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장로, 한 달만에 체포당한 사연
폭행 장로, 한 달만에 체포당한 사연
  • 노용환
  • 승인 2017.09.09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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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한인교회 장 모 장로, 체포 당일 보석으로 풀려나
치과 의사 신분으로써 도주 우려가 없어 보석으로 풀려난 가해자 장 모 장로

[미주뉴스앤조이(뉴욕)=노용환 기자] 퀸즈한인교회 수습위원회 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한 장모 장로가 사건 한 달만인 9월 6일 뉴욕 115 경찰서에서 체포되었다. 그리고 하루도 안돼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었다. 체포 당일 저녁, 장 장로는 "나 집에 잘 와있으니 걱정 말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장로 그룹에게 보냈다. 

애초, 피해자 서 장로는 가해자 장 장로와의 관계와 교회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가해자가 체포되지 않도록 조치한 바 있다. 그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사건(case)을 일 주일만에 철회(withdrawal)했기에 이번 체포는 다소 의외다. 어떻게 된 일일까? 

최초 폭행 발생일인 8월 6일 이후 병원 응급실의 규정으로 인해 사건이 접수되었고, 두 당사자간 화해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까지는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여지를 남겨 줬다. 그러나 피해자 서 장로는 화해는 커녕 점차 이상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감지하고 사건을 다시 복원시켰다. 경찰은 이러한 상황에 가해자에게 출두 명령을 내려 체포하게 된 것이다.  

▶ 괘씸죄로 몰아가기

사건 복원의 발화점은 바로 '교회 공동체의 기류'였다. 먼저 교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서장로를 당황케 했다. "어떻게 교회 내부 일을 바깥으로 들고 나가서 교회 망신을 시킬 수 있느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매스컴에 알린 괘씸죄다. 힘 없는 사람이 그럼 어디에 알리겠는가? 늘 이런 식이다. 전병욱의 피해자, 오정현의 피해자가 그렇게 당했다. 가해자 보다는 가해 사실을 있는대로 알린 이에게 손가락질 하는 문화, 체면으로 대표되는 유교적 그리스도교의 민낯이 드러난 상황이었다. (참고로 유교를 비판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 사실 은폐/조작하기

일부 인사들은 사실 조작도 시도했다. "발과 주먹으로 때린 건 아니다. 물병을 던졌다"고 사실을 왜곡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 또한 교회 망신이라는 이유에서다. 진짜 교회 망신은 무엇일까? 사건 당일, 피해자는 폭행으로 갈비뼈가 골절된 상태였고, 발길질로 인해 의자가 넘어지며 파손되는 등 누가 봐도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이렇게 다친 사람 두고 2시간 넘도록 회의를 강행한 그들의 내면이 진짜 교회 망신이다. 고아와 병자와 나그네와 같은 약자를 환대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피해자를 억울케 하려는 교회의 기류가 바로 그들이 품고 살아가는 적폐다. 

▶ 맞을짓 했다고 여론몰이 하기

더 놀라운 것은 '맞을만 하니까 맞았지'라는 추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기자는 묻고 싶다. 세상에 맞을만 한 일이 있는가? 타인의 신체를 가해할 권리는 누가 주었는가? 맷값으로 백 만원씩 쳐주던 최철원과 그 돈이면 나도 매 맞고 싶다고 하던 악플러들이 떠오른다. 최철원 맷값 파동을 모티브로 한 영화 베테랑의 대사처럼 '어이가 없다'. 표절로 이 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한 이규섭 목사는 어딘가에서 별 탈 없이 사임한 것을 다행으로 여길지 모르겠다. 법치국가 미국 한 복판에서, 그것도 교회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담화, 부끄럽고 이상하다. 

▶ 둘 다 잘못한 것처럼 징계하기

한편, 사건 후 열린 징계 위원회 결과도 이상했다. 피해자가 참석하지 않은 결과인지, 가해 장로는 2달 정직, 피해 장로는 1달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그런데, 때마침 가해 장로가 준비했던 여름 수양회와 사랑의 교실 사역이 진행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피해 장로는 징계를 조용히 받아들인 반면, 가해 장로는 징계받은 사실도 없다는 듯, 보란듯이 앞에 나서 얼굴을 내밀었다. 누구를 위한 징계인지 알 수가 없다. 
 

뉴욕타임즈(2014년 5월 12일자)에 실렸던 세월호 의혹 규명 촉구 전면 광고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피해자 서 장로의 변호인은 "한 국가의 품격은 그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의 의식수준에 달려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교회의 품격도 이와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법이라는 것은 낮은 단계의 도덕과 기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며 "교회 내에서 사랑과 구원을 논하기 전에 우선 기본적인 법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변했다. 또한 교회 자신들은 신이 다스리는 도시이기에 바깥에 있는 법이 우리를 심판할 수 없다며 인본주의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인식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즈에 동포들의 십시일반으로 세월호 광고가 나간 날, 국가 망신이라고 혈압을 높이던 그 이들과, 소수의 고통을 외면하고, 망신과 체면이라는 화두를 안고, 적폐를 덮어가며 살아가는 퀸즈한인교회 일부 인사들은 다른 사람들일까?        

끝으로, 혹자의 구설처럼, 가해자는 치과 의사고, 피해자는 택시 기사라 교회가 힘있는 자의 편에 서는 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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