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서 악마를 보았다?
페북에서 악마를 보았다?
  • 신기성
  • 승인 2017.11.0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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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발 가짜 뉴스를 통해 본 교계 거짓 뉴스 확산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러시아발 거짓 뉴스 파문이 여전히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2016년 미 대선에서의 러시아 컨넥션을 조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도날드 트럼프 선거 캠프 선대본부장 폴 매너포트(Paul Manafort)를 기소하면서 논란이 더 심화되는 가운데 팻 로버트슨 같은 일부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은 로버트 뮬러의 조사를 멈추게 하고 특검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워싱턴 정가뿐만 아니라 교계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하원 정보위원회(House Intelligence Committee)는 러시아가 지난 2016년 대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소셜미디어 광고들을 공개했다. 의원들은 러시아가 지난 대선에서 어떻게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띄우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깎아 내리려고 했는지, 또한 어떤 방법으로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해 왔는지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 전후로 러시아가 루블화를 지급한 3,000건의 광고에는 미국의 정치적인 이슈에 여러 형태로 영향을 미쳤던 증거들이 담겨있었다. 이것들은 궁극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서 미국의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들이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광고들은 서류 미비자들과 이미자들 문제, 석탄 산업 같은 분야의 경제적 침체, 총기 소유, 흑인들의 정치 참여, 미국에서의 무슬림의 증가, 그리고 기타 여려가지 이슈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페이스북 사용자들 중, 총기 소유 옹호자들, 마티 루터 킹을 따르는 사람들, 트럼프 지지자들, 클린턴 지지자들, 또한 특정 주들(states)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그 중 한 광고는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 지지를 철회하도록 계속 호소했다고 밝혔다.

 

사회 분열과 갈등 조장

“텍사스의 마음(Heart of Texas)”이라고 불리는 러시아가 조종하는 그룹은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2016년 5월 21일에 있었던 “텍사스의 이슬람화 금지”라는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동시에, 러시아가 조종하는 또 다른 그룹인 “미국의 무슬림 연합(United Muslims of America)”은 “이슬람의 지식을 지키자(Save Islamic Knowledge)”라는 집회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주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반대 성격의 이 두 집회를 휴스턴의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벌임으로써 러시아가 미국 사회에 갈등과 폭력을 조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9월 러시아가 구입해 운영한 470개 계정에서 3,000 개의 광고가 게재되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계정들은 현재 전부 폐쇄된 상태이다. 공개된 광고들은 러시아가 미국에서 운영되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미국에 영향을 미쳐온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가 양산한 거짓 뉴스를 통한 사회 혼란 시도 중 빙산의 일각 만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서 지적한다.

드러난 거짓 뉴스 중에 가장 영향이 컸던 것은 러시아의 조종을 통한 페이스북 가짜 뉴스였다. 러시아가 만든 계정을 통해 제작된 가짜 뉴스는 미국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1억 2천 6백만 명 정도에게 전달되었고, 최소한 천 백 사십만 명이 광고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앵거스 킹(Angus King) 상원의원은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the Senate Intelligence Committee hearing)에서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기독교계의 여론 호도

