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그 장소 없는 장소성에 관하여
교회, 그 장소 없는 장소성에 관하여
  • 마이클 오
  • 승인 2017.10.13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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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목회 및 사역 탐방]-(2) 움직이는 교회 임봉한 목사 인터뷰
<미주뉴스앤조이>는 미주의 한인 교회와 신앙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보다 나은 내일을 전망하고자 ‘대안적 목회 및 사역 탐방’ 시리즈를 마련하였다. 곳곳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고민과 실천을 통하여 대안을 마련하고자하는 목회자와 사역자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교회와 신앙의 내일을 그려보고자 한다. 

이젠 아저씨에 더 가까운 나이일텐데, 임봉한 목사는 여전히 운동화에 백팩을 메고 나타났다. 여느 목사에게서 느껴질법한 무게감보다는, 다소 수줍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무언가 평범하지 않다는 느낌과 함께 묘한 친근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 목사 만큼이나 교회 이름도 범상치 않은 ‘움직이는 교회’다. 이런 목사에게 어울리는 교회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 평범하지 않은, 아니 어쩌면 평범하기를 거부하는, 하지만 정겨운 목사와 움직이는 교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임봉한 목사 ⓒ <미주뉴스앤조이 브라이언 정 기자>

자신을 소개해 달라

2004년 풀러신학교 입학을 계기로 미국에 오게 되었다. 풀러신학교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는 미처 접해 보지 못했던 신학과 신앙의 새로운 측면을 경험할수 있었다. 폭 넓고 다양한 관점과 고민을 하게 되었고, 신앙과 목회를 다시 정리할수 하는 기회로 삼았다. 풀러 이후에 여러 이민교회에서 다양한 사역과 목회를 경험하게 되었다. 다민족 교회 내에 한인 회중을 위한 사역, 전통적인 이민교회에서 한인 청소년들을 위한 사역, 성인 목양 사역 등을 통하여 미주 한인들의 다양한 삶과 신앙을 이해하게 되었다. 특별히 한인 1.5세 청년들의 독특한 상황과 고민,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는 신앙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쉼없이 달려온 사역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시 풀러신학교로 돌아갔다. 시대에 맞는 교회와 복음의 모습을 고민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별히 다음 세대를 위한 교회와 사역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교회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꿈을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할수 있는 분들이 있었다. 꿈이 있는 고민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열매를 맺는다고 생각한다. 이들과 함께 꿈을 실현해보기 위해 작은 도약을 시작하였고, 그 열매가 오늘날의 움직이는 교회가 되었다. 

 

움직임으로써의 교회

움직이는 교회의 시작을 듣고 싶다.

적지않은 시간동안 복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시대와 미주 이민사회라는 상황에서 복음 중심적인 교회란 무슨 의미이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연구하였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신앙과 사역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신앙이 현재 교회를 둘러싼 사회 상황과 다가올 시대에 과연 적합한지를 되돌아 보았다. 

세상과의 거리감과 교회 내에서만 이해되고 통하는 특수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현실이 마음에 무겁게 다가왔다. 이렇게 교회 중심의 신앙이 자리잡게 되면, 교회가 세상속으로 들어가 복음을 심고 전하는 일이 어려워질수 밖에 없다. 교회로 불러들이고, 교회가 정한 신앙만을 가르치는 방식은 급변하는 세상 상황에 무기력할수 밖에 없다. 교회의 부흥시대에는 이러한 모델이 괜찮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는 지나갔고,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는 결국 교회가 복음을 들고 세상 밖으로 나갈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그 방법과 형태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학교로 돌아와 새롭게 접한 수업을 통해 대안적 형태의 교회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별히 뉴시티처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교회는 도시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전략을 가지고, 그 시작부터 정확한 복음의 대상을 정하고 그에 맞춘 교회를 시작하였다. ‘교회는 이래야 돼!’라는 정해진 고정관념을 과감히 벗어나, 복음의 대상과 그들의 상황에 맞추어 교회를 다시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2015년 2월에 한인타운에 있는 이음카페에서 첫예배를 드렸다. 소수의 인원이었지만, 새로운 교회에 대한 열망과 기대로 한마음이 되어 시작하였다. 현재는 실버레이크 커뮤니티 교회에 예배 장소를 옮겨 주일에는 예배에 집중하고, 그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장소를 옮겨 다니며 사역을 한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교회라는 장소를 중심에 두고 사역을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과 사역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야하고, 그 곳이 사역지이자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교인들도 역시 그들이 만들고 참여하는 사역을 중심으로 필요와 편의에 따라 다양한 곳에서 모이고 사역을 진행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움직이는 교회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는 교회의 움직임이란 무엇인가? 

