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교황이 이단 사상을 전파한다?
프란시스 교황이 이단 사상을 전파한다?
  • 신기성
  • 승인 2017.10.06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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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사제들 신학자들 교황청에 진정서 제출
ⓒDaniel Ibaez CNA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프란시스 교황은, 지난 10일 콜롬비아 카르타제나에 있는 예수회 소속 사제들, 평신도들과의 만남에서, 신학은 사람들의 실제 삶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가르침을 줬다. 그는 사람들의 실제 삶을 경험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삶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신학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데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학은 사람들의 실제 삶으로부터

“사람들의 실제 삶에 관여하는 것이 신학을 망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예수의 신학은 매우 현실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예수회 소유의 저널, 라 치빌타 카톨리카(La Civilta Cattolica)가 전한 바에 따르면, 교황은 그 자리에서, “나는 당신들을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나는 여기 연설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질문이나 의견을 들으러 왔습니다”라고 말한 뒤에 질문을 받았다. 이에 한 예수회 철학 교사가 “콜롬비아에서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이 철학과 신학사상에서 기대하는게 무엇인지”를 물었다.

교황은 신학과 마찬가지로 철학은 “연구실” 안에서만은 불가능하고, 실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말은 신학이 텍스트에 관한 연구와 형이상학적 분석만으로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실제 삶에 대한 고찰이 없는 신학적 담론들은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는 ‘예수께서는 항상 사람들의 실제 삶과 함께 시작해서 하나님께로 나아갔다’고 했다. 즉 예수께서도 자신의 뜻을 진공상태에서 대중에게 선포하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사시면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알게된 문제들에 대해 가르치시고,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셨다는 의미이다. 예수의 신학은 사람들이 삶에서 겪는 사건들이 씨앗이 되어서 시작되었다고 교황은 덧붙였다.

 

교황에 대한 도전

교황의 권면은 자신이 이단 사상을 전파한다고 비난한 일부 보수 사제들에 대한 반응인 것으로 분석된다. CNN에 따르면, 지난 8월에 60여명의 보수 사제들과 가톨릭 신학자들이 프란시스 교황의 가르침에 반발하여 “교황이 이단 사상을 전파 한다”는 진정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교황을 이단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았고, 교황의 영적인 자녀들로서 부모의 잘못을 고치려는 심정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진정서를 낸 사제들은 “결혼, 윤리적 생활, 그리고 성례전”등에 관한 가르침에서 정통 교리에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발단은 2016년 프란시스 교황이 발표한 아모리스 레티티아(Amoris Laetitia, 사랑의 기쁨)였다. 이 권고는 2014년과 2015년에 프란시스 교황이 소집했던 두 차례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총회 결과를 발전시킨 것이다. ‘가정에서의 사랑에 관하여'(on Love in the Family)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내용은 성경에 묘사된 가정생활, 가정의 현실과 도전,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가족들 간의 관계에서 오는 사랑, 가정에 관한 목회적 관점, 자녀 교육, 약하고 고통 받는 교인들에 대한 자비, 혼인과 가정의 영성 등이다.

진정서를 낸 사제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7가지 이단 사상에 관한 것인데, 예를 들면, 이혼하거나 교회의 허락 없이 재혼한 사람들이 성례전에 참석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 등이다.

이번 진정서는 1333년 교황 요한 22세에 반대해서 제출된 이래 684년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교황에게 반기를 든 사제 중에는 돈세탁과 부정의혹으로 해임된 에토레 고티 테데스키 전 바티칸은행장과 베르나르 필레 주교 등이 포함되었으며 그들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ETTY/COMMITTEE FOR THE 2014 PAPAL VISIT TO KOREA)

 

무엇이 중요한가?

프란시스 교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가정과 가족 관계가 복잡한 것이고, 이에 대해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변증한다. 교황이 교리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가정과 가족들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이며,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단지 맞고 틀림의 이분법적 수단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프란시스 교황은 이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 지지를 받는다고 밝혔다.

프란시스 교황은 평소에 기도를 강조한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신학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비록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교리를 안다고 하더라도, 기도하지 않고서는, 신학을 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서 기도는 사랑의 표현이며, 기도를 통해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받아들이고, 용납할 수 없었던 것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세대에서 기도를 강조하는 것은 유한한 인간의 지혜와 교리에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의 마음을 품자는 권면으로 들린다. 기도를 통해서 그 분의 뜻을 헤아릴 수 있도록, 신학은 무릎 꿇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교황의 소신이다.

모든 교리를 다 안다 해도 기도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은, 바울의 이 구절이 떠오르게 한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고전 13:1)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교리도 신앙도 안식일도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사람이 교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께서 그리 말씀하셨다.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하는 일이 권장할 일은 아니지만 피치 못해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은혜의 자리에 나오지 못하도록, 혹은 특별한 은총의 의식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괄적으로 금하는 것만이 하나님의 뜻은 아닐 것이다.

개신교에서도 하나님의 영광, 하나님의 뜻을 내세워서 사람을 구속하고 얽매는 법이 얼마나 많은가? 여성 목사 안수 반대, 소수자 차별, 교회 세습 찬성 등등 ... 이런 분들에게 무릎 꿇고 하나님의 마음을 품어보라고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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