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가 높은 것이 뭔 문제라고
해발고도가 높은 것이 뭔 문제라고
  • 김동문
  • 승인 2017.08.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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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무대, 평면이 아닌 입체로 인식해야
성경 속 지형지물을 이해하는 것은 성경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붉은 색 표시부분이 예루살렘이다. (ⓒ 구글 지도 갈무리)

성경 연구자와 설교자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성경 본문 속 공간에 대한 지정학적 위치이다. 눈으로 그 장소를 읽을 뿐이다. 그곳이 산지인지 평지인지, 경사지인지 광야인지, 숲 지대인지, 고지대인지, 저지대인지, 강가인지, 호숫가인지도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또 한 장소와 다른 장소를 잇는 길이 가파른지, 곧은지, 거친지도 무관심하다. 그냥 장소 이름만 기억할 뿐 그 실체가 없다.

기원전 701년 경 앗수리 왕 산헤립에 의해 라기스 성이 함락되는 장면 부조 벽화(이라크 모술 니느웨 성 유적지 벽면)

그러나 우리가 특정 장소를 떠올릴 때, 최소한 3D 이상으로 입체적으로 연상하는 것처럼 성경 본문 속 무대도 그렇게 이해하고자 애를 쓸 필요가 있다. 성경 속 인물들은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어떤 이들처럼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오고가는 타임머신 탑승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원후 70년 로마군에 의해 함락되는 예루살렘

A 목사는 “유대인 어린이들에게 솔로몬과 아합 왕 중 누가 나쁘나갸 물으면 ‘솔로몬’이라고 대답하는데 하나님 보실 때 솔로몬이 더 악한 왕”이라며 “열왕기는 솔로몬의 죄를 3가지로 지적한다”고 설명했다.
... (중략) ...
세 번째는 말(馬)과 전차다. “열왕기상 9장에는 솔로몬이 갈릴리 북쪽 하솔과 므깃도, 게셀에 수만 마리의 말을 키우고 말이 끄는 전차를 만들었다. 전차는 평지에서나 유용하다”면서 “그런데 해발 800m 산지인 예루살렘에 전차를 두는 것 자체가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 A 목사의 강의 내용 관련 N매체 보도

게셀(텔 게셀), 지중해 연안 블레셋 평야지대와 유대 산지 그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 구글 지도 갈무리)

강연 내용 자체가 아닌 언론 보도에 바탕을 두고 그 발언의 정황을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드는 의문은 많다. A 목사는 해발고도를 엉뚱하게 사람 살 수 없는 산꼭대기로 연상하는 것일까? A 목사가 이렇게 말하는 그 근거나 논지가 자연스럽지 않다. 해발고도, 평지, 전차에 상관성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고원 평야 지대도 존재하고, 낮은 구릉지도 있다. 1000, 2000 미터 넘는 고지대에 자리한 도시 문명도 적지 않다. 고도가 높은 것이 평지냐 산지냐의 조건이 아니다. 해발 고도 750미터 정도 되는 현대 도시 예루살렘에 수많은 차도, 군사용 전차도, 사람들도 몰려 산다. 대도시도 형성되어 있다. 그 옛날에도 지금과 규모 차이가 크지만 나름 큰 도시를 이뤘다.

하솔(텔 하솔), 낮은 구릉지 위에 자리잡고 있다. (ⓒ 구글 지도 갈무리)

‘평지’는 고도와는 무관하다. 전차의 활용에 있어서 평지 여부가 관건이 아니다. 지질이 문제일 뿐이다.

므깃도 이스르엘 골짜기 전체를 전망하는 요충지이다. (ⓒ 구글 지도 갈무리)

북부의 하솔, 중부의 므깃도, 남부의 게셀 등에 군사 도시를 만든 것은 지리적으로는 요충지에 세운 것이 맞다. 전투가 일어나는 중심지에 기지로서 초소로서, 요새로서 말이 끄는 전차 부대를 배치한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므깃도 언덕, 그 주변으로 이스르엘 평야가 보인다. CC. AVRAM GRAICER

요새 도시와 그 주변 지형을 둘러보자. 하솔 주변의 평야(골짜기), 므깃도 주변의 이스르엘 평야(골짜기), 게셀(해발고도 225미터) 주변의 평야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성경에서 ‘골짜기’로 부르는 장소는 계곡을 말하기 보다, 산과 산 사이에 있는 공간을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보면 골짜기도 수 킬로미터, 수 십 킬로미터가 되어도 골짜기로 부른다. 요단강 골짜기 지역이나 홍해에서 사해로 이어지는 176 킬로미터 길이, 7-18 킬로미터 폭의 아라바 골짜기, 이스르엘 골짜가기 대표적이다.

아라바 골짜기(광야)는 홍해에서 사해로 이어지는 176 킬로미터 길이, 7-18 킬로미터 폭의 공간이다. (ⓒ 구글 지도 갈무리)

성경속 표현에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투영한 채로 읽는 것을 때떄로 자기 투영일 때가 많다. 이것을 성경적이라는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같은 단어에 다른 존재감, 정체성, 의미가 담긴 것은 너무나 많다. 구글 지도 기능과 수많은 이미지 검색이 가능한 이 시대에, 성경 속 무대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 여행, 공간 여행은 중요하다. 성경 본문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해석하기 전에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성경읽기에서, 성경 속 무대(현장)의 지형을 고려하지 않는 자의적인 해석은 경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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