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천국으로 가는 하나의 이정표가 있다
여기 천국으로 가는 하나의 이정표가 있다
  • 손희선
  • 승인 2017.09.16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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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희망이 보이는 자리 , 비아토르, 2017년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희망이 보이는 자리 , 비아토르, 2017년

브루더호프 공동체(Bruderhof Communities)를 아는가? 1920년 독일의 에버하르트 아놀드(Eberhard Arnold, 1883~1935)가 사도행전적 공동체를 꿈꾸며 시작했다. 이 공동체는 1920년 독일 중부에 자리한 마을 Sannerz에서 7인의 성인과 5명의 자녀들이 함께 시작했다. 그렇지만 독일 나치에 의해 추방을 당해 영국 중남부에 자리한 Cotswolds의 작은 시골 마을로 옮겼다. 그곳에서 농장을 하나 구입해 공동체 생활을 이어갔다. 지금은 미국, 파라과이, 영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섯 나라에 스무 곳이 넘는 공동체가 생겨났으며, 약 3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한데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에버하르트 아놀드의 손자가 본 책의 저자인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Johann Christoph Arnold, 1940-2017) 목사이다. 아놀드는 본 책을 끝으로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다. 아놀드 형제가 마지막으로 공동체를 생각하며 쓴 책이 이 “희망이 보이는 자리”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시의적절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이 책에 부제가 있다. “지친 영혼이 천국의 기쁨을 발견하는 인생 좌표”, 천국은 내가 죽어서 경험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예수님 말씀처럼 현재, 지금, 여기서 누릴 수 있는 분명한 실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한다(눅 17:21).

“천국의 기쁨은 종종 구름에 가려져 있거나 예상치 못한 곳에 숨기어 있다. 그 기쁨은 항상 그곳에 있으면서 그걸 부단히 찾으며 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닌 사람에게 발견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단조롭게만 보이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천국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아놀드 형제는 먼저 고독과 절망에서 탈출하라고 말한다. 고독과 절망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약점을 겸손히 인정하고 나누라고 말한다. 조금만 더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투명하게 열어 놓으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고 격려한다.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바닷가 나들이 CC BY-SA 4.0 Grec man)

인생 속에서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은 관문을 만난다. 바로 고통과 시련의 문이다. 하나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마구 흔들릴 수 있는 위기다.

“우리는 고통을 두려워하기에 (수술을 기대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사람 대부분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고통을 피하려고 한다. 외적 고통만 아니다. 내적으로 골수를 찌르는 일, 다시 말해 자신의 가짜 모습을 벗기고 그 뒤에 숨긴 거짓말을 드러내거나, 거칠게 튀어나온 부분을 깎아 내어 분수를 지키고 복음서가 말하듯 ‘가지치기를 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아놀드 형제는 고난과 시련이 올 때 도망가지 말라고 말한다. 대신에 그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임으로 오히려 고난과 시련이 내 영혼을 제련(製鍊)하도록,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시련을 향해 문을 활짝 열라고 권면한다. 고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때는 고난이 없어지는 때가 아니라 마음에 품은 원망에서 해방될 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우리 모두 상처를 입고 있는데 보통은 자신의 상처를 숨겨야 한다고 느낀다니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공동체에는 우리의 상처와 연약함을 동료 피조물에게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이 절대 필요하다. 또 다른 사람의 상처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능력도 꼭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상처를 나눌 때 우리 가운데서 양방향으로 샘솟는 사랑이다.”

1920년 독일에서 가진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청소년 수련회 장면 (CC BY-SA 4.0 Grec man)

미국의 작가 앤 모로우 린드버그(Anne Morrow Lindbergh, 1906-2001)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으로써 우리의 임무는 새롭게 태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저 죽는 것만 아니라 계속 상처를 받을 준비를 하며, 사랑에 마음을 열고 동시에 더 많은 고통을 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끔찍할 정도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오스트리아 시인이자 작가인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당신이 장미꽃을 사랑한다면 장미에 난 가시도 사랑해야 한다.” 낮을 지나지 않은 밤은 없다. 겨울을 지나지 않은 봄은 없다 고통과 시련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때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천국으로 가까워질 것이다.

열린벧엘교회도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꿈꾸고 싶다.. 지난 5월, 전남 영광에 있는 시골교회 송정중앙교회에서 형제교회섬기기 행사를 마치고 함께 웃었다.

내가 섬기는 열린벧엘교회는 “목장으로 모이는 교회”가 비전이다. 소그룹을 중요시 한다. 전체 교인의 60% 이상이 소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그냥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모아 놓는다고 공동체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공동체가 되었다고 다 천국을 누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밑줄을 그었던 내용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이상하게도 우리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심지어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자신은 지간이 지나면서 더욱 현명하고 겸손하며 거룩해졌다고 확신하면서 자기가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과거의 말이나 행동으로 판단한다.”

“회개는 결국 자기 폭로다. 그런데 자기 폭로를 우리는 보통 정신과 상담이나 고해성사같이 비밀이 보장되는 행동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스캇 펙이 <평화의 북소리>에서 지적했듯이 그것은 그 상황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어느 사람에게나 드러내야 할 비밀이 있다. 모든 인간은 어느 정도는 취약하고 불완전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상처가 자신을 분열시키도록 하기 보다는 반대로 그 상처가 지닌, 하나 되게 하는 힘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 천국으로 가는 하나의 이정표가 있다. 공동체 안에서 천국을 누려본 이가 천국으로 가는 여정을 증언하는 책이 있다. 함께 어울려 살면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할 때에라야 우리의 삶이 천국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팁들이 있다. “희망이 보이는 자리”의 저자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형제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보면 어떨까?

 

글쓴이 손희선 목사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자리한 열린벧엘교회의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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