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공방, 김삼환 목사 입김은 없었나?
명성교회 세습 공방, 김삼환 목사 입김은 없었나?
  • 지유석
  • 승인 2017.11.0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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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목회자들 ‘세습 중단하라’ vs 교회 측 “성도의 뜻” 첨예한 공방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 강행에 대해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 소속 목회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 지유석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안을 두고 개신교계가 들썩이고 있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최기학 총회장) 목회자 538명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를 “주님의 몸 된 교회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와 소속 67개 노회와 지교회들, 온 성도들, 한국교회 전체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교회를 기만하며 실망케 하며 분노케 하는 희대의 역사적인 죄악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에 앞서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과 장로교신학대학교 교수평의회가 각각 성명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명성교회의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자신을 명성교회 11교구 59구역 교인이라고 소개한 이아무개씨는 지난 2일 한 교계 인터넷 매체인 <뉴스앤조이>에 "누구 마음대로 '세습'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이씨는 해당 기고문을 통해 김하나 목사의 위임청빙이 공동의회 투표에 따른 결과임을 주장했다. 이씨의 기고문 중 일부다. 

“청빙위원회는 올해 3월 8일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자는 안과 김 목사를 제외한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 5인 중 1인을 청빙하자는 안을 놓고 투표를 실시했다. (중략) 그리고 3월 19일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국민투표에 해당하는 공동의회 표결에서 합병 안건은 8,104명 중 5,860명(72.32%) 찬성, 2,128명 반대, 116명 기권으로 통과했고,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안건은 8,104명 중 6,003명(74.07%) 찬성, 1,964명 반대, 137명 기권으로 통과했다. 안건 통과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공동의회 출석 회원의 3분의 2 찬성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결과였다. 김하나 목사 청빙은 그렇게 결정됐다."

이에 앞서 명성교회 김아무개 장로도 개신교계 언론에 메일을 보내 "명성교회는 당회와 제직회 공동의회의 조직과 제도속에서 여느 교회가 목사를 선정하는 방법과 같이 선정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세습 논란에 선을 그었다. 

김하나 목사 청빙, 절차적으로 정당했나?

명성교회측 입장표명에도 불구,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이 김삼환 원로목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김 원로목사가 직접 세습의지를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 지유석

김 원로목사는 세습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는 퇴임 직후인 2016년 1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후임자 물망에 김하나 목사가 올라와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원로목사의 말이다.

"명성교회와 한국 교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이 왔으면 해서다. (아들 문제로) 제가 피해 입는 것은 괜찮지만 교회가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아들이 목회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라도 할 수 있다. 물론 후임은 청빙위원회가 결정할 일이고 은퇴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월권일 수 있다. 하지만 저는 이 문제에 여운을 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 원로목사는 또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 통과에 대해서도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10월 29일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총회 결정을 가만히 따르고, 노회도 가만히 따르려고 했다. (동남노회 정기) 노회를 앞두고 장로님들 모아 두고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노회 다 따라가라. 나는 우리 교인들 마음 아프게 하고 싶은 마음 없고, 노회와도 평생 부딪치지 않았다. (중략) 그런데 장로님들이 노회에 참석해서, 총회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조용히 지내던 장로님들이 뿔따구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나와 의논도 안 하고 결정을 했다." 

그러나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임명에 반대하는 성도 일부는 김 원로목사가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2015년 한 면담 자리에서 김 원로목사가 세습의지를 내비쳤다고 했다. A씨의 증언이다.

"2015년 12월 오전 김 원로목사가 2016년 청년부 회장 후보자들을 집무실로 불러 면담을 했다. 나 역시 후보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원로목사는 '개별 교회의 법은 총회 법에 우선한다. 세상의 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한다'고 말했다.(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은 2013년 세습방지법을 마련했다 – 기자 주) 공식적인 자리라고 하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보이지만, 그래도 공개석상에서 의지를 드러낸 건 그때가 처음으로 기억한다. 자신의 뜻을 은연 중에 장로를 비롯한 교회 임원들에게 내비친 후 이들이 김하나 목사 청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A씨는 이어 "김 원로목사의 뜻이 강력하다면, 성도들과 적극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했는데 이런 과정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명성교회의 세습 논란과 별개로 동남노회가 김하나 목사의 위임청빙안을 통과시킨 과정은 석연치 않았다. 명성교회 장로들은 동남노회 부노회장 김수원 목사(태봉교회)가 위임청빙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김 목사의 노회장직 승계를 막았다. 김 목사는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명성교회 세습 중단 기자회견에서 명성교회의 행태를 '범죄'라고 규정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상당기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예장통합 총회에 김하나 목사 청빙안 가결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평신도들이 꾸린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아래 행동연대)는 5일 명성교회 앞에서 세습반대 시위를 벌였다. 행동연대는 매주 세습 반대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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