마크 워너(Mark Warner) 민주당 소속의 상원의원은 정보위원회에서, 예수의 군대(Army of Jesus)라는 그룹이 게재한, 빨간 뿔을 달고 권투 장갑을 낀, 사탄 복장의 클린턴이 예수에게 주먹을 날리려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는 그림을 공개했다. 그림속의 예수는 백인의 모습으로, 성조기를 몸에 두르고, 역시 권투 장갑을 낀 채, 미리 위로 하늘의 빛을 받고 있었다. 그림 위에는 “예수께서 이기기를 원하시면 ‘좋아요’를 누를 것”이라고 쓰여 있다. 실제로 이 그림은 217,000명이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수의 군대는 또한 예수와 사탄의 팔씨름 그림을 게재하면서 사탄이 “만약 내가 이기면 클린턴이 이기는 거야”라는 부언 설명을 달았다. 이런 종류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면 그 명단을 따로 관리해서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른 뉴스나 광고를 만들어내 특정 지역과 특정 연령 층, 특정 관심사에 따라 게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은 보수 기독교계를 타깃으로 삼기도 했는데, 무슬림이나 LGBT 등 보수 교계에 예민한 주제들을 다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광고나 가짜 뉴스가 무서운 이유 중의 하나는 특정 그룹이나 개인의 관심사에 맞춤형 광고(microtargeting)라는 사실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개인적 취향이나 관심 분야에 따라 광고를 노출 시키면 그 광고에서 받는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이 특정 그룹과 개인에게 노출된 거짓 뉴스가 다양한 방식과 통로로 퍼져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도록 고안되었다. 문제는 이 영향력이 사실을 왜곡하고, 그릇된 정보로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며, 국가와 사회는 물론 자신에게도 해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과 갈등, 폭력을 통한 자신들의 목적 달성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에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들이, 이 거짓 뉴스를 성서의 문구를 인용하기도 하고, 복음적 메시지를 담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크리스차니티 투데이(이하 CT)가 밝힌대로, “내 기도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군대로서 함께 서는 것” 같은 메시지가 있다. 혹은 한 소녀가 십자가 상의 예수의 그림을 들고 있는 모습 위에 “기독교 신앙을 지키고, 무신론의 선전을 멈춰라” 등의 구호가 게재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림 위로 “모든 생명이 귀하다(All lives matter)”는 글귀를 써 놓기도 했다고 한다. “모든 생명이 귀하다”는 문구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흑인 민권운동을 폄하하기 위해 내세우는 구호이다.

선거에 임하는 기독교인의 도덕적 원리 같은 선언을 한 문구도 있었다. “힐러리는 악마다. 트럼프는 성인(saint)은 아니지만, 그는 최소한 정직한 사람이고 나라를 깊이 걱정하는 사람이다.” 이런 문구가 보수 기독인들인 론 폴(Ron Paul), 빌 오렐리(Bill O'Reilly), 러시 림보(Rush Limbaugh), 앤드류 브레이트바트(Andrew Breitbart), 마이클 새비지(Michael Savage), 마이크 허커비(Mike Huchabee) 등이 좋아하던 구호였다고 CT는 밝혔다.

페이스북 이용자들 중에 기독교인들의 활동이 적극적이고 활발하다. CT에 따르면 수년 동안 기독교 관련 영적인 이야기나 그림 등의 게시물 들이, 공유와 댓글 관련해서 페이스북 최 상위에 랭크돼 왔다고 한다.

 

한국 교계의 공포 뉴스 확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대선 때도 그랬지만 최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단체로 확산되는 가짜 뉴스가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예를 들면, “이슬람 개종을 거절하는 기독교인 가정의 아기를 ISIS 성직자가 공개적으로 밟아 죽이는 장면,” 혈세 5천 5백억이 투입되고, 50만평의 대지 50년 무료 임대에, 세금은 1원도 안내고 운영되며, 이슬람 종교지도자 1백만 명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던 “익산 할랄 단지 괴담,” “인도 오릿사주 기독교 선교사 200명 살해 위기,” “아프칸 선교사 22명 내일 처형 위기,” “이집트 무슬림 남편 자기 부인과 8살 난 딸과 갓난아기 살해 이야기” 등이며 이 밖에도 수도 없이 많은 가짜 뉴스들이 떠돌고 있다. 2008년 이후로 2,3년 간격으로 같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데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그저 퍼 나르기만 바쁜 사람들이 많다.

이런 가짜 뉴스는 기독교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하게 한다. 미국인들 사이에 이번 러시아발 거짓 뉴스를 계기로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소식이 전해오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전에, 그 원출처가 어디인지를 확인해야 하고, 뉴스에 근거와 신빙성이 있는지 점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어떤 뉴스이든지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한 이유다.

익산시기독교연합회와 지역 시민단체의 할랄 식품 단지 조성 반대 시위 모습. 사진 출처: 익산신문, (뉴스앤조이, newsnjoy.or.kr 에서 재인용 )

악을 드러나게 행하는 사람보다 선을 빙자한 악이 더 무섭듯이, 우상을 섬기는 것보다 하나님을 우상처럼 섬기는 것이 더 위험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을 위해서 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도 자신들은 중요한 가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고 믿는다. 어리석은 열심만큼 교회에 해를 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한인 교계도 카톡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번지는 가짜 뉴스를 판별해 낼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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