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본질과 세상의 변화
복음의 본질과 세상의 변화
  • 신기성
  • 승인 2017.11.1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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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미국 선거 결과로 본 변화의 물결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지난 7일 치러진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는 패배에 따른 책임 떠넘기기와, 내년에 있을 중간선거와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감지된다.

 

공화당 참패

현 공화당 주지사 지역에서 벌어진 선거에서 버지니아와 뉴저지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하고 시장과 주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특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랄프 노섬(Ralph Northam) 후보와 공화당 에드 길레스피(Ed Gillespie)의 경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1년 성적표를 가름할 지표가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았었다.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자 랄프 노섬(Ⓒwtop.com)

길레스피 후보는 공화당전국위원회(RNC) 회장을 역임한 적이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에게 도전한 노섬 후보는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정책에 각을 세웠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에서 총기를 규제하면 범죄가 들끓을 것이라며 길레스피 후보를 지지하는 트윗을 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 노섬 후보가 길레스피를 누르고 당선됐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주독일 미국 대사를 지냈던 필 머피(Phil Murphy)가 현 공화당 소속 부지사 킴 과다노(Kim Guadagno)를 누르고 당선됐다.

 

특색 있는 당선자들

뉴저지주 호보큰 시장으로 선출된 

라빈더 벨라 (사진 출처: 라빈다 발라 트위터)

<Sojourners>는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하면서 몇 가지 역사적인 결과를 언급했다. 먼저, 저스틴 페어펙스(Justin Fairfax)는 버지니아의 부지사로 당선되었는데, 그는 남북전쟁 이후로 주정부 고위 관료로 선출된 두 번째 흑인 정치가이다. 엘리자베스 거즈맨(Elizabeth Guzman)과 할라 아얄라(Hala Ayala)는 버지니아 주에서 라틴계로서는 처음으로 주 하원 의원에 당선됐다. 대니카 롬(Danica Roem)은 미국 최초의 주 의회 트랜스젠더 의원이 되었다. 크리스 허스트(Chris Hurst)는 텔레비전 리포터이었으나 2015년 생방송 중 총에 맞아 사망한 앨리슨 파커(Alison Parker)의 연인이었다. 허스트는 버지니아 시골 지역에서 미국 총기 협회(NRA)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첫 번째 인물이 되었다.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의 안드레아 젠킨스(Andrea Jenkins)는 시의회 의원직에 당선이 되었는데, 그녀는 공직에 당선된 최초의 유색인 트랜스젠더이다. 몬타나 주 헬레나 시의 윌못 콜린스(Wilmot Collins)는 몬타나 주 최초의 흑인 시장이 되었다. 그는 라이베리아에서 피신 온 난민 출신이다. 뉴저지 주 호보큰에서는 최초로 시크 교도인 라빈더 벨라(Ravinder S. Bhalla)가 시장에 당선되었다. 뉴저지 주의 쉴라 올리버(Sheila Oliver)는 최초의 흑인 부지사가 되었다. 메인 주는 주민 투표로 메디케이드 대상을 확대한 첫 번째 주가 되었다.

뉴저지주 주지사 당선지 필 머피(Phil Murphy)와 부지사 당선자 쉴라 올리버(Sheila Oliver): ⓒSomerset County New Jersey Democratic Committee

그리고 다음은 각 도시에서 최초로 흑인 시장이 된 인물들이다: 조나단 맥콜러(Jonathan McCollar, 조지아 주 스테이트보로), 브랜던 바버(Brendan Barber, 사우스캐롤라 주 조지타운), 메리 코펠란(Mary Parham Copelan, 조지아 주 마일드게빌), 부커 게이노어(Booker Gainor, 조지아 주 카이로), 맬빈 카트(Melvin Carter, 미네소타 주 세인트 폴), 비 라일즈(Vi Lyles,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

 

공화당의 패배는 교회의 실패인가?

데니카 롬 (Image via Reuters)

주로 공화당 지지자들인 백인 위주의 보수 기독교계는 이번 성소수자와 타종교인들의 선출직 당선이 교회에 경종(wake up call)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교회가 더욱 단합해서 이런 소수자와 타종교인들이 지도자가 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교회가 기도가 부족하고, 선거에 무관심하고, 단합을 하지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교회에 대한 경종은 이미 그들이 예수를 떠나 맘몬을 섬기기 시작했을 때 울렸어야 했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정의를 저버리고 안위와 권력을 탐할 때, 복음은 교회 안에서, 교회를 통해 변질되었다. 교회가 마땅히 앞서서 주도해야 할 정의와 사랑을 저버리면, 세상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그 일을 대신할 지도자들을 찾게 마련이다. 이번 선거는 교회가 핍박하고 억압하고 무시했던 사람들이 상당수 선거를 통해서 지도자로 선택 받았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이 변화를 반복음적인 사건이라고 탓하고 비난해야 할까 아니면 이런 변화에 동력을 제공한 교회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해야 할까? 한국과 미국에서 공히 일어나는 교회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야말로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기회가 아닐까?

 

복음의 본질은 언제나 새 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된다고 하지만 복음의 가치는 새 술이라고 할 것도 없다. 2천 년 전부터 변하지 않은 본질적 가치였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아주 짧은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사랑과 정의의 하나님 보다 절대적 통치 권력만을 추구해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만왕의 왕’ 예수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유대 메시아주의의 산물이다. 유대인들 중 일부는 아직도 이스라엘의 적을 물리치고 지상에 그들의 왕국을 만들어 줄 메시아를 기다린다. 그들의 메시아 통치 개념이 기독교에 너무 깊게 들어와 있다. ‘만왕의 왕 예수’는 정치, 종교, 경제계를 막론하고 돈과 권력을 소유하고, 대물림하는 자들의 친구처럼 왜곡되었다. 나사렛에서 사셨던 예수는 돈, 권력, 제국 어느 것도 탐하지 않으셨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되고, 아프고, 핍박받는 민중들의 친구가 되셨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희망이셨다. 그것 때문에 유대인이셨던 그가 동족에게 배척당하셨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메시야는 그렇게 죽어서도 안 되고 죽을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부활을 보지 못하고 십자가까지만 바라보았다.

번영신학과 근본주의는 오늘날 동일한 이유로 예수를 배척하고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예수상을 고집한다. 교활한 우상숭배다. 그들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아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있어주고, 가난과 지구적 고통에 대해서 얘기하시는 주님을 배척한다.

21세기 바리새인들과 다름없는 ‘번영신학’과, 만왕의 왕 예수의 이름을 빌어 세상의 왕 노릇하려하는 일부 ‘복음주의자들’이 쌓아 올린 모래성이 밑동에서부터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제 서서히 변화의 물결에 쓸려 내려갈 것이며 탑 꼭대기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 될 수도 있다. 교회가 하지 못하니, 하나님은 세상에서 시작하셔서 교회를 개혁하실 지도 모른다. 예수살렘이 바벨론에 멸망할 때도 그런 방식이었다.

전국적인 선거도 아니고 몇 몇 도시와 주들의 선거 결과를 놓고 비약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백인 보수주의가 만들어온 윤리적 가치에 대한 반발과 반작용이 이번 선거에서 명백히 보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회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헛것이 무너지면 참 교회가 세워질 것이다.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만 교회가 살아나지 싶다.

경종은 울렸다. 교회가 맘몬을 섬기는 대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기회의 종이 울린 것이다. 교회가 바로 서면, 하나님은 굳이 세상을 이용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선택의 기회는 교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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