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목사, "면직이 은혜였다"
김경진 목사, "면직이 은혜였다"
  • 오경석
  • 승인 2017.09.26 03: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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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기쁜우리교회 김경진 목사 인터뷰

[미주뉴스앤조이(LA)=오경석 기자] 미주 한인 교회에 있어 갈등은 불편하지만 무시할수 없는 현실의 일부분이다. 수많은 한인 교회들이 갈등의 불씨를 안고 살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그 불씨가 겉잡을 수 없는 화마(火魔)가 되어 소중한 신앙의 터전과 유산을 삼켜 버리기도 한다.

갈등은 또한 기존 교회의 분리와 함께, 교회 개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많은 교회들이 갈등의 최고조에 다달았을때, 분리와 개척을 당연하고도 익숙한 수순으로 선택한다. 다시말해 갈등에서 부터 시작하여 교회 개척으로 이어지는 그림은 미주 한인교회의 삶을 묘사하는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미주 한인교회의 갈등의 양상은 새로운 시점에서 이 갈등의 문제를 고민할 것을 요구한다. 그 시점이란 다름 아닌 갈등 이후의 시점이다. 한인교회의 갈등이 진행되는 방식을 바라볼때, 이제는 단순히 갈등의 예방이나 처리 뿐만 아니라, 갈등의 결과로써 생겨나는 교회 개척과 그런 교회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갈등의 결과로 생겨난 수많은 교회들이 여전히 갈등으로 인한 트라우마 가운데 묶여 있거나 피해의식으로 인하여, 새로운 출발 보다는 또 다른 갈등을 되풀이하고 그로인한 아픔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회의 분리와 개척이 항상 부정적이고 위험한 형태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문제와 갈등을 잘 성찰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 시킨다면, 새로운 교회로 승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갈등 이후라는 시점은 미완의 가능성이자 과제로 다가온다고 할수 있다. 

지난 2016년 한해 동안 미주 한인교계에 적지않은 우려와 관심의 대상이었던 영락교회 사태를 지나, 기쁜우리교회 개척을 통해 새로운 목회의 여정을 걷는 김경진 목사를 만나보았다. 그는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며, 충격과 아픔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모든것을 덮고도 남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배웠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김경진 목사 © <미주뉴스앤조이 오경석 기자>

- 최근 목사님과 기쁜우리교회의 상황은 어떤가? 

지난 2016년 9월 350여명의 교인들과 함께 기도모임을 통해 교회개척을 위한 고민과 준비를 꾸준히 하다가, 금년 2월 12일에 창립예배를 통해 본격적으로 기쁜우리교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는 교인과 재정이 꾸준히 늘고있는 상황으로 글랜데일 지역에 새로운 한인 중형교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교회가 조금씩 뿌리를 내리며 안정되어 감에 따라서 사회복지, 지역 및 해외 선교, 차세대를 위한 사역등 작은 발걸음들을 떼고 있다. 특별히 재난 지역을 위한 구호금 모금, 몽골지역 신학교 건립, Gleanings for the hungry지원, 차세대를 위한 장학사업 등 구체적인 노력을 통해 교회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단순한 교회의 양적, 외적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히려 우리의 중심은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알고, 사람을 살리고 키우는 것이며, 이러한 본질을 잊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인들의 개인적인 신앙의 필요를 채우는 것에 멈추지 않고, 모든 교인이 자신의 신앙과 교회의 주인이 될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목회 철학이 교회내에서 실현(incarnate)되기 위해 실행위원회를 도입, 적극활용하고 있다. 의사 결정 및 사역의 구조 또한 보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목소리와 참여를 유도하기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방향과 구조에서는 대화와 소통의 가치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교회의 구성원 모두가 언제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소통할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 작년 영락교회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들이 있었지만, 특별히 목회 방향과 방식의 차이가 갈등의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갈등으로 인하여 아픔과 상처를 경험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매우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기억으로 새겨져있다. 

"면직이 은혜였다"

- 총회의 최종판결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먼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결과였다. 처음에는 믿겨지지가 않았다. 판결과 그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에 있어 여러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러한 것들이 해소되지 않은채 결과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에 재소를 하였지만 역시 이러한 아쉬움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 큰 충격이었을 텐데 상처가 되었는가? 

아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들 가운데 뜻밖에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가 있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성도분들의 사랑과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결국 그러한 위로와 사랑이 갈등과 분쟁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날수 있게 하였으며,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더 큰 역사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갈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히려 ‘면직이 은혜였다’ 라고 까지 이야기 하고 싶다. 

