회(Nondenominational Pentecostal Churches)는 사역자들의 신학교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스카이 제타니(Skye Jethani) 목사는, 이러한 세태를 미국 기독교의 “소비지상주의(consumerism)”라고 부른다. 그는 교회들이 목회자들의 신학 학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예 신학 공부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목회자의 자질은, 설교로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혹은 대형교회를 운영할 비즈니스 능력이 있는가를 더 본다는 것이다.

신학 공부를 못해도 목회는 잘 한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보았다. 신학교 졸업하고 목회 현장에 가면 새롭게 다 배워야 한다는 권면도 무수히 들었다. 물론 신학교에서 목회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배울 수는 없다. 하지만 3, 4년 신학교에 등록해서 열심히 공부해도 다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소홀히 하고도 훌륭한 목회자가 될 수 있다거나, 신학교육이 필요 없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신학교는 양질의 커리큘럼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목회 예비생들은, 신학교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깊이 있는 신학 교육을 받고, 전인격적인 수련을 받는 것도 필수적이다.

신학교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신학교가 비즈니스 측면에만 치중하는 것은 염려스럽다. 신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지식만 쌓는 학문이 아니다. 신학교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지식의 습득 만큼, 인격도 함께 점검되고 성숙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목회자의 자질 또한 점검되어야 한다. 온라인 강의 위주로는 할 수 없는 영역이 많다.

신학교의 앞날은 교회의 앞날과도 직결된다. 교회가 신학교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학교가 살아나면, 미래 교회도 살아날 것이라 믿는다. 신학의 위기는 교회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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