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메밀꽃 축제장에서
봉평 지나며 / 하현식
강원도 평창읍에서
용평 장평 지나
대화면 칠십리
메밀꽃 피던 봉평으로 간다
허생원이 넘어지던 개울 건너
하얗게 돌아드는|
안개 자욱한 산모롱이길
입심 좋은 조선달이 떠들썩하게
침 튀기며 조랑말 끌던
|희미한 달그림자 아래
|저기압의 동이가
터벅터벅 걸어오는 몰골이 비친다
솟구쳐오르는 설움에 치받쳐
문득 멈춰 서는 발길 끝에서
장돌뱅이들은 금방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봉평장터 옆구리에 차려놓은
가산공원
그리운 이효석 흉상의 눈매는
살아 숨쉬는 듯 매섭다
봉평학교 운동장
탱자나무 울타리를 끼고 돌면
돌다리 건너
지금도 죽은 듯이 엎드린 물레방앗간
허생원의 해묵은 청춘을 이야기한다
성씨 처녀 몸매를 느낌직도 한
곰삭은 물레방앗간 문을 밀자
어린 여자의 흐느낌이 목을 멘다
그 날 이후
한 번도 돌아본 적 없는
물레방아 천치같은 바퀴를
한사코 굴리는 동안
언뜻 별빛 아래 장터쯤에서
충주집의 철 늦은 젓가락 장단이
자꾸만 귓가를 간지럽힌다.
이영렬 사진 작가는, 좋은사진교실(Good Photo Academy)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NEWS 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