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의 음주 문화는 보편적이지 않았다.
고대 근동의 음주 문화는 보편적이지 않았다.
  • 김동문
  • 승인 2017.09.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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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문 목사의 ‘술’, 다시 생각하기 (2)
성기문 교수가 최근 펴낸 <기독교 역사 속 술>(시커뮤니케이션, 2017.) 다시 읽기 글을 연재합니다. 저자의 문제제기와 그것을 주장하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고고학적, 성경적 근거 등 여러 가지 근거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고대 근동의 생활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이나 주장을 인용하면서, 그 저자가 참고한 자료의 원 출처와 1차 자료도 짚어보는 비판적 책 읽기의 필요성도 재고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글입니다. - 편집자 주

[기사 수정 : 9일 오후 10시 15분] 이 주제를 다루면서, 다 아는 사실이지만, ‘포도주’, ‘맥주’라는 단어가 시대와 지역, 처지에 따라 다른 것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최소한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맥주, 포도주와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의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의 것은 많이 다른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알코올 유무와 소비 주체의 차이가 크다.

고대인들의 관점에서 본 술의 기원과 사용

1) “최근 고대 근동의 고고학보고에 따르면, 수메르로부터 바벨론 시대까지의 중요한 도시였던 우룩(현대 이라크의 와르카)에서는 노동자의 급여로 맥주를 주었다. 이것은 단순한 자급자족의 농경사회에서 도시사회의 집단 노동과 교역의 급속한 발전의 결과로 노동자들이 필요했고 그들에게 체계적인 급여가 필요했다는 증거로 여겨진다.” - p.22
“물론 이러한 급여로서의 맥주는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노동자들에게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군인들에게 임금의 일부로 맥주를 주었다.” - p.22.

고대 이집트에는 무알콜 식품(음식)으로서의 맥주와 술로서의 맥주가 있었다.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는 부자를 위한 맥주와 가난한 자들을 위한 알코올 성분이 없는 맥주가 따로 존재했다는 역사적 근거에 대한 검토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맥주로 적고 있지만, 그 것의 상태가 아예 다른 것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식품으로 사용하던 고대 이집트 보리 맥주는 술에 취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있다. 영양가 있고, 달콤하고, 두껍고, 거품이 없었다. 이 맥주는 불순물이 가득했기에 짚으로 만든 나무 빨대를 사용했다.

2)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맥주의 기원을 메소포타미아에서 찾는다.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최초의 문명 도시 국가였던 수메르의 업적은 문자와 맥주의 발명이다. 고대 근동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술도 신들의 작품으로 보았으며 신들에게 술을 드리는 제물로 드렸다. 이러한 관습은 고대 근동에서 주전 3000년경에도 발견된다. 수메르인들은 맥주의 여신 닌카시에게 맥주를 제물로 바쳤다.” - p.20.

이집트의 하토르 여신을 위한 '술취함의 축제'. 여성들만 참여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이와 유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음식으로서의 서민들의 맥주가 아닌 (술에) 취하는 맥주의 사용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집트의 주요 여신인 바스트(Bast), 세크메트(Sekhmet) 및 하토르(Hathor)의 축제에서는 참가자들이 여신 경배 의식으로 술 취함의 축제를 벌이곤 했다. 또한 고대 이집트에서 포도주는 부유층들이 누릴 수 있던 것이었다.

3)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맥주를 신들에게 제물로 바쳤다. 이들도 수메르 사람들처럼 죽은 이들에게 빵과 맥주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보면, 사후세계에서도 인간에게 기본 음식이 필요한 것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 p.20.

고대 이집트인들이 제물을 가지고 이동하고 있다. 기원전 2000년 경의 메케트레(Meketre) 무덤에서 출토된 흙인형.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그러나 제사를 받는 대상은 죽은 평민들은 아니었다. 죽은 자에 대한 제사에 대해 보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들은 신으로 받들어지는 존재들이었다는 기본적인 이해를 필요로 한다. 사후 세계에서도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음식이기에 맥주가 바쳐진 것이 아니라, 맥주가 신을 위한 음식이었다는 측면에서 해석할 필요가 더 있다.

4) “고대 바벨로니아의 제1왕조 6대왕인 함무라비의 법전(108조)에는 맥주의 맛과 질을 보존하는 순수법이 있을 정도로 고대인들의 관심은 지대하였다.” - Pp.23-24.

함무라비 왕(재위 기원전 1792년~1750년)이 반포한 아카드어로 된 함무라비 법전,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함무라비 법전의 관련 조항은 108조-111조이다. 한글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108조 - 술집 여주인이 (먹은) 술 값 만큼 곡물을 받지 않고, 지나친 정도로 은을 챙겼는데, (먹은) 술값이 곡물 값보다 작다면, 그 여주인은 유죄 판결을 받고, 물속에 던져질 것이다.
111조 - 만약 주막집 주인이 60꾸(실라)의 맥주를 제공한 경우, 그녀는 추수 때에 50꾸(실라)의 곡물을 그 대금으로 받게 될 것이다.

저자 성기문 목사는 ‘맥주의 맛과 질을 보존하는 순수법이 있을 정도’라며 아래와 같이 함무라비 법전 108조를 인용했다. 그러나 함무라비 법전 108조는 이렇게 번역할 수가 없다.

5) “맥주를 파는 아낙네가 값을 곡물로 받지 않고 은을 달라고 요구한다거나 좋지 않은 재료를 써서 맥주의 품질을 떨어뜨리면, 여인을 붙들어 처벌을 내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물속에 빠뜨릴 수 있다.” - p.24

함무라비 법전 내용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 대표적인 영문 번역을 같이 살펴보았다. 

