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억울한 누명 벗나?
대학, 억울한 누명 벗나?
  • 마이클 오
  • 승인 2017.10.17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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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RI 연구 결과, 대다수의 대학 신입생들은 청소년기에 교회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나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신앙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에서 자녀를 대학으로 떠나보내는 일은 걱정스러운 경험이다. 전문가와 목회자들은 대학교라는 공간이 신앙에 끼치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대학생활을 통해 교회로부터 멀어진 자녀들의 이야기들은 수많은 부모들의 불안감을 더욱 자극한다. 자녀의 대학 입학을 앞둔 부모들의 기도가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이다. 

(source: google.com)

한편 대학교가 자녀들의 신앙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인식은, 교회로 하여금 대학교육 및 지식 일반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야말로 대학교육은 자녀들의 신앙을 삼키기위해 웅크리고 있는 맹수와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대학에 대한 이러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인식이 오해일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자녀들의 신앙의 균열은 대학 입학 이전, 부모들과 함께 생활하는 청소년기에 벌써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79%는 청소년기에 신앙을 떠나

PRRI (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의 선임연구원 다니엘 콕스가 온라인 언론 매체fivethirtyeight.com 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교회를 떠난 사람들의 대부분은 대학 입학 이전에 떠난 것으로 나타난다. UCLA가 184개의 미국 대학교를 대상으로 매년 조사하는 신입생 통계자료에 따르면, 1986에는 10%의 신입생만이 종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16년에는 31%가 종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최근 PRRI 통계에 따르면 18세부터 29세의 종교를 떠난 청년들중  79%는 이미 대학 입학 이전, 청소년기에 그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fivethirtyeight 갈무리

더 많은 학생들이 이미 청소년기에 종교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다니엘 콕스는 오늘날의 종교생활이 이전 세대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PPRI의 다른 연구를 인용하면서, 전후 세대의 55%가 주 1회 이상의 가족 단위 종교활동을 한 반면,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41%만이 그들의 가족과 종교활동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와 더불어 전후 세대의 62%는 주일학교나 다른 종교 교육 서비스를 주 1회 이상 받았지만,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그 비율이 4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야기 한다. 이것은 오늘날 청소년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신앙교육에 멀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신앙에 있어 가족의 역할과 영향도 적지않은 수준으로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텍사스 주립대학교의 사회학자 마크 레그너스와 제레미 오커의 논문(How Corrosive Is College to Religious Faith and Practice?)에 따르면, 대학교의 교육과 대학생들의 신앙 사이에는 별다른 연관관계가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신앙을 떠나는 비율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그들이 받고 있는 대학 및 고등 교육 때문이 아니라, 청소년기에 시작된 회의와 부정적 경험의 영향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생들의 신앙은 대학교육과 관계없이 남겨져 있다가, 대학 이후의 경험과 변화를 통하여 강화 또는 약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러한 신앙의 변화 조차도 다른 신념과 가치의 변화와 비교해 보았을때, 그 변화의 비율과 빈도가 크게 다르지 않은것으로 나타난다. 

 

신앙의 변화와 그 원인

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학교육이 기존 신앙을 가진 신입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직접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않을수 있다. 오히려 그들의 신앙은 다른 영향에 의해 변화와 부침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대학교육이 세속적이고 적대적이라서 신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적인 원인은 대학 생활 이후 젊은 신앙인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사회화와 삶의 과정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다니엘 콕스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고등 교육 이후 변화된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환경에 주목한다. 대학 졸업자로써 배우자의 선택, 가족관계의 형성, 사회적 관계망, 주거 지역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의 변화와 경험이 신앙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이야기 한다.

 

신앙교육의 방향

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대학교 및 고등교육에 부과되었던 신앙에의 악영향에 관한 혐의는 어느정도 누명이었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신앙을 떠나는 많은 대학생들이 실제로는 대학 입학 이전에 신앙의 균열을 경험하였고, 그 결과로써 대학 생활 가운데 신앙을 떠나는 결정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단순히 대학교육이 신앙에 있어 큰 영향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신앙의 자녀들이 사실은 어린시절부터 충분하고 건강한 신앙의 자양분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교회와 신앙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신앙 교육과 양육에 있어 부족함과 안타까움을 대학이라는 이질적이고 낮선 공간의 탓으로 돌리면서 부채감을 덜어 보려는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좀더 면밀하게 이러한 현상을 살펴보면, ‘왜 하필 대학교가 희생양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할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대학교육 가운데 경험하게 되는, 신앙과는 결이 다른, 이질적이고 공격적인 요소들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교회와 신앙의 가정에서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들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신앙인으로써 세상을 살아갈때 누구나 이질성을 경험한다. 때로 이런 이질성이 신앙에 도전이 되고, 또한 위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불편하고 위험한 이질성은 우리 삶에 있어 피할수 없는 조건이다. 나아가 이러한 이질성을 통하여 사회와 개인은 성장하게 되어있다. 이질성을 부정하고 회피하고서는 온전한 건강함과 성장을 기대할수 없는것이 삶의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있는 교회와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대학교가 이토록 부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까닭은 그 실질적인 영향력 보다는, 그동안 교회와 신앙인들이 이질성을 대하는 불편함과 미성숙에 기인했을 수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교회와 자녀를 포함한 모든 신앙인들은 이러한 이질성의 공간에 살아갈수 밖에 없다. 나아가 이런 이질성의 공간에 부름받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신앙의 교육이란 이러한 이질성을 단순히 회피하거나 모면하는데 있지않고, 이질성과 함께 살아가고 나아가 이질성을 통하여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을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할수 있다. 교회와 가정은 이러한 의미의 신앙교육에 얼마나 적극적이고 효율적이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자녀들의 삶과 그 환경은 교회나 부모가 선택하거나 조정할수 없다. 이들이 해야할 역할은 어떠한 환경 가운데 있든지 자녀들이 여전히 건강하고 성장하는 신앙인의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동일한 교육을 반복하고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요소와 환경 앞에 온전히 설수 있도록 신앙의 유연성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성을 키우는 일이 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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