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문 목사의 '술', 다시 읽기 (1)
성기문 목사의 '술', 다시 읽기 (1)
  • 김동문
  • 승인 2017.09.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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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근동의 일반 백성들의 음주 문화 근거로는 부족
포도에서 포도주로.. 고대 이집트의 포도주 생산 과정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책, 유명한 책, 영향력이 있는 책을 뒤집어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저자 따라하기(저자의 말투, 글투, 생각 등)가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를 멀리하거나 반대를 위해 꼬투리 잡는 수고도 아니다. 저자의 고민(문제제기)을 듣고, 저자와 생각을 주고받으며, 그 문제제기에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돌아보는 수고이다.

성기문, 기독교 역사 속 술, 시커뮤니케이션, 2017

최근 한 권의 책을 접했다. 바로 이 책이다. 성기문, 기독교 역사 속 술, 시커뮤니케이션, 2017.

술에 관련한 여러 가지 정보를 모아서 이 한 권을 책을 펴낸 수고에 저자와 편집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서평을 통해, 다양한 형식의 글과 말을 통해 공유한 것이 있기에 필자는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 책에서 저자의 문제제기와 그것을 주장하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근거를 되짚어 보았다. ‘나 라면 이 문제제기에 어떻게 반응했을까?’를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그 생각을 정리했다.

 

1. 중근동과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음주 여부는, 시간과 공간, 특정 조건 속에서?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맥주를 마셨는가? 그들도 마셨을 것이다.“ - p. 41

이것이 저자의 핵심 논지로 보인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몇 가지 주요한 논거들에 대해 짚어본다. 구약 시대와 예수 시대를 다룬 부분(pp. 19-103)에 담겨 있는 저자의 입장에 대해 몇 가지 이견을 제시해본다. 책의 행간을 따라가면서 3회에 걸쳐서 성기문 목사의 책 ‘술’의 주장을 짚어볼 것이다.

오늘 첫 번째 글에서는 기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을 접하면서 필자에게는 아래와 같은 아쉬움이 다가왔다.

1) 구약 시대는 단순화 시킬 수 없다. 성경 속 이스라엘은 동일한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지 않다. 정치적 환경의 변화는 물론 경제, 사회적 변화를 초래했다. 이스라엘이 독립국가로 머물던 시절보다 이방 민족의 침략, 멸망과 지배, 수탈과 파괴를 경험한 시기가 더 많았다. 책에서 구약시대, 신약 시대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다루는 듯한데, 이런 다양한 상황을 일반화시킨다는 인상을 받았다.

2) 식민 지배 및 포로 시대는 특수한 시대였다. 특별히 예수 시대는 남 유다의 멸망(주전 586년) 이후 헬라제국의 지배와 잠시 동안의 마카비 왕조에 의한 제한된 정치적 독립(주전 142-63년 사이)의 시기, 그리고 다시금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던 시기가 이어졌다. 식민 지배로 가장 힘들 수밖에 없는 이들은 대다수의 평범한 백성들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백성들의 삶의 자리에 대한 사회, 경제사적인 접근이 부족해 보였다. 사실 왜곡된 체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분배로부터 소외당하는 피지배 계층, 즉 평범한 백성들이기 때문이다.

3)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의 질을 일반화시킬 수 없다. 같은 시대라고 하여도 그가 가진 정치적, 사회적 지위 고하에 따라 그 누리는 정도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듯한 인상을 느꼈다. 특별히 로마 제국 하에서 로마 귀족들이나 로마 시민들이 누렸다고 하는 포도주 음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던 계층이 모든 이스라엘 백성이었다고 단순화하는 것 같다.

4) 멋진 유명 브랜드 옷을 만드는 업체에서 일한다고 그 옷을 입는 것 아니다. 맛나고 고급진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서 일한다고 그 음식의 소비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일제의 침탈이 심하던 시절, 군산항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곡창지대 쌀 생산자들이 일제에 의한 수탈의 최대 피해자가 되었던 것을 떠올려 본다. 2천 년 전 로마 식민지였던 그 땅 이스라엘, 그 백성들의 삶의 자리를 조금은 더 살펴봤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웠다.

