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에 비춰진 교회의 권력 문제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에 비춰진 교회의 권력 문제
  • 마이클 오
  • 승인 2017.10.18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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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권력 구조와 그 폭력성에 대한 재고
source: TMZ.com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헐리우드 영화계의 큰손으로 통했던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으로 인한 파장이 연일 커지고 있다.

기네스 펠트로, 애슐리 쥬드, 엔젤리나 졸리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헐리우드의 유명 여배우들에서부터 영화 산업 종사자, 그리고 그의 회사 직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30여년간에 걸쳐 희생당했다. 이러한 성추행 사실은 용기있는 희생자들의 증언과 함께 뉴욕타임즈의 보도로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떠올랐다. 현재 하비 웨인스타인은 그가 설립한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였으며, 미 법무부는 FBI에게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것을 명령하였다. 

하비 웨인스타인의 추문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범행 사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광범위한 희생자를 낸 사실에 관련된 충격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범행을 위장한 그의 기만적인 행보에 대한 충격도 만만치 않다. 뉴욕 타임즈는 그가 지난 수십년간 추악한 성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겉으로는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고, 자유와 민주 이념을 위해 노력하는 진보적 인사로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러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자금 모금행사를 자신의 집에서 열고, 버락 오마마의 딸을 자신의 회사 인턴 사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권력형 범죄

이번 성추행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범죄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뒤틀린 성적 욕망의 결과로만 볼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는 데 있어 자신의 엄청난 권력을 집요하게 이용하였다. 그의 막대한 경재력과 유명 인사로써의 사회적 명성, 그리고 영화 산업 전반에 걸친 그의 영향력은 가장 화려한 헐리우드 여배우조차도 어찌할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은 권력이었다.

수많은 희생자들의 증언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는, 그가 자신의 권력을 상기시키며 끊임없는 협박과 회유를 하였다는 것이다. 그의 희생자가 된 대부분의 여성은 이러한 권력 앞에서 단순히 폭력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앞날과 잠재적인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뉴욕 타임즈가 인용한 로렌 오코너의 증언이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생계와 앞날을 걱정해야하는 28살의 한 여인일 뿐이다. (이에 반해) 하비 웨인스타인은 세계적인 명성을 엎고 있으며, 이곳은 그의 회사이다. 힘의 균형을 이야기 하자면, 나는 0(zero) 이고, 하비 웨인스타인은 10(ten) 이다.”

뉴욕타임즈 갈무리

 

권력 구조와 폭력

일방적인 힘의 불균형 상황에서 희생자는 단순히 그 상황을 모면하는 것으로 모든 위험에서 벗어날수 없다. 희생자가 이러한 권력 구조 가운데 종속되어 있으며, 달리 벗어날 길이 없는 동안에는, 희생당할 위험은 계속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범죄가 일어나고 난 후에도, 온전한 법적 대응이나 정의를 실현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시 말해 이러한 권력형 범죄의 본질은 범죄자와 희생자가 처해있는 권력의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조리한 권력 구조의 특징으로 폐쇄성과 폭력성을 들수가 있다. 권력행사는 언제나 일정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 공간은 외부의 경쟁 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권력의 공간은 외부로부터 일정한 폐쇄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권력 구조의 폐쇄성은 자연스럽게 무소불위의 권력행사와 폭력의 위험성을 동반한다. 자신의 권력이 견제 받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을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사하기 쉬우며, 그 욕망 실현의 도구로 폭력이 쉽게 사용되는 것이다. 

 

일상적 권력구조와 다양한 폭력

오늘날 이러한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권력의 구조는 사회의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사회의 권력이 왕이나 소수의 귀족 계급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권력의 구조나 폭력이 비교적 단순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중앙 집권적 권력이 시민 사회로 분산되었으며, 그 결과로 권력의 형태와 양상이 다양하고도 빈번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이제는 권력의 구조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된것이다. 권력의 종류 또한 종래의 물리적 힘을 기반으로 한 것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력과 사회적 위치, 지식과 문화, 성과 인종 등의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이렇듯 오늘날의 권력 구조는 공적인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삶의 미시적인 수준에서까지 다양한 형태로 경험된다. 가정과 직장 등의 일상적인 공동체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간에 관계에서 조차 이런 권력구조가 경험되고 있다. 이 말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양한 권력형 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시대의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에 역설적인 현상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절한 인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유와 독립의 이면에 감추어진 다양한 권력과 폭력의 위험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것 같다. 최근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의 원인이 되었던 권력형 비리 뿐만 아니라, 기업간의 갑질 논란과 어금니 아빠 사건 같은 강력 범죄에 이르기까지, 폐쇄적인 공간 가운데 다양한 권력을 기반으로 하는 폭력의 양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교회의 권력구조와 폭력의 양상

슬픈 현실이지만, 오늘날 교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권력구조와 폭력의 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회를 둘러쌓고 일어나는 수많은 성폭력, 재정 비리, 세습문제, 갑질과 노동문제 등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권력형 폭력이자 범죄라고 할수 있다. 권력에 대한 집착과 폭력으로 물든 세상에 오히려 탈권력과 평화의 모델로써 빛을 내야 할 교회가, 세상의 어두움 가운데 사로잡혀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 또한 권력을 기반으로하는 존재방식 때문에 발생한다. 리더십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적인 교회의 권력 구조와, 그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강화시켜가는 폐쇄성이 권력형 폭력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그 중심이 목회자가 되었던, 소수의 당회원과 교인이 되었던 관계없이 갈등과 폭력의 위험성을 품고있다. 나아가 이러한 폐쇄적 권력구조는 미시적인 파시즘에까지 이르게 하여, 구성원은 오직 전체와 동일시 되는 소수의 권력자에 의해 무시되고 희생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source: www.mariasarang.net

파괴적인 교회의 권력구조와 폭력의 가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교회가 스스로 권력에 기반한 존재방식을 포기하는데 있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삶의 길은 결코 권력과 폭력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십자가에서 모든 권력을 내려놓으신 주님의 낮아지심과 비우심 가운데 삶의 길과 소망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주님의 길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이해할수 없을 만큼 멀리 와 버렸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권력과 폭력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그 반대의 길은 막연할 때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교회가 각자 서있는 자리에서 권력에의 집착을 깨닫고 회개하며, 나아가 탈권력과 평화의 상상력을 키우려 한다면, 주님의 자비와 도움 또한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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