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는 누구인가?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가?
디아스포라는 누구인가?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가?
  • 이태훈
  • 승인 2017.09.15 0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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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에 대한 몇 가지 관찰과 생각들.
디아스포라 현상은 전민족적, 전세계적이다. (사진 속 풍경은 벨기에 브뤼셀의 몰렌비크의 모로코 이민자 타운 이다.)

한인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 교회, 디아스포라 선교 등등 기독교 내에서 이 단어를 사용할 때는 주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동시에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주는 특별한 선교의 자원 창고로 여겨지며 각광(?) 받고 있는 개념이다.

북미, 남미, 유럽, 오세아니아의 한인 이민 2세, 3+세들과 선교사 자녀들인 MK(선교사 자녀)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동시에 한국에 이주해 오는 외국인들의 디아스포라를 "선교지"로 정의하며 이런 새로운 선교의 가능성 또한 기대감을 가지며 얘기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런 꿈들은 긍정적인 부분만을 부각시키며 현실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점과 부정적인 측면은 무시하는 듯 보인다.

디아스포라는 이민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루는 동일 종족/문화권 사람들의 커뮤니티 라고하기에는 부족하다. 스스로의 편의와 보호, 이익과 권력을 위해 담을 쌓는 폐쇄적 사회집단의 배타적인 성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를 논할 때에 가능성만 얘기하고 이 부분을 논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북미의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을 들 수 있다. 아무리 긍정적인 면들이 많다고 해도, 동시에 이들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종족적 폐쇄성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이는 단지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타민족에 대한 이러한 배타적 태도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전체에 퍼져 있으나 아무도 그것의 존재조차 느끼지 못한다. 단지 한국 문화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에 충실한 것이 한국인으로서, 한국교회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디아스포라"는 선교의 자원, 영적 가능성의 보고이기 전에 '제자화'되어야 할 영역이다. 인종과 종족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가는 여러 나라들 (특히 미국) 상황 속에서 교회가 디아스포라를 사역에 동원하거나 이용할 자원 정도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다면 '디아스포라'는 종족의 새로운 '게토'일 뿐이고, 더 심화된 종족 갈등의 씨앗을 키우는 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라는 이름으로 하는 모든 사역에 민족주의와 배타심, ethnocentrism, 인종차별에 대해 신학적인 고찰과 더불어 실질적인 해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구조적 장치가 세워져야 한다. 그렇지지 않는다면 "디아스포라"는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 보수적이 될 것이다. 이뿐 아니라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속의 "한국"을 살아가면서, Bededict Anderson이 말한 또 다른 "Imagined Community"를 세울 것이다. 새로운 모양의 배척과 새로운 패턴의 폐쇄의 담을 쌓아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될 뿐이다. 불행히도 "디아스포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행하는 대다수의 사역들 속에 민족주의가 녹아 있다. 이는 복음을 통해 거듭나지 않은 민족 우월의식까지 함께 그 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경제발전의 은근한 자만심까지 섞여 있는 것을 본다.

이런 "디아스포라" 내에서, 또는 이런 "디아스포라"에서 배출된 이들을 통해서 전파되는 복음이 과연 온전한 복음일까? 부분적 복음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제자화 할 수 없다. 교회를 약화시키고, 복음전파에 훼방이 되는 "민족인"을 배출할 뿐, 진정한 예수의 제자들이 배출되는 그러한 교회를 세워나가기는 갈수록 어렵다고 보인다. 그나마 그 폐쇄성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한인 교회를 떠나는 2세들 얘기는 이미20-30년 전 부터 나온 얘기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디아스포라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로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말씀하시고 율법사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서 찾는다. " 너도 이(사마리아인)와 같이 하라." 멸시받고 미움 받는 변방의 사마리아인으로서 주류 유대인을 그냥 구한 것이 아니라 긍휼과 친절로 정성껏 대한 이 사람과 같이 하라는 주님의 말씀. 이것이 디아스포라의 변방인 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미주 한인교회 내에서의 2세들을 향한 주된 내러티브는 "너는 변방인으로서 비록 너를 업신여기는 사람일지라도 네가 돕고 섬기고 긍휼히 여기라"보다는 "너도 주류가 되라"였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했고,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직장을 얻어야만 했고, 의사와 변호사가 되어야 했다.

"디아스포라"라는 개념 속에 들어 있는 폐쇄성과 배타성의 심각성을 경계하여야 한다. 또한 이것을 계속해서 심도 있게 교회 내의 모든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성도들을 제자화하지 않는다면, 디아스포라 교회/선교가 지닌 가능성이 현실화되기는 아무리 봐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글쓴이 이태훈목사는, 오엠선교회(OM)의 중동 북아프리카 팀 소속 선교사이다. 현재 미국 시카고 소재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 박사 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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