고대 이집트의 맥주 제조 장면을 담은 흙인형.

5) 맥주, 포도주의 이미지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구별 없이 뒤엉키는 듯한 느낌이다. 구약 시대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맥주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맥주는 맛과 상태, 사회적 의미가 다르다. 포도주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포도주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과 상태를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포도주와 오늘날의 포도주의 그림언어(이미지)가 뒤엉키는 것 같은 느낌이다.

 

2. 고대 중근동 사람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음주를 즐겼는가?

필자는 고대 중근동에 포도주와 맥주 음주 문화가 있었다는 것에 의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음주를 즐길 수 있었던 기회나 대상이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입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1) “독주냐 맥주냐. 민수기 28-29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독주라고 번역된 쉐카르가 언급된다. 포도주를 의미하는 야인과 쉐카르의 차이는 다음 장 포도주의 제의적 사용 부분을 참조하라. 사실 독주라는 표현이 주는 어감 때문에 혼동을 주지만, 쉐카르는 맥주가 맞다. 저자는 본문과 생태학적 고고학적 증거로 볼 때, 맥주가 맞다고 주장한다.“ - p. 41

“물론 지금까지는 쉐카르가 포도에서 만들어진 음료라고 주장하며 소수가 맥주라고 주장했으니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해서 쉐카르(독주)를 보리 맥주로 볼 이유가 충분하다.” - p.42

그러나 저자는 다수가 주장하고 있는 쉐카르를 맥주로 풀이할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소개를 하지 않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42쪽에 담아둔 내용에 대한 반론 의견도 만만치 않으나, 그 반론에 대해서는 저자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일괄적으로 독주를 맥주로 번역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기계적으로 독주를 맥주로 해석할 수 없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동의반복이거나 평행구절로 볼 여지가 있는 본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민수기 6:3이 그것이다. “포도주와 독주를 멀리하며, 포도주로 된 초나 독주로 된 초를 마시지 말며, 포도즙도 마시지 말며, 생포도나 건포도도 먹지 말지니 ”

2) “포도가 갖고 있는 향과 맛에 따른 고급함이라는 독특함 때문에 포도나무나 포도주의 형태로 고대 근동 지역 즉, 메소포타미아와 시리아-팔레스틴(소위 가나안 땅) 지역과 이집트에 보급되었고 대단한 인기를 얻게 되었다. 고고학적으로나(심지어 창세기 14:18, 27:25, 28, 37 을 통해서도) 문헌적으로 이스라엘이 살기 전 팔레스틴 땅에서도 포도를 경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 p. 43

위의 글에서는 고고학적인 근거나 문헌의 근거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 부분은 이 문장의 앞뒤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이 있다. 관련 내용은 뒤에서 다루려고 한다.

이 문장에서 언급한 성경 본문은 다음과 같다. 창세기 27장은 거부 이삭과 그 집안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창 14:18,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으니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더라." 창 27:25, "이삭이 이르되, '내게로 가져오라. 내 아들이 사냥한 고기를 먹고 내 마음껏 네게 축복하리라. 야곱이 그에게로 가져가매, 그가 먹고 또 포도주를 가져가매. 그가 마시고." 창 27:28,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를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27:37, "이삭이 에서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그를 너의 주로 세우고 그의 모든 형제를 내가 그에게 종으로 주었으며,곡식과 포도주를 그에게 주었으니, 내 아들아 내가 네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그러나 이 창세기 본문들이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일상적으로 포도주를 마셨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창세기 14:18은 예루살렘 왕과 그 왕과 어깨를 겨루는, 왕같은 지위의 아브라함 사이의 제의적, 정치적 만남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으니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더라." 창세기 14:18절,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 속에 포도주가 언급되었다고, 그것이 그 시대에 포도주 마시는 것이 일상적이었다고 추론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차지하고 있던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지위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시대에 포도주, 포도주를 마신다는 것이 지니는 부귀권세의 한 사회적 표현으로 볼 수는 없을까? 음식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3) “어원적 측면. 쉐카르는 아카드어 슈카루에서 유래되었다. ... 보리의 중요성. 보리는 광범위하게 잘 자란다는 점에서 고대 근동과 이스라엘에서 가장 유용한 작물이었다.“ - p.42

