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대법원, 손쉬운 무슬림 이혼법 규정 위헌 판결
인도대법원, 손쉬운 무슬림 이혼법 규정 위헌 판결
  • 김동문
  • 승인 2017.08.23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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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그릇된 아성이 흔들린다
인도 아흐메드아바드(Ahmedabad)에서 2015년 3월 21일 열린 무슬림 집단 결혼식에 신부로 자리한 인도 무슬림 여성들.  ⓒ Amit Dave/Reuters

무슬림 사회에 실정법 위에 서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관습법이 있다. 그 가운데는 아주 손쉬운 이혼 관행이 있다. 이혼 의사를 3번 거듭 표현하면 이혼이 확정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대표적이다. 그 이혼 의사 전달이 반드시 구두일 필요도 없고,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든, Skype, WhatsApp 의 문자 메시지로도 가능하다는 식이다. 물론 나라마다 어디까지 3번의 딸라끄(talaq, 결혼으로부터의 떠남 즉 이혼을 의미함) 이혼 통보가 유효할 것이냐를 두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이 경우 여성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인도 대법원이 지난 22일 낸 판결이 주목을 끈다. 남편의 3번에 걸친 이혼 의사 통보로 강제로 이혼당한 7명의 무슬림 여성이 소송을 제기했다. 인도무슬림여성운동이 이 소송에 같이 했다. 인도 대법원 재판부는 지난 3달 동안 이 건에 대해 심리를 했다. 인도 대법원은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5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법관 5인중 3인이 위헌 의사를 밝힘으로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 의사를 3번만 통보하면 즉각 이혼할 수 있도록 하는 무슬림의 관습은 인도 헌법에 위배된다며 정부는 이러한 관행을 종식시키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라고 판결했다. 그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현행 법 규정은 6개월간 그 효력이 중지된다.

그런데 인도에서 왜 이슬람 법 규정이 적용되고 있을까? 다종교 사회이지만, 인도의 법 적용은 1억 7천 만 명에 해당하는 무슬림의 경, 무슬림 관습이 반영된 민법이 적용되곤 한다. 결혼, 이혼, 상속, 입양 등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적용 대상이다. 이것은 샤리아 규정의 적용이다. 샤리아 법은 대개의 경우 이 같은 민법에 적용된다. 이슬람 다수 국가에서도 이 민법 규정은 무슬림에게 적용된다. 기독교인의 경우는 결혼, 이혼, 상속, 입양 등의 규정과 절차가 다르게 적용된다. 한 편 인도의 법 정신에는 무슬림, 기독교, 힌두교인 등을 종교적 법률을 지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 반영되어 있다.

이번 판결은 두고 인도 무슬림 사회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도무슬림여성운동(Indian Muslim Women's Movement)의 (공동 창시자) 자키아 소만(Zakia Soman)은 "오늘은 우리에게 매우 기쁜 날이다. 역사적인 날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무슬림 여성들이 법원과 의회로부터 정의를 되찾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 인도무슬림법위원회(India's Muslim Law Board)는, 묘한 반응을 드러냈다. 3번 딸라끄 이혼 관행이 잘못된 것은 인정하지만 법원이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반대한다, 무슬림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인도 아흐메드아바드(Ahmedabad)에서 2015년 3월 21일 열린 무슬림 집단 결혼식에 신부로 자리한 인도 무슬림 여성들. ⓒ Amit Dave/Reuters

이번 판결에 따라 인도 정부는 '딸락'이라는 말을 3번 부인에게 한 남편은 즉각 아내와 이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인도의 무슬림 이혼법 규정을 수정해야만 한다. 이처럼 오래된 무슬림 사회의 가부장제적인 관습법은 여러 곳에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의 무슬림 민간 단체인 BMMA(Bharatiya Muslim Mahila Andola) 연론 조사 결과 응답자 4,710명의 여성 중 92% 3번 딸라끄 이혼 관행에 대한 전면적인 무효화를 찬성한 바 있다. 이슬람 세계 곳곳에서도, 시민사회에 의해, 정부 차원에서, 가부장제에 바탕을 둔 오래된 잘못된 관행을 바꿔나가는 수고가 이어지고 있다. 강간범이 피해자와 결혼하면 감옥 면제를 받는 악법 조항 폐지도 늘고 있다.(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7606)

사실 예수 시대에도 이 같은 쉬운 이혼이 남자 일방에 의해 주어졌다. 그 오래된 묵은 관행은 바로잡혀야 한다. 그것이 이슬람 사회이든 기독교, 서구 사회이든 그 영역에 제한도 예외도 없다. 한국 사회, 한국 교회와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가부장제 질서에 의해 지탱되고 강제되는 그릇된 법과 제도, 관행은 바로 잡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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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에 바탕을 둔 법과 가치, 종교의 이름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가해지는 여성혐오와 차별이 사라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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