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복음주의자들 손에 죽었다"
"교회는 복음주의자들 손에 죽었다"
  • 신기성
  • 승인 2017.11.1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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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무어와 명성교회로 본 복음주의의 폐해
사진: JTBC 뉴스룸 갈무리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남침례고 목사이자, 아일리프 신학교(Iliff School of Theology) 기독교 윤리학 교수인 미구엘 딜 라 토레(Miguel De La Torre)는 뱁티스트 뉴스 글로벌(Baptist News Global)에 “미국 기독교의 죽음(The Death of Christianity in US”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리고 그는 첫 문장을 “교회는 복음주의자들 손에 죽었다(Christianity has died in the hands of Evangelicals)”고 시작한다.

https://baptistnews.com/article/death-christianity-u-s/#.WgwlukqnHIX     

 

로이 무어로 본 미국 복음주의 가치

미구엘 딜 라 토레

그는 복음주의는 더 이상, 보다 나은 인류를 만들어가려는, 정의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복음주의자들은 사랑, 평화, 우애 등의 복음적 가치를 매장시키고 그들의 돈과 권력을 위해 영혼을 사기꾼들에게 팔아버렸다고 비판한다. 딜 라 토레는 파우스트의 거래(Faustian Bargain)라고 칭한다. 이는 출세와 명예를 위해 양심과 도덕을 파는 지식인들을 비꼬는 말이다. 악마와의 거래(deal with the devil)라고도 부른다. 앨라배마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에 오른 로이 무어(Roy Moore)를 두둔하는 기독교인들과 목회자들을 보면 더 이상의 증거는 필요치 않다고 딜 라 토레는 주장한다.

무어는 앨라배마 주 공화당 연방 상원 후보이며, 주 대법원장을 두 번이나 지냈다. 그는 연방 대법원의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며 직무정지가 되기도 했고, 법원 앞에 십계명 비석을 세워서 유명세를 탄 근본주의 기독교인이다. 그가 32살 때 14살 난 여학생을 유혹해 30분을 운전해서 집으로 데려 간 뒤 두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10대 미성년자들에게 같은 짓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앨라배마 주 감사원장 짐 자이글러(Jim Zeigler)는 "마리아와 요셉이 결혼할 때 마리아는 10대 소녀였고 요셉은 나이 많았지만 예수를 낳고 길렀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고 주장하며 무어를 옹호했다. 앨라배마 마리온시 공화당 의장 데이빗 홀(David Hall)도 "32살 남자와 14살 여자 사이에 키스 좀 했다고 무슨 대수냐“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딜 라 토레는 복음주의자들은 구원론에 관한한 백인 우월주의에 근거한 배타적인 해석을 구축해 왔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구원론은 식민지 문화와 전통을 무시하고 오직 자신들의 삶과 문화에 동화되는 길만이 구원에 이르는 방법이라고 강요해왔다. 딜 라 토레는 예수의 후예들이라고 자청하는 자들로부터 예수를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색인종과, 서류미비자들, 무슬림, 그리고 그들과 다른 타인들에게서 오는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예수를 이용하는 자들이라고 평가한다. 복음주의는 예수 그리스도에 뿌리를 둔 신앙이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을 거부하는 정치적인 운동처럼 변질되었고 증오의 메시지가 강단을 채우고 있다.

번영복음과 결합한 복음주의는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대신에, 그들을 착취해서 백만장자가 된 사기꾼들이 거룩한 목자 행세를 하도록 정당화한다. 그러면서 신앙 때문에 자신들이 박해를 당한다고 선전한다. 복음주의는 기독교인들을 무지로 이끈다.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강타했을 때, 과학적인 분석이나, 기후 변화 등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보다는 동성애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망가뜨리는 원인에 대한 무지는, 가진 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지구를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사람들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게 만든다.

로이 무어의 경우로 드러난 일부 복음주의자들의 악한 모습은 성폭행범, 강간범, 거짓말을 늘어놓는 지도자들에 대한 옹호의 행태로 드러났다. 샬로츠빌 백인우월주의 폭력사태에도 그들은 침묵하거나 오히려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고, 평화를 외치며 시위하는 사람들을, 증오로 무장한 자들과 같은 무리로 치부해 버렸다.

