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8:37’, 스크린에 새겨진 기독교적 사유
‘로마서 8:37’, 스크린에 새겨진 기독교적 사유
  • 마이클 오
  • 승인 2017.10.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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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서 8:37’, 부산영화제에서 호평
영화 '로마서 8:37' (출처: Daum.net)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영화 ‘동주’로 지난해 각종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영화계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던 신연식 감독이, 기독교적 색채가 뚜렷한 영화를 대중 영화계에 내밀었다. 이번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로마서 8:37’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영화를 출품한 신연식 감독은 기존의 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에게도 호평과 찬사를 받았다. 

영화 ‘로마서 8:37’은 그 제목 만큼이나 기독교적인 ‘죄’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전도사 ‘기섭’이 곤경에 처한 자신의 우상인 형 ‘요섭’을 돕는 과정에서 의혹과 비리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마주하며 겪게 되는 갈등에 관한 영화이다. 신연식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종교적 신념과 윤리의 문제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신연식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로마서 8:37’은 다소 도드라져 보인다. 영화 ‘동주’ 뿐만 아니라, ‘조류 인간’, ’러시안 소설’, ‘프랑스 영화처럼’ 등 이제껏 그의 영화는 종교와는 무관한 주제를 다루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그는 오히려 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그는 ‘내 영화는 모두 기독교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어 왔는데, ‘로마서 8:37’은 조금 더 노골적인 기독교 영화’일 뿐이라고 전한다. 결국 그의 모든 영화의 기저에는 기독교적 성찰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마서 8:37’을 전형적인 기독교 영화로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가 제작의 변에 밝힌데로 이 영화는 단순히 기독교 교리를 전하거나, 혹은 기독교의 타락상을 고발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진지한 영화적 탐구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죄악과 나 자신의 죄를 직면하는 인간 - 우리 모두에 대한 영화입니다….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을 직면하게 하기 위해 이 작품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였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정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적 색안경은 내려놓고 보시기 바랍니다.’ ‘심도 있는 통찰이 빛을 발하는 명작’ 등의 평가가 줄을 이었다.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이 이 영화를 기독교 혹은 종교영화로 보기 보다는,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출처: daum.net)

재미있는 현상은 해외의 다양한 매체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를 부패한 교회를 향한 고발과 비판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 데일리에서는 ‘한국 교회의 권력투쟁, 성추행, 그리고 비리에 관한 신연식의 이번 영화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통찰력 있는 탐구다.’ 라고 평가 하였다. 크리스챤투데이도 ‘나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향한 통찰을 보여준 신연식 감독을 향한 찬사는 합당한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해외의 매체도 역시 종교의 타락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에 나타나는 특유의 문법과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오해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대중 문화와 예술계에서 그리 인기있는 분야가 아니였던 기독교적 주제와 사유에 관한 영화가 일반인들에게 소개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이번 영화는 단순히 기독교를 옹호하거나 혹은 비판하는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교회의 타락한 실상을 통해 인간성 내부를 파고들고, 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미 예술 영화 영역에 있어 기독교적인 주제를 통하여 철학적 탐구와 영화적 사유를 시도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다. 러시아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이나, 폴란드의 대표적인 감독 키에슬로프스키의 ‘데깔로그’등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기독교가 그저 교조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세계의 심층에 의미있는 존재이며, 기독교 밖의 세상과 여전히 소통할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연식 감독의 ‘로마서 8:37’은 나름의 한계와 가능성을 넘어, 한국 영화계와 기독교에 있어 한 걸음 더 내딪는 계기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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