움직임은 가장 기본적인 생명현상중의 하나이다. 교회가 살아있다는 것은 끊임없는 운동 가운데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생명이 있는 곳에, 생명을 잉태해야 하는 곳에, 교회는 복음을 품고 움직여야 한다. 현재의 교회들이 과연 이러한 역동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여전히 관료적인 시스템에 묶여 있는 교회들이 많다. 삶과 사역의 현장과는 동떨어진 당회의 결정을 통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사역도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의사 결정 과정 가운데 사역 현장의 상황이나 필요보다는, 교회 내부의 정치와 권력의 흐름에 더욱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반 교인들의 헌금과 노력으로 운영되는 교회에서 정작 그들은 의사결정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이렇게 수직적이고 경직된 구조에서는 신앙과 삶이 수동적으로 될수 밖에 없다. 

교회에서 관료 시스템이 굳어져버린 이유는 교회가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스스로 존재하려고 할때, 모든것은 그 존립을 위해 재편된다. 교회의 존립과 성장에 관계가 없는 요소들은 배제되고,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운영된다. 이뿐만 아니라 교회의 재정과 자원 또한 존립을 유지하는데 집중된다. 예산의 70%는 교회 운영 및 인건비에 사용되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이에 반해 선교비는 5%를 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는 복음을 위해 움직일수가 없다. 이러한 교회 구조를 극복하지 않고는 어떠한 움직임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움직이는 교회의 이동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동이다. 수직적인 구조와 방식 안에서는 모든 교인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신앙인으로써 교회에 참여할수가 없다. 움직이는 교회는 이러한 수직성을 극복하고자 수평적인 움직임, 즉 의사결정과 사역의 방식이 자발적이며, 또한 다함께 이야기하고 참여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수평적인 이동이란 결국 신앙의 중심이 더이상 장소적인 의미의 교회가 아니라, 각자의 삶의 자리와 일상이 교회의 터전이며, 그 삶 자체가 교회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각자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에서 신앙을 고민하고 실천하며, 성장을 이루어 간다. 목회자의 역할은 그러한 장소가 진정한 교회가 될수 있도록 끊임없이 그들을 찾아 이동하며, 각 상황에 맞는 도움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움직이는 교회는 정의상 모든 곳에 흩어져 있으며, 동시에 교회 건물 밖에 있음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교회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움직임은 기존의 교회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 이동이기도 하다. 교회에 대한 고정된 정의와 방식을 벗어나, 또 다른 형식과 정의로써 다양함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특별히 교회의 중심성과 그 인력에서 벗어난 신앙을 상상하고자 한다. 이것은 고정된 신앙의 형식에 대한 도전이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많은 교회의 교인들인 실제로 교회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그들의 삶과 필요를 돌볼 시간도 없을 때가 많다. 이런 교회의 중심성과 인력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고, 오히려 각자의 삶 가운데 그들의 신앙이 힘이 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되는 신앙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교회는 무엇보다 교인들에게 진정한 신앙인으로써의 정체성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교회는 그들의 정체성에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일어나, 자신의 삶과 신앙을 개척할수 있도록 돕고 지지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가 중심에 서지 않고, 교인 각자의 삶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인 신앙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수적이다. 비록 각자는 여전히 완성을 향한 성장의 과정 가운데 있을지라도,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고 서로 돕는다면, 함께 그 신앙과 교회의 완성을 이룰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움직이는 교회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수평적으로 소통할수 있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움직인다. 

