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과 회복의 여정을 엿보는 기쁨 누리기
방황과 회복의 여정을 엿보는 기쁨 누리기
  • 김경아
  • 승인 2017.08.29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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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빈자리 | 도널드 밀러 | IVP | 2014

 

아버지의 빈자리 | 도널드 밀러 | IVP | 2014

2014년에 읽은 책인데,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생각나서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세상에나 이게 웬일, 내가 그때 이 책을 어떻게 읽었나 싶을 정도로 보석 같은 구절을 새로 많이 발견했다. 몇 년 전에는 이 책이 이 정도로 좋은 책인지 왜 몰랐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그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해였다. 당시 내게는 어떤 책도 현실만큼 절박하지 않았던 거다. 그때는 사실 저자인 도널드 밀러가 남성이기 때문에, 남성 작가 중에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은 게 아닌가 싶었다. 좀 과대평가 된 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엄마와 자기를 내버려두고 떠난 아버지를 향한 무관심과 상처 사이를 오가던 저자는 자기의 이야기를 꺼낸다. 아버지 없이 살면서 겪은 내외적인 어려움, 참다운 남자란 무엇인지 모델이 되어준 존과 그의 가족 이야기, 아버지를 상실한 저자가 남자아이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천하기까지, '아버지'를 중심으로 본인에게 일어난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책이다.

시종일관 시크하게, 어떤 측면에선 무미건조하게 서술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은 그의 시각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언젠가 내가 나의 이야기를 써서 책을 낸다면 이 작가처럼 쓰고 싶어졌다.렇게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은 게 아닌가 싶었다. 좀 과대평가 된 건 아닌가 의심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특히 저자가 아이젠하워의 글을 인용하는 부분은 매우 감동적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그의 부모가 처음부터 자기 인생의 향방을 결정지은 어떤 전제, 즉 모든 아이가 자기가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안다면 세상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는 가정에 근거해서 행동했다고 말했다...아버지 없는 아이만 자기가 소중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아니다. 대부분이 다 그렇게 느낀다. 자기가 이 세상에 없으면 자기 가족도 무너진다고 믿으면서 크는 게 어떨지 상상할 수 있겠는가? 모든 아이가 그렇게 배우며 자란다면 이 세상은 완전히 딴 세상이 될 것이다.

어렸을 적에 내 아버지는 물리적으로는 존재했으나 심리적으로는 늘 부재 상태였다. 그나마 몇 년 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이젠 그와 물리적으로도 이별했다. 하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내 인생에 목적이 있다고 말해 줄 아버지, 내가 있어야 우리 가족과 온 세상이 더 행복해진다고 말해 줄 아버지가 간절"히 그립다. 여전히 그렇다. 이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무색해진 세 딸의 엄마가 되었으면서도 말이다.

이 책은, '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라는 느낌에서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믿음을 갖기까지, 저자의 방황과 회복의 여정을 엿보는 기쁨을 준다. 우리의 영혼이 그토록 갈망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소속감이라는 것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앞으로 이런 책을 꼭 한번 써보고 싶다.

 

글쓴이 김경아는, 입양, 성, 연애와 결혼, 자녀양육, 죽음 관심자로, 글도 웬만큼 쓰고 불러주면 강의도 어느 정도 잘하는 IVF 학사회 <소리> 편집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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