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유화 수법, 이젠 교과서다
교회 사유화 수법, 이젠 교과서다
  • 신성남
  • 승인 2017.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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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부패 방조가 성령 충만인가?

우리 동네에 표적 설교를 잘하는 목사가 있다. 수요예배마다 자신을 반대하는 장로와 집사들을 공격한다. 설교 본문이 무엇이든 귀걸이 코걸이로 해석하며 아주 능청스럽게 공격한다. 게다가 제직회도 가능하면 자기 추종자가 많이 나오는 수요예배 후에 한다.   

본래는 목사임기제까지 만들어 잘 시행하고 있던 아주 건강한 교회였는데 최근 10년만에 크게 변질했다. 물론 그런 변절의 역사는 담임목사가 바뀌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즘 웬만한 교회의 사유화 시나리오는 하도 똑같아 이젠 식상할 정도다. 담임목사가 교회를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면 우선 당회와 제직회를 장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을 위해서는 보통 5년에서 10년 정도 공을 들여야 한다.

우선 새로 나온 교인들을 선별해서 부지런히 자기 사람을 만들어 집사나 권사로 임명한다. 그리고는 틈만 나면 칭찬해 주며 우대한다. 그렇게 대충 물갈이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 제직회가 서서히 맹신화되고 사유화된다. 고로 어찌보면 이런 부조리는 개신교 강단을 장악한 담임목사의 고유한 특권이 되어버린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문제는 당회다. 이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장로는 자주 선출하지도 않을 뿐더러 새로온 교인이 장로가 되기는 쉽지 않다. 설사 10년을 작업하더라도 당회 장악이 그리 쉽지는 않다. 강남 어느 대형 교회의 표절 목사도 당회 장악을 위해 얼마나 고전했던가.

아무튼 교회 사유화를 꿈꾸는 목사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당회 장악이다. 대부분의 장로들은 교회 생활을 오래 하였기에 무엇이 비정상인지 잘 안다. 따라서 아무리 담임목사가 이중적 위선을 펼치더라도 대개는 결국 눈치챈다. 그러니 삯꾼 목사와 당회가 충돌하는 건 시간문제다.

보통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한다. 목사와 장로들이 서로 다툴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의아해 한다. 정상적인 목회라면 그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사심을 갖고 있는 목사들은 반드시돈이 될만한 사업을 벌린다. 주는 연봉만 받고 곱게 목회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리하여 대부분 내세우는 명분이 학교, 유치원, 기도원, 수도원, 수양관, 장학 법인, 선교 단체, 언론 매체, 또는 부속 건물 증축 등이다. 초기엔 교회 돈을 잔뜩 투입하여 설립하고 나중에 슬그머니 목사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등기 이사가 되어 그것을 사유화한다. 과거 상당수 대형 교회들이 이런 수법에 아주 뛰어난 능력을 잘 보여주었고 지금은 중소형 교회들도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장바구니 채우는 걸 아껴가며 신실하게 헌금한 가난한 교인들이 민망할 정도다.

당연히 경륜이 많은 장로들은 이를 알고 적극 반대하며 목사를 제지한다. 그러면 담임목사는 추종자들을 홍위병으로 내세워 싸움을 시작한다. 여기에 동원되는 수법 중 가장 흔히 쓰는 말이 "장로들이 목사를 내치려 한다"는 구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일부 교인들은 양분하여 전투를 벌인다. 십년지기도 하루아침에 철천지 원수가 된다. 결국에는 서로 나가라고 소리치며 싸운다.

건강한 교회가 많다는 건 나도 잘 안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를 잘 돌보고, 목사가 교인을 잘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건 기사거리도 아니다. 게다가 우린 이미 자화자찬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이 시대는 평안을 말할 때가 아니다. 교회가 아플 때 평안을 노래하는 자는 거짓 선지자다.

교회에 덕이 안 되니 비판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덕은 커녕 이런 악행조차 방관하면서 그런 말을 한다면 너무 우습지 않은가. 목회자들은 늘 성령 충만을 강조한다. 그런데 헌금 남용, 성추행, 교회 세습, 그리고 교회 사유화에 침묵하거나 방조하는 게 과연 교회의 덕을 세우는 것이며 또한 성령 충만이란 말인가. 

지금은 검을 잡아야 할 때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것 치고 종교를 기본적으로 부패하게 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 장 칼뱅(Jean Calvin), <기독교강요>(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

신성남 집사 /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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