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그날처럼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 생각
오늘을 그날처럼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 생각
  • 김영웅
  • 승인 2017.08.27 0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뒤늦게 본 영화 About Time (2013) 단상
영화 About Time(2013) 포스터

우리의 삶에 연습은 없다. 우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시간 속 오늘을 살아간다. 과거의 관성은 우리의 오늘을 어제와 같이 옭아매려 하고, 미래를 향한 우리의 야무진 꿈은 우리로부터 오늘을 희생제물로 삼게 만든다.

어제 밤, 영화 "About Time (어바웃 타임)"을 봤다. 미국에 오고 나서 영화와 많이 멀어졌기에 이런 영화가 존재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이철규 원장의 "오늘을 그날처럼"(새물결플러스, 2017)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그의 강연에서도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소재였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어제서야 비로소 보게 된 것이다. 인생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만남들로 이루어지는 새롭고 창조적인 조합들의 연속이다. 그 시공간과 많은 만남들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와버린다. 이런 사실을 직시한다면, 어쩌면 우리가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은 매 순간 생각보다 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표면적으로 내게 남은 여운은 여주인공 메리 (레이철 맥아담스)의 소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남자 주인공이었던 팀 (도널 글리슨)의 어눌한 이미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팀의 아버지의 가슴 뭉클해지는 아버지 역할, 그리고 그 외 코믹한 여러 명의 조연들의 연기였다.

그러나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는 가문의 비밀을 사용하여 실제로 원하지 않았던 현실을 과거로 돌아가 바꾸는 모험을 감행하는 팀의 활약은 공상과학적인 픽션을 베이스로 하고는 있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러한 픽션에 있지 않았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여 오늘을 다시 사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것, 오늘을 두 번 사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의미와 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세를 가다듬게 하는 데에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 개인적인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가역적인 픽션의 소재는 결국 언제나 준비 없이 훅 와버리는 시간의 비가역적인 논픽션의 현실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 주었던 것이다. 즉, 이 영화는 아마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해도, 절대 다시 오지 않는 오늘을 그 어떤 날보다도 소중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를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시간 여행은 사실은 유일한 현재의 소중함을 부각시키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아버지와 아들이 어린 시절 해변가에서 산책하는 시간으로 함께 돌아가는 꿈같은 픽션도 암에 걸려 죽는 운명을 받아들이시는 아버지의 마음의 중심을 생각하면 아름답기만 했다. 아버지의 조언대로 팀이 하루를 두 번 사는 시도를 하는 중에 그의 얼굴 표정과 몸짓, 그리고 삶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가 변화되는 장면 역시 내 안에 깊숙하게 숨겨져 있던 무언가를 건드리고 드러내어 결국 눈물이 나오게 만들었다.

결코 똑같지 않은 각자의 삶에서 매 순간 일어나는 창조적인 시공간에 귀 기울이고 그 가운데 만나게 되는 여러 만남들을 보다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 알고 보면 그것은 내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과거와 미래에 묶여 현재를 희생시키고 있는가. 다시 오지는 않을 이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는 것을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여기고 그냥 흘려 보내고 있진 않은가. 우리가 그토록 얻고 싶어하는 행복의 조각들을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도 버리고 있진 않는가?

종말론적 삶과 신앙은 비단 기독교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을 그날처럼 살아가는 삶의 자세는 기본적으로는 기독교인이 아닌 인간에게 허락된 행복의 근간일지도 모른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노트북을 닫고 탁상 전등을 껐다. 방으로 가니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곤히 잠들어 있다. 이 순간이 나의 현재, 나의 오늘, 나의 지금이다. 안고 키스를 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영화 About Time 속 한 장면

나에겐 해변가 산책의 순간으로 돌아갈 능력이 없다. 그러나 이 순간 나는 그 해변가 산책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삶.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앙을 자신의 안위만이 아닌 이웃들에게 흘려 보내는 삶. 나누고 더욱 풍성해지는 삶. 나는 그런 오늘을 오늘도 살아가길 간절히 원한다. 두 번째 오늘을 살아갈 때 팀의 얼굴에서 느껴졌던 그 웃음. 그 여유가 오늘 내게 있길 원한다. 오늘을 그날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