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말 건네시는 그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내게 말 건네시는 그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 박진아
  • 승인 2017.09.23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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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묻고 고민하는 신앙
Caravaggio - 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

모태신앙 출신인 내가 지난 삼 십여 년 교회를 다녀본 경험에서 느끼는, 교회의 문제들 중 하나는 신자들로 하여금 질문하게 하지 않는데 있다.

초신자이든, 기신자이든, 일단 어떤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만든다. 교재는 이미 정해져 있고, 대부분 답도 단순하다. 쉽게 성경에서 찾아 옮겨 쓰면 된다. 그러면 목사나 전도사는 그것에 대해 설명내지는 강의를 한다. 그러나 이 설명 또는 강의는 성경 본문 하나하나를 풀어내기보다는 교리의 설명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대개 이런 식이다. 제1과 창조. 말씀은 창세기에서 찾음. 하나님은 인간을 어떻게 창조하셨는가? 인간은 어떻게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되었나?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 때문이다. 이 원죄 때문에 인류 전체가 타락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쭉 간다.

결국 신자들은 첨 듣는 내용이기도 하고 알아도 이미 아는 내용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 담에는 제자훈련이라든가, 리더십 훈련이라든가, 내적 치유라든가, 그런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한다. 거기서 뭘 배우냐? 강사들이 말하는 걸 배운다. 여기서 기도 생활, 성령님의 역사, 관계 등등을 배운다. 그런데 문제는 강사들이 이야기 해준 것을 기준으로 자신들의 영성 생활을 꾸려간다.

그것을 토대로 교회 문화가 생긴다. 교회뿐만이 아니라 교회 밖의 선교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들이 쓰는 용어들이 있다. 어떤 특정 상황을 가지고 유머도 만들 수 있다. 단체 내에 통하는 일종의 코드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성경이 아닌 그런 코드를 통해 신앙생활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묻고 찾은 답을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은 내용을 기준으로 “이게 신앙생활이겠거니~” 하면서 교회 다닌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복음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턱 막힌다. 예수님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우물쭈물한다. 죄가 뭔지, 구원이 뭔지 물어보면, 뭔가 머릿속에 떠도는 것은 있는데 자기 말로 설명을 못한다.

그런데 들은 건 많아서 영적 전쟁이라든가 중보기도, 제자훈련 이런 말은 잘한다. 말씀도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이야기한대로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실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고 내 얘기다.

그렇게 피상적인 신앙생활 하다가 스스로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나는 기독교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런데 갈수록 더 많은 질문이 생기고 더 많이 궁금하다. 성경을 원어로 다 읽고 싶다. 다른 사람이 해석한 말씀 말고, 말씀이 말씀하시는 대로 듣고 싶어서다.

누군가가 해석하고, 누군가가 경험한 하나님이 왜 똑같이 나의 하나님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나에게 다가오시는 하나님” “내게 말 건네시는” 그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그 하나님은 스스로의 질문과 고민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글쓴이 박진아 님은, 목회학 석사(M.Div) 과정 졸업을 앞둔 고민많은 신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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