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현상의 '쇼킹한' 진실을 마주하다
이슬람 현상의 '쇼킹한' 진실을 마주하다
  • 김재영
  • 승인 2017.09.01 0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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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 김동문 | 선율 | 2017년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 김동문 | 선율 | 2017년

며칠 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그런데 이 책은 사실 많은 우리 한국인 크리스천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잘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실을 손가락으로 꼭꼭 짚어가면서 알려주면서 '너, 틀렸어... 잘못 알았어...'라고 지적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무슬림? 이슬람? 조금 궁금하기는 해도 깊이 알고 싶어 하는 주제도 아니고, 알고 싶어 할 대상의 사람들도 아니다. 많은 한국인 대부분에게 무슬림들은 자주 부닥치게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

과거 CNN 뉴스에서 나오는 중동문제에서 이스라엘과 반목하거나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 중동이 석유를 가지고 부자가 된 사람들, 여성들은 히잡이나 부르카를 쓰고 남자들은 터번을 쓴 사람들, 수평선이 보이는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가는 사람들 정도로 스치듯 지나치는 사람들이고 이슬람은 그들의 종교였으며, 중동건설의 붐이 있었을 때 그 중동달러의 일부를 벌어들일 수 있던, 가난한 우리 노동자들의 해외 진출지, 그것이었다.

한국 교회는 이슬람세계의 일상에 주목할 여유나 의심을 갖지 못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그러나 불과 10여년 사이에 이 무슬림과 이슬람이 한국인의 인식과 삶에 쇼킹하게 파고 들어왔다. 그 기세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 교회들과 기독교 신문 및 방송들 가운데서 무슬림 및 이슬람 이슈는 강력한 호기심과 함께 커다란 충격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슈가 되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되어 있다.

하나는, 산업화한 한국사회의 발전과 더불어서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유입된 까닭이다. 주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지 출신의 노동자들은 무슬림이 많았다.

둘째, 이라크에서 목숨을 읽은 고 김선일 씨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희생당한 고 배형규 목사와 고 심성민 씨의 죽음이다. 셋째, 인터콥 선교 활동의 문제점이다. 넷째, 과거와 현재의 이슬람 지역 선교의 문제점이다. 다섯째, 넓게 그리고 깊게, 이슬람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미복음주의의 선교적 입장이 제시하고 있는 대립적 구조다.

위에 적시하지 못한 몇 가지 다른 요인들도 작용하고 있겠지만, 이상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교회들을 중심으로 해서 한국사회 전반에 이슬람 종교와 그 우산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들 및 그들의 삶에 대한 편견이 스며들게 되었으며, 실로 이슬람 곰포감 또는 혐오감을 뜻하는 ‘이슬람포비아’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과 배제가 작동하게 되었다.

한국인의 인식과 삶 가운데 무슬림과 이슬람이 쇼킹하게 파고들어왔다 라고 썼는데, 이 현상을 가만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인의 인식과 삶 가운데 파고들어온 것은 무슬림들 자신들이나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이 아니다. 이 쇼킹한 현상 가운데서 이슬람이나 무슬림은 전적으로 수동적이다. 무슬림들과 이슬람은 어떤 한국인들과 한국교회들의 호들갑 속에서 굉장히 무서운, 무시무시한 괴물로 등장한 것이다. 그들이 능동적으로 한국인들 속에 밀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그렇게 밀고 들어오고 있고 이미 들어와 있다고 떠벌려진 것이다. 이것이 무슬림 존재, 이슬람 현상의 '쇼킹한' 진실이다.

김동문은 어떤 한국인들의 이슬람 인식 그리고 무슬림들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들을 꾸준히 지적해 온 저자다. 이번 책도 그 일련의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 어떤 진술들은 앞서 냈던 책들에서 읽었을 법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그렇지만 이번 책의 가장 큰 기여는 사실 무슬림들과 이슬람을 대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들'을 드러내주고 반사시켜주고 폭로해주고 있다는데 있다. 그리고 트윗과 카카오톡, 페이스북과 블로그라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우리가 얼마나 쉽게 조작되는 가짜 정보에 의해서 휘둘리고 속아 넘어가는지를 각성하게 해준다.

한국교회는 무슬림의 일상에 주목하기 보다, 문제집단의 폭력과 테러에 주목하고, 가장 큰 테러의 피해자가 바로 무슬림이었다는 사실에 둔했다. (요르단 암만)

그런 점에서 김동문의 여러 책들이 이미 나왔지만, 할 수 있는 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이 책 자체의 구체적인 수많은 내용과는 별개로 우리 자신은 얼마나 심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으며, 자기 세계 속에만 갇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은근히 동시에 노골적으로 얼마나 공격적인지, 그리고 얼마나 자기 고집에만 사로잡혀 있는 완고한 고집쟁이들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책은 엄청난 기여를 하면서 나름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다.

신앙의 열정과 선교 열정으로 주여 삼창을 외치며 적개심을 고취하고 있는 우리의 실상은 .... 허탈하다, 참으로...!

 

글쓴이 김재영 교수는, LA에 있는 국제개혁신학교(ITS)에서 강의하며 목회자 갱신 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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