'바보를 그리며'/ 김경진 저(생명의 말씀사)

(김경진 목사는 이러한 아픔의 시간을 견디며 앞으로 나갈것을 다짐하며 써내려 간 자신의 저서 ‘바보를 그리며’의 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편집자 주)

‘그러나 지금 뒤돌아보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아픔과 슬픔에 하나님의 위로가 넘쳤습니다. 깊은 영혼의 밤을 지나는 동안 저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의 고통을 아시는 하나님이 저와 함께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쓰러지지 않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많은 성도님들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위로해 주셨습니다.’ - “바보를 그리며”, 9p

- 현 시점에서 영락교회와의 갈등은 어떤 의미인가?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였다. 또 돌아보면 부족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인도하심을 체험하는 기회였던거 같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탓이나 미움이나 그런 감정들은 극복 된 것 같다. 하나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은혜와 선하심으로 당신의 역사를 이끌어 가신다고 생각한다.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처럼, 하나님의 선한 역사가 아무리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임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실수와 흠조차 이끌어 가시고, 당신의 방식대로 진리를 나타내실것이다. 그 하나님 가운데 모든 것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몸으로 배우는 과정이었다. 

- 기쁜우리교회 개척과 이후의 여정은 어떠하였나?

쉽지 않았던 영락교회의 갈등과 총회 결정 과정 내내, 나와 함께 하여 준 수많은 성도들의 응원과 요청에 힘입어 기쁜우리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 개척 이후에도 예배처소 선정과 이전 문제, 그 밖에 다양한 교회의 과제를 해결해가는데 있어서, 나의 능력 보다는 성도들의 자발적이고도 희생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이곳에 이르지 못하였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성도들의 사랑과 헌신과 더불어, 갈등에 대한 성찰과 이민교회의 현실에 대한 뼈아픈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갈수록 빠르게 변화되어가는 이민 사회의 상황 가운데, 발빠른 대처와 합당한 교회의 모델을 제시하기 보다는, 갈수록 노후화되어가는 이민 교회의 추세와,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외형적 성장에만 집중하고 있는 수많은 교회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쁜우리교회는 무엇보다도 복음의 본질에 뿌리를 내리고, 사람의 가치’가 존중받는 교회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 고민의 결과가 기쁜우리교회 전반에 걸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더십의 정의 또한 바뀌게 되었다. 카리스마와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가식없이 자신을 내어보이고, 함께 울고 웃을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겸손과 영성을 통해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섬기고 사랑하는 리더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리더이자 목자일 것이다. 

- 김경진 목사에게 과거의 갈등은? 그리고 현재 기쁜우리교회는? 

갈등의 시간은 광야이며, 현재 기쁜우리교회는 가나안 땅과 같다. 고통스럽고 아팠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과 아픔이 나를 쓰러뜨리기 보다는,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 체험하고 은혜를 확신하는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이곳, 기쁜우리교회까지 왔다. 이곳은 광야와 같던 시간을 통해 배우고 체험했던 하나님의 은혜를 실천하고 누리며 나누는 곳이다.  

'광야에서 가나안으로 이행(移行)'

인터뷰를 마치며 광야와 가나안의 비유가 참 제격이라 생각했다. 어디 김경진 목사와 기쁜우리교회의 성도들 뿐이겠는가? 영락교회의 성도들에게도 힘든 광야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갈등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사실은, 언젠가는 그 시간은 끝나게 되어있고, 많은 교회에게 실제로 현재는 갈등 이후의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교회에게 진정한 질문은, 갈등 이후를 어떻게 대면하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갈등 이후에도 여전히 과거의 아픔과 상처만을 곱씹으며 현재를 또 다른 광야로 만들어 가고 있다면, 이들에게는 결코 광야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과거의 고통과 상처가 끊임없이 현재를 잠식하려 하여도, 오히려 그 광야를 향한 고통스러운 성찰을 감내하고, 미래로부터 오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새로운 가나안 땅을 개척하려 한다면, 이들의 광야는 극복되고 말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김경진 목사와 기쁜우리교회는 이제 막 광야의 경계를 넘어 가나안으로 향하는 어느 한 어귀를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광야로부터의 기억과 아픔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아픔과 상처는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그 아픔과 상처의 광야로부터 가나안으로 이어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여정을 걷고 있는 고단한 어깨 너머로 언듯 가나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노래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여정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이와 같은 여정을 걷고 있는 모든 이민 교회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 여정을 주의깊게 지켜보는 모든 교회들에게도 이제는 같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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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7-09-30 06:16:20
뭐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