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돋는 햇살 같은 사람을 위한 책
아침에 돋는 햇살 같은 사람을 위한 책
  • 방영민
  • 승인 2017.09.06 0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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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 잠언의 의 개념 연구 | 새물결플러스 | 2017년
유선명 | 잠언의 의 개념 연구 | 새물결플러스 | 2017년

서론 어릴 때부터 유명 강사나 연예인이 강단에서 하는 말이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키우고 싶으면 총 31장으로 구성된 잠언을 하루에 한 장씩 읽게 하라는 것이었다. 잠언을 읽는 목적이 인생성공과 지혜로운 삶을 위해서이니 아주 좁고 제한적인 범위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잠언이 결국 그 정도의 목적일까? 그런데 실제 우리는 잠언을 대할 때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순간들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싶어서 읽는다.

그러나 잠언이 인생의 도약을 위한 보석이 숨겨져 있는 책일까? 읽지 않고 찾지 않으면 인륜의 뜻을 거스르고 어리석게 살아가니 반드시 읽어서 인생 역전을 이뤄야 하는 책일까? 잠언은 우리에게 결코 그 정도의 지혜를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각 교훈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격언들을 모아놓은 교훈집이 아니다. 내적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 도덕 담론이며 분명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말씀이다.

저자는 말하길, 잠언이 일반적인 의미의 지혜를 주기 위한 책이 아니라 우리에게 의를 가르쳐주고 의를 심어주어 의로운 성품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는 책이라고 말해준다. 기존에 의라고 할 때 우리는 사회정의와 관련된 측면으로 의를 설명하고 적용해 왔는데 그것과 다른 의를 제시한다. 그리고 의는 성경신학적으로도 칭의를 중심으로 구원론적으로 해석되어 왔는데 잠언의 의는 그것과도 다르며 예언서에서 선포하는 의와도 다른 개념을 제시한다.

책은 잠언의 ‘의’라는 개념을 윤리학적 신학적 비교문학적으로 검토하고 여러 학자들의 견해들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개념을 정의한다. 바로 잠언에서 말하는 의로움은 “구체적인 행동을 넘어 인간 혹은 신적 개체 전체가 갖는 통합적 특성으로서 도덕적 선택에서는 반듯함으로, 사회적 거래에서는 공정함과 자비심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라 정의한다. 즉 잠언의 의는 기존 구약학계에서 정의되고 연구되어진 의의 근본을 보여준다.

요약

책은 총 6장으로 구성 되었는데 1장 “서론”에서는 구약에서 체데크와 체다카의 의미와 관련하여 영혼의 건강, 언약의 연결 고리, 통치 행위, 공동체적 신실성, 질서, 구원, 번영, 야웨의 행동과 그를 향한 충성, 관계성, 공의 등 다양하게 사용된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한 가지 의미 발견에 실패한 것이며 그래서 저자는 의로움에 대해서 가설을 세우는 작업을 한다.

2장 “의로움에 관한 성서학적 이론들”에서는 의로움에 대해 옳음의 기준을 제시하는 규범의 문제와 옮음을 판단하는 집단 내의 관계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의로움은 둘 중에 하나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다. 그리고 성경에서 나타나는 의로움을 영혼의 순전함과 구원과 능력, 세계 질서와 인과율 그리고 사회 개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이 잠언에서 말하는 근본적인 의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3장 “잠언이 묘사하는 의인”에서는 잠언이 의를 강조하기 위한 서술방식을 설명한다. 바로 잠언이 이분법적 인간학(의로운 사람과 사악한 사람, 현명한 사람과 우매한 사람, 근면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 저자는 책에서 이것을 이진법으로 적고 있다. - 편집자주 )을 선택하여 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는 구약성경에서 나오는 의인을 법률적, 사회적, 제의적 맥락에서 보여주고 잠언에서 말하는 의는 유력함과 공감능력 그리고 현명함과 행복함이라고 설명한다.

4장 “의인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에서는 잠언이 의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전범으로서 그 모습을 닮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제시한다. 또한 의로운 성품의 함양은 짧은 기간이 아니라 사람의 인격 전체가 씨름해야 하는 길고 어려운 과정이다. 의로움이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의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얻어지는 획득된 성품이다. 결국 의인은 의를 향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것이다.

5장 “의로움의 칭송: 잠언의 평가 담론”에서는 잠언이 상충하는 가치를 놓고 어떤 문예적 장치를 통해 가치 판단을 하는지 보여준다. 잠언이 사용하는 평가담론은 ‘A가 B보다 낫다’와 ‘B와 Y를 갖추는 것이 A와 X를 갖는 것보다 낫다’는 식의 비교우위 형식이다. 이것을 통해 독자들은 의가 무엇이라는 정의 대신 지혜와 의가 가장 탁월하고 추구해야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내재적이고 영원한 가치의 소중함을 선택하게 된다.