고대 이집트인의 맥주 음주. 빨대를 이용한 음주 장면이 과학적이다.

보리가 광범위하게 잘 자란다는 주장은, 시대적 배경에 제한을 두고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또한 밀과 달리 보리는 모든 지역에서 재배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오늘날도 요르단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밀이 보편적으로 재배되는 것과는 달리 보리는 헤브론, 베들레헴 주변 지역이나 갈릴리의 일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지역, 에돔과 모압 등의 보리 재배 환경과는 다른 조건 때문이다. 보리로 만든 맥주가 보편적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보완적인 연구와 방증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저자는 아래와 같은 내용에서 고고학적 근거를 언급하고 있다.

4) “이스라엘에서 포도의 인기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기온이 높고 물이 희박했던 광야 지역을 제외하고 갈릴리 고원지대와 산마루로부터 네게브 지역까지 어느 곳에서나 키울 수 있었다. 이것은 최근의 고대 이스라엘 지역 전역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과 조사를 통하여 입증되었다. “ - pp.43-44.

그러나 이런 추론은 몇 가지 난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고대 이스라엘 지역 전역에서의 고고학적 발굴 작업으로 발굴된 포도주 틀의 연대에 관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는 발굴된 포도주 틀의 현황이나 시대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언급한 인용 출처에도 사실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구약시대의 포도주 틀인지, 예수 시대 전후한 것인지, 로마제국 후기의 것인지, 비잔틴 제국, 이슬람 시대의 것인지에 따라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예수 시대에 이스라엘에서는 포도주가 일반적이었고, 일상적으로 마셨다는 논지가 공정하게 검토될 수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포도주 틀.

이 책에서 인용한 Magen Broshi의 책 Bread, Wine, Walls and Scrolls (A&C Black, 2001, p.147)에서 언급된 G. W. Ahlström의 발굴 결과 보고서도 마찬가지이다. 1978년에 발표한 그의 보고서 “Wine Presses and Cup-Marks of the Jenin-Megiddo Survey”(Bulletin of the American Schools of Oriental Research No. 231 (Oct., 1978), pp. 19-49)에 따르면 그는 모두 117곳의 포도주 틀을 발굴했다. 그러나 그가 발굴한 포도주 틀의 시대별 구분은 담겨있지 않다. Magen BroshiDML 책에서 언급된 여러 편의 포도주 틀 발굴 보고서에 따르면, 사마리아 주변 지역에 가장 많은 포도주 틀이 존재했던 것은 분명하다.

또한 포도원의 위치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식민종주국 로마제국의 포도주 내수 증대에 따른 식민지에서의 포도원 확장 정책이 벌어졌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실 현대 이스라엘에서도 포도원이 곳곳에 있지만, 모든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구약시대는 물론 예수 시대 이스라엘에서도 포도원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흔한 것도 아니었다.

필자는 고대 근동의 포도주와 맥주 음주가 있었음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관심사는 그것이 일반적이었는가? 모든 일반 백성들도 포도주나 맥주를 평등하게,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었는가 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지면의 한계 등으로 고대 근동의 일반 백성의 음주 문화에 대한 되짚어보기는 하지 않는다.

다음번 글에서 ‘구약에 나타난 술과 유대인의 음주 습관’에 관한 저자의 주장을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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