* 108. If an ale-wife does not accept grain for the price of liquor (but) accepts silver by the heavy weight or (if) she reduces the value of beer (given) against the value of corn (received), they shall convict that ale-wife and cast her into the water. (Fudenberg and Levine translation, 2004)
* 108. If a woman wine seller, instead of receiving grain for the price of a drink, has received money by the large weight and so has made the value of the drink less than the value of the grain, they shall prove it against that wine seller, and throw her into the water. (J.B. Pritchard, 1969)
* 108. If a woman wineseller/tavern-keeper (feminine) does not accept grain according to gross weight in payment of drink, but takes money so that the price of the drink is less than that of the grain, she shall be convicted and thrown into the water.( L.W. King translation, 2002)
* 108. If a wine-seller do not receive grain as the price of drink, but if she receive money by the great stone, or make the measure for drink smaller than the measure for corn, they shall call that wine-seller to account, and they shall throw her into the water. (Robert Francis Harper translation, 2007)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맥주의 맛과 질을 보장하기 위한 순수법이 있을 정도’였다는 그 주장의 근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이 조항은 술값으로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것(사기죄)에 대한 처벌 조항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6) “또한 알코올을 범죄와 매춘 등과 결부시키는 시각은 기원전 2천년의 함무라비 법전에서도 나타날 정도다.” - p.24.

이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109조, 110조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 조항이 알코올을 범죄와 매춘과 결부시킨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 조항들은 범죄자를 신고하지 않은 죄, 종교법을 어긴 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09조 – (범죄)공모자들이 술집에서 모의를 하였는데, (술집)여주인이 그들을 붙잡지 않았거나 (그들이) 법정에 연행되지 않았다면, 그 여주인은 죽음에 처해질 것이다.
110조 - 만약 여신의 여사제가 술집을 열거나, 술집에서 술을 마신 경우에는, 그녀는 화형에 처해질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인용한 글의 그대로 옮기면서, 1차 자료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한 것 같다. 누군가의 글을 인용하고 그 출처를 밝히는 것을 넘어 그 참고 자료의 논증과 논거에 대한 검토는 번거롭지만 필요한 작업이다. 

이번 글에서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고대 이집트에서 포도주는 평민들의 몫이 전혀 아니었다. 그것은 신에게 드려지는 제물이었고, 부자와 권력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1]이었다. 포도주 소비자는 파라오와 왕실, 그리고 권세가들과 부자들뿐이었다. 죽은 자에게 제물로서 포도주나 맥주를 바치는 경우도 일반 평민의 경우가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술에 취한 취객을 집으로 옮기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평민들은 알코올을 마실 수 없었다.

이번 글에서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고대 근동, 특별히 이 글에서 살펴본 고대 이집트의 기록에 나타난 포도주나 맥주에 대한 내용을 통해 볼 때, 종교적 제의와 권력자들의 잔치, 의학적 용도 등 제한된 경우에, 제한된 이들 사이에 활용된 것이었다. 그것은 신에게 드려지는 제물이었다. 또한 포도주 음주 문화는 파라오와 왕실 고위 관료, 제사장 같은 종교 권력자, 부유층과 권력가들의 전유물이었다는 것이다.[4] 죽은 자에게 제물로서 포도주나 맥주를 바치는 경우도 일반 평민의 경우가 아니었다. 일반 평민들도 즐겼던 맥주는 술로서의 맥주가 아닌 음식으로 주어진 무알콜 음식이었다.[5]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고대 근동(고대 이집트)에서 대중적인 포도주, 맥주 음주 문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크지 않다. 고대 이집트의 경우 알코올로서의 포도주, 맥주에 대한 음주 문화가 일상적으로 퍼져 있었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음 꼭지글에서는 구약에 나타난 술과 유대인의 음주 습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살펴본다. 구약 시대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 음주문화가 일상적이었다는 입장을 짚어볼 것이다. 저자 성기문 목사가 책에서 언급한 구약 성경 본문들은 왕, 왕족, 귀족들의 특별한 이벤트로서의 포도주 등이 포함된 잔치와 종교적 제의로서의 포도주 사용을 언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약 시대를 시대적 특성과 개인이 처한 처지를 고려하면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나안 정복 시대, 사사시대, 왕국 시대, 바벨론 포로기, 예언자 시대, 페르시아 포로시대, 예언자 시대, 헬라의 지배기 등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그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범한 백성과 왕과 귀족, 부와 권력자들 사이의 보편성과 차이가 있었는지를 짚어볼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 시대에 일상적인 음식도 아니었으며, 보편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음주 문화를 누리고 있다는 저자의 입장에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 Lucas, A. and J.R. Harris. Ancient Egyptian Materials and Industries. (Mineola, New York: Dover, 1999), p. 16
  • John Gardner Wilkinson, The Ancient Egyptians: Their Life and Customs, Volume 1, Bonanza Books, 1988, Pp.53-54
  • Roderick Phillips, Alcohol: A History, UNC Press Books, 2014, Pp.17. 18
  • Mary Anne Murray, “Wine Production and Consumption in Pharaonic Egypt.” In The Exploitation of Plant Resources in Ancient Africa, edited by Marijke van der Veen (Springer Science & Business Media, 1999), Pp 149-169
  • J Hill, “Beer in Ancient Egypt.” Ancient Egypt Society: Beer. 2010. Web. 8 Sep.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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