딜라 토레는 심지어 복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예수는 악마적이라고까지 비판한다.

“그런 사람들은 거짓 사도요 속이는 일꾼이니 자기를 그리스도의 사도로 가장하는 자들이니라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니라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나니 그러므로 사탄의 일꾼들도 자기를 의의 일꾼으로 가장하는 것이 또한 대단한 일이 아니니라 그들의 마지막은 그 행위대로 되리라“ (고후 11:13-15)

 

로이 무어와 케일라 무어 (ⓒ al.com)

워싱턴 포스트는 로이 무어의 성추문 사건 보도를 하면서 “로이 무어가 성과 도덕에 관해 행했던 많은 의로운 일들”이라는 탐사 보도를 동시에 게재했다. 그의 위선적 삶이 세상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드러나고 있다.

 

명성교회의 법과 정의

최근 며칠 사이에 한국에서도 세상 언론을 통한 교회의 위선이 보도되는 참담한 현실을 목격하게 되었다. 온통 기독교 언론과 소셜네트워크를 도배하다시피한 명성교회 세습 소식은 이제 JTBC를 비롯한 한국의 모든 언론이 비판적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세상 언론이 세습을 비판하고, 해당교회 장로는 세습은 북한에서나 쓰는 말이니 적당한 용어가 아니라고 강변하며, 모든 법과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선출되었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선포해야 할 교회가, 그것도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 중의 하나인 명성교회의 대표가, 세상 언론으로부터 정의를 지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는 장면을 많은 기독교인들이 가슴 아프게 보고 있다. 교회가 죄를 범하고 뉘우치지 않으니, 하나님이 세상 언론을 이용하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부자 세습을 하면서 숨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한 교회의 안전을 위해 한국 교회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는 악을 저지르고 말았다. 위임식 중에 소리 내어 비판하는 사람을 교회 밖으로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의하면 김하나 목사는 끌려나간 사람의 외침을 “세상의 소리”로 치부했다. 마땅히 들어야 할 소리라고 겸손히 받아들이는 투의 발언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우리 중 일부가 아닙니다”라는 배척의 의미를 담고 있다. 왜 끌려 나간 그의 목소리는 교회의 목소리가 아니라 세상의 소리인가? 그는 김하나 목사 자신이 몸담고 강의를 나간 장로회신학대학원 학생으로 알려졌다. 그는 분명 교회를 너무나 사랑하는 기독교인이며 목회자 후보생이다. 그의 외침이 세상의 소리로 치부될 수 있을까? 그의 부르짖음이야 말로 목회자의 본분을 다한 선지자적 외침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세상” 혹은 “타자”로 쉽게 정의해 버린다. 그 곳에 있었던 명성교회 교인들은 즉각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끌려 나간 사람은 자신들 중 일부가 아니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는 불만을 품은 방해세력, 세상 사람으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김재훈 장로는 언론에 대고 “내부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외부에서 비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비판은 명성교회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근거가 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복음주의자들에게 있어서 정의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주고 지켜주고 옹호해줄 수 있는 사안인지 아닌지에 관한 것이 되었다. 아무리 잘못하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내편이면 보호하고 지지해 준다. 로이 무어의 부인 케일라 무어(Kayla Moore)는 무어의 성추행 사건들이 알려진 후에도 여전히 앨라배마 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무어를 지지하는 목사 5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명성교회 사태도 마찬가지다. 명성교회의 정의는 교회의 이익을 지켜줄 수 있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는 듯하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정의이고 올바름의 판단 기준이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대기업이 되어버린 명성교회 내부에 사슬처럼 얽힌 이익관계가 세습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세습은 김하나 목사의 개인적 욕망의 관철이 아니라 명성교회를 둘러싼 이익 집단의 이해관계가 나은 필연적 결과처럼 보인다. 어쩌면 김하나 목사는 이 이익집단들의 꼭두각시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복음주의자들이 교회를 죽이고 있다. 불의를 저질러 놓고 “하나님의 은혜로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세상의 더 큰 조롱거리가 되기 전에 돌이켜 진정한 복음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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