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는 왜 라인홀드 니버의 이름을 사용할까?
제임스 코미는 왜 라인홀드 니버의 이름을 사용할까?
  • 신기성
  • 승인 2017.10.2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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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 라인홀드 니버 이름의 트위터 계정 사용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는 지난 24일 제임스 코미(James Comey) 전 FBI 국장이 개신교 신학자이며 기독교 윤리학자였던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이름을 자신의 트위터 아이디로 사용하며 활동한다고 전했다.

코미는 지난 18일 라인홀드 니버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에 “웨스트 포인트에서의 아름다운 가을날, 허드슨 강의 외로운 카야커”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를 본 트위터에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뮬러가 반역의 정보의 강에서 외롭게 카약을 타고 있다는 거지?”라거나 혹은 “베네딕트 아놀드의 범죄 장면”이라는 등의 댓글들이 올라왔다. 뮬러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법 방해 혐의로 조사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고, 베네딕트 아놀드는 미국 독립전쟁에 참가했다가 대륙군을 배신하고 영국군에 참전했던 배신의 아이콘이다.

처음 다섯 번의 트윗은 그 계정의 사용자가 코미인지 확실치 않아서 추측만 무성했었지만 여섯 번째 트윗에서 그는 자신의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이제 사람들은 새로운 의문을 갖게 된다. 왜 라인홀드 니버일까?

 

 

라인홀드 니버

코미는 윌리암 앤 메어리(The College of William & Mary) 대학에서 니버에 관한 논문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설교자요 목회자였던 니버는 기독교 신앙을 현대 정치와 외교에 접목시킨 신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기독교 현실주의 윤리학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독교 현실주의란 사람들이 현실 삶에서 겪는 문제들에 관해 실제적인 답을 줄 수 있는 신학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신학이 기독교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교리적 논쟁이나 형이상학적 담론에 멈춰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사람들의 고통의 현장과 악의 실재성을 간과한 순진한 사회 진보운동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했었다. 특히 월터 라우센부쉬(Walter Rauschenbusch)의 ‘사회복음주의 운동“ 등을 비판하며,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불의한 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헛된 꿈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죄의식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실제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개인의 회심만으로는 사회적인 악을 제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악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와 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니버는 한 인간을 그리스도인으로 개종시킴으로써 핵문제와 같은 사회문제들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대도시의 문제들이 성적인 악에 기인한다는 '피상적인 윤리'를 비판하였다.

그의 주장은 신학계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측면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왔고, 그의 개혁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음주의 운동”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진보 세력으로부터의 거센 반발과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그는 전쟁의 도덕적 측면, 핵무기 사용, 시민권 등에 관해서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였었다.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을 통해 진보주의자들의 비현실성을 질책했고, 이 때문에 냉소주의, 비관주의, 패배주의라는 등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니버는 미국 정치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신학자이기도 한데 그를 제일 좋아하는 신학자라고 꼽은 사람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저술가인 데이비드 브룩스,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있다.

어떻게 니버는 이렇게 많은 정치가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니버의 기독교 윤리에 대한 현실적인 가르침 때문일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의 미쉘 부스타인(Michelle Boostein)은 분석한다. 니버는 사람들이 악을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는 결코 생각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야 말로 자기 파괴적이고 과대 망상적인 자만심이라고 경고했다.

 

제리 폴웰과 라인홀드 니버

 

라인홀드 니버와 제리 폴웰

코미의 논문은 니버와 보수주의 침례교 목사인 제리 폴웰(Jerry Falwell)을 비교한 것이다. 폴웰은 당시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을 지지하는 유명한 방송 설교가 였다. 지금의 펫 로버트슨이나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인물이다. 코미의 연구는 “왜 기독교인이 정치에 관여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었고, 이 대답을 니버와 폴웰의 관점에서 비교한 것이다.

코미는 감리교인으로 알려졌으며, 폴웰의 기독교에 관한 '숫자 게임'식 접근과 그가 '기독교국가 미국'이라는 부르는 개념들을 거부하고, 니버가 주창한 '국가보다는 하나님께 충성을 바치며 지도자들에게는 선지자적 비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일요일 그는 새들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니버의 "평안을 위한 기도"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시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 중의 하나로 알려졌다.

2017년 현재, 왜 전직 FBI 수장이 기독교 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이름을 사용할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여전히 폴웰의 뒤를 잇는 수많은 방송설교자들, 권력과 명예와 금권을 쫓는 소위 복음주의 목회자들, 번영복음, 국가주의, 인종주의에 취해 복음의 진리를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언의 항의가 아닐까? “미국 우선주의,” “미국의 가치,” “위대한 미국” 등의 이기적인 정치 구호에 함몰된 하나님 나라와 정의에 관한 소리 없는 외침이 아닐까?

그는 “안녕 아이오와, 이제 집으로 간다. 다시 글을 쓸 거야. 뭔가 유용한 방식으로 트윗을 해야겠다”라는 글을 남겼다. 니버의 주장처럼 국가, 집단, 이념보다 앞서는 하나님 나라가 주된 관심의 대상이기를 바란다. 교회든 정치든,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고, 만들고, 그 안에서 살기를 목표로 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기독교인들, 특히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권력의 편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도자들에게 선지자적인 고언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외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평안을 위한 기도(Serenity Prayer )

              

               오 하나님

              제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화를 주시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십시오.

 

               하루를 살아도 한껏 살게 해 주십시오.

               한순간을 즐겨도 한껏 즐기게 해 주십시오.

               고난은 평화에 이르는 길임을 받아들이게 해 주십시오.

 

               죄로 가득 찬 이 세상,

               주님께서 그대로 끌어안으셨듯이

               저도 이 세상을 제 뜻대로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끌어안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뜻에 순종할 때

               당신께서 모든 것을 바로 세우실 것을

               믿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이생에서는 소박한 행복을

               저생에서는 지극한 행복을

               영원히 누리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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