 

움직이는 교회의 사역은 무엇인가?

움직이는 교회의 사역은 기본적으로 교인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신앙으로부터 어울어져 나오는 반응이자, 자율적인 실천이다. 각자가 삶의 자리에서 사역을 찾고 함께 만들어 간다. 중요한 점은 사역이 교회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역은 언제나 삶의 자리에서 시작하며, 필요한 곳에서 이루어 진다. 그리고 어떤 사역이든 그 곳에는 만남이 있다. 이 만남이 사역의 가장 중심에 있다. 사역은 단순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통로이며, 그 만남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삶의 나눔이자 배움이다.  

일년반 정도 축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연히 우리 아이들과 친구들을 위해서 시작하였지만, 점점 아이들이 모여 이제는 제법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모임이 되었다. 교회에서는 절대로 만날수 없는 많은 아이들을 만날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축구를 통하여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나눌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더불어 아이들의 부모와도 자연스럽게 만나고 또 서로의 삶을 나눌수 있게 되었다. 굳이 이들에게 전도를 하거나 교회로 데려오려 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나의 삶을 나누는 것이 소중하고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이런 만남을 통해 서로의 삶을 버무려지고, 이웃이 되어가는 것 자체가 신앙을 나누는 실천이 되는 것이다.

맘톡아이톡 광고 (페이스북 갈무리)

쉴틈없이 육아에 시달리는 엄마들이 휴식과 위로, 그리고 재충전을 할수 있는 시간을 열기도 하였다. 이름은 맘톡아이톡(MTIT)이다. 엄마들이 만나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이다. 또한 엄마로써의 삶과 육아에 대한 배움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이런 시간을 통하여 엄마들이 다시 힘을 얻고 그들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비록 편의상 교회의 장소를 빌려서 진행하고 있지만, 엄마의 소수만이 움직이는 교회나 다른 교회의 교인이다. 대부분 지인을 통해 나오거나, 주변 지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신앙이 중심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가 중심인 것이다. 그들의 필요가 먼저 채워지고, 또 함께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필요가 신앙이나 전도의 조건이라는 것이 아니라, 필요의 채움 자체가 신앙의 실천이자, 신앙의 증거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신앙생활을 원하지만 경제활동 때문에 교회에 나올수 없는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주중에 스왑밋을 찾아가 함께 성경공부도 하고, 이때 모금한 헌금으로 북한 돕기와 장학 사업을 시작한 ‘아름다운 모임’, 기존 교회에서 획일적인 가르침과 성경말씀과 관계없는 성경공부에 지친 청년들을 위해서 한인타운 이음카페에서 모이는 진짜 성경 공부 시간, ‘더 테이블’ 등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교회라는 장소가 아닌,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교회의 사역은 단순히 외부로 향하는 운동만은 아니다. 사역을 통하여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더욱 풍성한 삶을 살수 있게 하는 내부로의 운동이기도 한것이다. 이번 여름 1.5세 청년들이 열게 된 다문화 영어캠프가 좋은 예이다. 한국에 있는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해 시작된 이번 캠프는, 1.5세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하게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다른 문화 상황 가운데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과 아픔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이들은 다른 문화와 언어의 경험을 통하여, 단일 문화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질수 없는 장점 또한 있다. 문제는 이들이 그들의 장점보다는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겪게 되었던 어려움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잔뜩 움츠린채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다문화 영어캠프는 이런 상황가운데 있는 1.5세 청년들에게 그들 자체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의 아픔은 한국에서 타양살이를 하는 다문화 가정의 애환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결정적인 열쇠로 작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두 문화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획득한 언어가, 이들 다문화 가정에게는 너무나도 귀한 자원이 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것이 아니라, 이러한 만남을 통하여 진정한 자신의 가치와 새로운 삶의 계기를 발견하기도 한것이다. 