고대 이집트의 지혜문학의 진수중 하나인 프타호텝의 지혜록(Instruction of Ptahhotep). 프타호텝은 주전 2414-2375년 사이에 고위 관리를 지냈다.

6장 “잠언의 의: 이집트 지혜 문학과의 비교”에서는 고대 이집트 문헌과의 비교를 통해 잠언의 의를 비교 분석한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잠언이 고대 근동의 작품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 공통점은 이분법적 구조가 있고 도덕적이고 의로움이 있는 조용한 인간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반면 차이점은 잠언의 의는 인성 전체를 의미하고 풍요한 삶의 원리로 내면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7장 “잠언의 의: 시편과의 비교”에서는 잠언과 비교하여 시편에서 의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설명한다. 잠언은 의에 초점이 하나님의 의로움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교훈적 도덕적 관점에 집중되어 있고 시편은 자신의 처지를 놓고 하나님께 대담한 질문을 던지거나 하나님의 의로움을 요청하는 시인의 심경을 보여준다. 그러나 잠언이 사회적 제의적 의의 실현보다 사람의 성품 속에 내면화된 의를 더 강조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기여 및 전망

기존 구약신학에서 지혜문학은 소외되어 왔고 그 구조와 특징이 다른 성경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잠언이 구약성경을 더 풍성하게 하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비밀을 더 가르쳐주어 구약신학을 보완한다고 한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메시지가 지혜문학에도 가득하고 바른 인간상이 담겨있으며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의도를 품고 있으니 구약이 더 온전해지는 것이다.

또한 고대 근동과 문학과의 비교를 통해 잠언이 떠돌아다니는 말을 모아 놓은 것도 아니고 기계적으로 쓰여진 것도 아니라 그 시대의 가치관과 문화를 반영하여 쓴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성경이 인륜을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사회적이며 국가적인 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잠언을 비롯한 성경이 단순히 믿는 자들에게만 의미 있는게 아니라(물론 구원적인 면에서는 다르겠지만)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고 유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저자는 잠언의 목적이 지혜자가 아니라 의인의 양성이라고 정의하고 그것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지혜와 의를 분리하지 않고 둘은 상호 역동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의로운 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혜를 가져야하고 지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의를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분명히 잠언이 의를 강조하고 그 의는 인격이고 성품이며 그의 존재 전체라는 것을 짚어준다. 그리고 의인은 그 의를 갈망하고 추구하고 그것을 신실하게 행하는 자인데 잠언은 그것을 체화시키고 실천하도록 도와준다.

며칠 전 뉴스를 통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피해자의 상태를 보니 친구를 향해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전혀 양심의 가책이 없고 어차피 살인미수니 더 구타를 한다. 도덕성과 인간성과 경건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 있는 것은 살기와 잔인함과 굳은 양심이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러한 폭력은 우리 사회에 가득할 것이다. 의가 부재하고 의인이 줄어드니 사회가 불의로 가득한 곳이 된다.

그럴수록 이 사회는 의에 대하여 주리고 목마르게 될 것이다. 책은 단순히 의를 관계성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규범적이고 관계적인 것을 함께 주장한다. 또한 의는 사람 안에 심겨지는 도덕적 윤리적 성향이고 전 존재이니 그 의가 의인을 형성해가고 그 의인은 덕스럽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이 잠언이 신자들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거룩과 경외로 나가게 할 것이고 비신자들에게는 바른 인간상을 그리도록 도와줄 것이다.

결론

성경에서는 의는 단순히 구원론적 관점에서만 정의될 수 없고 관계론적으로도 충분하다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잠언에서 말하는 의는 성경에서 말하는 의라는 것을 온전하게 한다. 그 의는 한 사람의 전 인생인데 그 심성에 심겨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메시지이다. 그 의로운 성품은 그 인생을 떠오르는 햇살처럼 빛나게 할 것이고 정오에 해처럼 찬란하게 할 것이다. 이 의가 오히려 구원의 개념을 더 풍성하게 하고 하나님의 목적을 드러낸다.

의인은 단순히 하나님과 바른 관계로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의인은 유용성보다는 정당성을 기준으로 도덕적 선택을 하고 일회성보다 영원성을 우선시 하는 사람이다. 의인은 의의 씨앗을 뿌리고 의로움을 추구한다. 의의 실현을 계획하고 그것을 꿈꾼다. 그는 그것을 통해 바른 관계를 증명하는 사람이다. 의는 지식과 실천이 일치하는 내면화된 성품으로 자신을 풍요롭게 하고 덕스러운 사회를 지향한다. 잠언을 통해 진정한 의의 개념을 통찰해보며.... 

 

글쓴이 방영민 목사는, 열린교회 부목사/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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