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안전 거리를 두게 되는 거?
하나님과 안전 거리를 두게 되는 거?
  • 김경아
  • 승인 2017.08.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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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가면 | 러셀 윌링엄 | 원혜영 |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 2006년
관계의 가면 | 러셀 윌링엄 | 원혜영 |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 2006년

지난 주에 남편과 제대로(?) 싸웠다. 둘째가 '자기 평생 처음 보는 모습'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애들 앞에서 큰소리를 냈다. 게다가 울기까지 했다. 우는 건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내 뜻을 전달하다가 남편이 보이는 태도에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목이 메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사소한 승리(?)를 많이 거두어서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이번에 문제의 발단이 된 사건에도 나는 자신만만했다.

내가 결혼생활 내내 이랬던 건 아니다. 결혼관계 안에서 내 행동, 태도, 실수 등에 대한 남편의 사소한 지적을 나는 견딜 수 없어 했다. 남편이 지적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었고, 내가 예민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자기비하에 빠졌고 거기서 빠져나오는 데 사력을 다해야 했다. 간혹 자기비하가 성찰과 반성과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지만 그건 아주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이번 사건도 그렇게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건강하고 가뿐하게 잘잘못을 가리고 털어내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체한 듯 갑갑한 상태에서 책꽂이에 꽂혀 있던 "관계의 가면"을 꺼내들었다. 2006년에 발행되었고 색연필로 줄이 그어져 있는 걸로 봐선 한때 열심히 읽었던 모양이다. 근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열심히 읽어보았다.

상담가인 저자는 우리가 실제로 우리 자신에 대해 잘 모르며, 감추어진 핵심신념과 관계의 가면이 다른 사람들과 친밀해질 수 있는 능력을 무력하게 한다고 말한다. 관계의 가면이란, 우리가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 시절에 형성했던 관계 맺는 유형이다. 관계의 가면이 다른 사람을 깊이 아는 것과 나를 알리는 데 장벽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관계 맺는 방식은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 그대로'이기 때문에 관계의 가면을 알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매일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것들과 싸운다. 이것들은 내가 하나님과 사람들과 관계 맺는 데 장애물이 된다. 허물어뜨려야 하는 견고한 요새와도 같은 우리의 마음에서 관계의 가면은 벽이요 핵심신념은 벽돌이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가 분류한 7가지 핵심신념 중에서 내게 해당하는 것을 찾아보니,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 없다", "친밀한 관계는 고통을 가져다줄 뿐이다", "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다"와 같은 신념을 무의식 속에 가지고 있었다. 혼자서 알아서 잘 하는 삶, 이게 내가 살아온 신념이다. 관계보다 일이 우선이다. 이런 벽돌을 소재로 관계의 가면 6가지 중에서 나는 '자기 비난자 유형'과 '공격자 유형'을 왔다갔다 하며 사는 것 같다. 물론 각 유형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본문에는 각 유형이 하나님과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힌트와 팁을 제공한다.

어려운 관계,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관계는 쓴물을 삼키는 느낌으로 꿀떡 삼켜버리고 살아온 것 같다. 안 보고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과 아이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 나이에 여전히 관계의 문제를 고민하는 게 영 마땅치 않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관계 맺는 방식의 문제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하나님과 안전 거리를 두게 되는 거라고 저자는 말했다. 책을 다 읽기는 했는데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 읽고나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말기를, 내 평화를 깨뜨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니 갈 길이 멀었다는 건 확실히 알았다.

 

글쓴이 김경아는, 입양, 성, 연애와 결혼, 자녀양육, 죽음 관심자/ 글도 웬만큼 쓰고 불러주면 강의도 어느 정도 잘하는 IVF 학사회 <소리> 편집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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