다문화 영어 캠프 스테프와 함께 (페이스북)

특별한 북한 사역이 있다고 들었다. 

ConneCT (Connect Corea Together)라는 사역이다. 이 또한 1.5세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탈북 청소년을 지원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특별히 한국에 있는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게 되는 이질적인 문화와 새로운 삶의 적응에서 오는 어려움을 잘 아는 1.5세 청년들이 나서게 된것이다. 원래는 올해 초 한국 탈북 대학생을 초청하여 미주 여행과 수련회를 갖게 되었는데, 여기에 참여했던 1.5세 청년들이 이들을 지속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겨,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커넥트를 통하여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도 하고, 탈북 청소년들의 삶의 실상을 주변에 알리는 일을 한다. 현재는 15명의 청년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일들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역에 동참하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통일에 대한 개념이다. 한국의 탈북 대학생과 만남을 가지고, 조금씩 각자의 삶을 나눠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도 다른 두 그룹의 청년들이 각자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보다 아름다운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혹은 문화 경제적으로, 분단된 남과 북은 너무나도 다르다. 이러한 다름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와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난관 앞에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것은, '마음의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적인 많은 것들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마음이 통일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통일시킬수 없을 것이다. 이런 마음의 통일은 사람과 사람이 실제로 만나고, 삶을 나눔으로써 이루어진다. 소박한 만남들에서부터 진정한 통일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움직이는 교회에 대안이란 어떤 뜻인가?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 영락교회 사임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당시의 판단으로는 사역을 중단하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막상 쉴세없이 돌아가던 사역과 삶의 패턴을 멈추고 가만히 있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헨리 나우웬이 이야기한 능동적인 기다림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설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능동적으로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고, 오히려 그분의 역사가 이루어지도록 ‘능동적으로’ 기다려 본다는 것이다. 

교회로서 우리들은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해왔고, 또 하려고 하고 있다. 열심이라고 변명하지만 사실은 집착에 가까운 노동에의 강박이다. 교회의 성장, 사역의 성과 등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려고만 했다. 이제는 그렇게 우리에게 맡겨진 시간을 채우기보다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고, 그분의 리듬에 다시 한번 우리를 맞추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강박적인 시간이 아니라, 그분의 시간을 살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적극적인 노력으로써 ‘능동적인 기다림’은 좋은 훈련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어쩌면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장소없는 장소성

누군가 이스라엘의 타락은 장소없는 장소성을 상실한 순간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하나님의 백성은 그분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들의 장막을 치는 백성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움직이는 하나님을 성전속에 가둬두고, 그 성전을 중심으로 그들의 터전을 이루었다. 그 순간 비극은 시작되었다.  성전이 파괴되고 그들의 터전도 허물어지게 된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님조차 잃어버렸다. 예수님께서는 당시의 성전 중심의 신앙에 새로운 대안으로써 제자들과 끊임없이 유리하며, 당신이 움직이는 하나님의 장소(성전)라고 가르쳤다. 

교회는 고정된 장소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고정시킬수 없는 하나님의 발걸음과 그분의 시간에 따라 세워지는 것이다. 교회가 위치해야 할 장소는 오직 고정된 장소없는 그분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일때에만 알수 있다. 그리고 그 장소가 끊임없이 부정되고 움직여 질때에야만 비로소 교회가 완성될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고정된 것이라는 통념과 그 당연한 방식 앞에 질문하고 고민하고 또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움직이는 교회의 뚝심과 용기가 돋보인다. 힘든 일이리라. 모두가 안주하고, 축적하려고 할때, 그 유혹을 박차고 매일 저 사막으로 내딪는 발걸음은. 하지만 움직이는 교회는 하나님께서 아직도 저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들의 백성과 캠핑중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다.. 그들의 작은 발걸음들이 주님 가신 길을 더욱 밝혀주는 등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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