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야기에서 글쓰기 비법까지
청와대 이야기에서 글쓰기 비법까지
  • 신기성
  • 승인 2017.10.03 2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국 백승권 강연회

[미주뉴스앤조이(뉴욕)=신기성 기자] 지난 토요일(9월 30일)과 일요일(10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뉴욕베이사이드연합감리교회와 뉴욕아카데미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글쓰기에 관한 강연이 열렸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이었던 강원국 교수와,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백승권 글쓰기 연구소 대표가 글쓰기에 관한 기본적인 요소들은 물론 청와대 근무시절의 경험담과 에피소드 등을 나누어 주었다.

 

열창하는 재즈 가수 전송이

첫째 날

강연이 시작되기 전, 지난겨울 차가운 손 호호 불던 촛불집회에서, 노래로 사람들을 녹여 주었던 재즈가수 전송이 양이 무대를 열어주었다. 자신의 작곡한 곡과 재즈곡에 이어 “그날이 오면”등 오래 전부터 현장에서 함께 불렀던 곡들도 선사했다.

이어서 백승권 대표는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포스터에 나온 대로, 자서전부터 업무용 글쓰기까지 사례를 들어주며 청중들이 함께 읽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다.

 

 

백대표는 글을 시작할 때는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하고, 중간에 관심에 합당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마무리에서는 생각 혹은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해야한다고 했다. 글의 성격에 따라 두괄식 미괄식으로 구분을 할 수도 있는데, 업무적, 기능적 글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도입부분에 명확히 해주는 두괄식을, 그리고 통찰력을 전해주고자 하는 글은 마지막에 깨우침을 받을 수 있도록 미괄식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들은 주장이 뚜렷한 글과 독자 중심의 글을 좋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원국 교수는 8년간의 청와대 생활을 통한 두 대통령과의 경험을 회고하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두 대통령은 독서를 좋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한다. 읽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읽은 책을 요약해서 내용을 정리하고, 그 중에 중요한 생각들을 찾아내며, 자기의 것으로 소화해 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쳤다고 한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읽고 생각난 것을 메모하는 습관이다. 독서의 이유는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각이 날 때마다 메모를 해 놓을 필요가 있다.

 

 

강교수는 “생각하는 뇌와 메모하는 손은 연동되어 있다”고 한 칸트의 말을 인용해서, 손이 기록을 하면 뇌가 기억하는 일에 상승효과가 일어난다고도 덧붙였다. 독서를 할 때마다 혹은 무엇인가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단어, 문장, 내용이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기를 권했다.

메모한 것을 말로 전달해 보면 생각을 정리하는데 더 효과가 있다는 예도 들어주었다. 말을 하는 동안 생각이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백지에 글을 쓰는 것은 힘들지만, 사람들에게 말을 먼저 하고 나면 이미 머릿속에서 생각의 넓이와 깊이가 커지고 깊어지기 때문에 글로 옮기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순서는 독서를 통해서 생각을 얻고, 메모를 통해서 기억하고, 말을 통해서 정리한 다음, 글로 옮기는 방식이다. 막상 어떤 글을 쓸려고 마음먹은 후에 백지에서 시작하면 무엇을 쓸까 생각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에 부딪히게된다. 글을 쓰는 단계는 이미 생각하고, 기억하고, 정리되는 단계를 거친 후에야 수월하다는 의미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던 탁월한 달변가였다. 두 대통령을 모신 연설비서관 답게 강원국 교수도 달변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표정의 변화나 말의 과장이 없이도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들곤 했다. 두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는 사람들을 즐겁게 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던 말을 전할 때는 눈물을 훔치던 청중도 보였다.

저녁 7시에 시작된 강연은 10시가 넘어서 끝났고 장소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더 오래 있을 수도 있었을 만큼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둘째 날

둘째 날 강의에서는 백승권 대표와 함께 구성의 패턴을 연습하는 실습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내 인생의 결정적 장면 세 가지”라는 주제로 파트너에게 5분 동안 설명하고, 상대방은 자신이 5분 동안 들은 내용을 2분 동안 요약해서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얘기하는 사람은 무슨 내용이든 떠오르는 생각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하지만 5분의 시간은 꼭 지키라는 지시를 받았고, 상대방은 들으면서 메모를 하였다. 그 후에 역할을 바꾸어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했다.

 

두명씩 파트너를 이루어서 말하고 듣고 요약하고 발표하기를 연습하는 모습

 

백대표는 우리 안에 글을 잘 쓸 수 있는 본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들은 바, 말한 바를 글로 써서 발표하는 연습이 글쓰기에 좋은 길잡이가 되는 경험을 했다.

마지막에 자기가 얘기한 내용으로, “내 인생의 결정적 장면 세 가지를 이야기 하겠다”는 제목을 가지고 한사람씩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시작은 위의 제목으로 하고, 중간 내용은 첫째, 둘째, 셋째 나열하는 방식으로 15문장 이상을 써보고, 마무리로 “내 인생은 --- 이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었다. 마무리를 통해서 내가 주장하는 바를 독자들의 눈에 보일 수 있도록 끌어내는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강원국 교수는 청와대 글쓰기 과정을 통해서 배웠던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주었다. 첫째는 함께 모여서 써보라는 것이다. 5명 정도가 모여서 상대방 글의 좋은 점을 반복적으로 칭찬 하다보면 장점이 단점을 덮어서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쓰기와 고치기를 분리하라는 것이다. 보통 글을 쓸 때 잘 써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쓰면서 고치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쓸 때는 생각나는 대로 다 써 놓고 고치는 것은 나중에 하라는 것이다. 글쓰기에 있어서 복합노동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을 수 있는데, 불필요한 조사 및 소유격 피하기, 가능한 한 정도부사(매우, 정말, 대단히 등등), 접속부사(그러나, 하지만, 그런데 등등) 사용하지 않기 등이 그것이다. 셋째는, 어휘력 늘리기다. 글 쓰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는 것이 중요하고, 글을 쓸 때마다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을 참조하면 어휘력 늘리기가 수월하다고 했다. 넷째, 어휘보다 구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어휘가 나무라면 구성은 숲이다. 자신이 쓰는 글의 성격에 따른 구성요소를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틀 동안 강연회를 통해 배운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소탈하고 따스한 두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생애 첫 만남이었는데, 처음 인사하는 순간부터 아주 오랫동안 알았던 친구들처럼, 동지들처럼 살갑게 서로를 대했다. 권위의식이나 허례는 찾아볼 수 없었고 지나가는 누가 붙잡고 말을 걸어도 위트 곁들인 인사말을 건넬 것 같은 따뜻함과 넉넉함이 흘러나왔다.

 

입구에서 환영하는 자원봉사자 다함께 USA 멤버들

동영상 제공: 재외한인연구소 김창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