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의 손아귀에서 우리 사회를 구원해 내자
대형교회의 손아귀에서 우리 사회를 구원해 내자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7.11.16 0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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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세습' 집중 조명한 JTBC [뉴스룸] 박득훈 목사 인터뷰
13일 JTBC뉴스룸은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인터뷰를 통해 재차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집중 보도했다. ⓒ JTBC뉴스룸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 교회가 너무 커지니까 그걸 제대로 감당할 만한 사람은 아들밖에는 없습니다. 너무나 거대한 조력이고 거기에 위계질서가 강력하게 있지 않으면 대형 교회에 일조가 안 되거든요. 그 위계질서를 흔들리지 않게 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은 오직 아들밖에 없는 것이죠.

손석희 앵커 : 결국 대형 교회를 크게 덩치 불린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렇게 생각하십니까?

박득훈 목사 : 저는 그렇게 봅니다.

13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룸>은 '탐사 플러스', 그리고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인터뷰를 통해 재차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잠깐 명성교회 사태 진전을 살펴보자. 명성교회는 결국 12일 오후 김하나 목사 취임식을 강행했다. 일부 성도들이 '세습은 불법'이라 외치자 교회 측 관계자들이 이들을 끌어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명성교회가 논란과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세습을 강행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교회가 거대 기업만치 규모가 커졌고, 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박득훈 목사는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바로 이 지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반론이 없지 않다. 한국교회는 유난히 '크기'에 집착한다. 그래서 대형교회를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긴다. 작은 교회를 담당하는 목회자도 '큰 목회'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분들이 꽤 많다. 이런 맥락에서 아래 인용할 박 목사의 지적은 정곡을 정확하게 찌른다.

"그것은 대형 교회들이 자기들만의 확신이 있기 때문이죠. 거짓된 확신인데요.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우리가 성공해서 큰 교회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것은 하나님이 인정하는 일이다, 하는 확신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박 목사가 지적했듯 교회 대형화를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기는 시각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스포츠투데이> 반대 운동, 전병욱씨 성범죄 고발 등 교회개혁 현장에서 늘 맨 앞자리에 섰던 인천 세나무교회 이진오 목사 역시 자신의 신간 <재편>에서 이렇게 적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형화를 염려한다. 그런데 크기 자체에 경각심을 갖기보다는 대형 교회만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소위 '대형 교회 현상'이라 부르며 대형 교회 현상만 벗어나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오히려 대형 교회에 면죄부를 제공한다. (중략) 대형 교회 현상은 대형 교회 때문에 생긴 것이다. 교회 크기가 필연적으로 부패를 만들고 타락을 부추긴다. 우리는 크기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회 안 문제에 교인들은 왜 모르나?

요약하면 김하나 목사 위임으로 불거진 명성교회 사태는 교회 대형화가 불러온 당연한 귀결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명성교회 사태, 그리고 이를 다룬 JTBC <뉴스룸> 보도를 보는 게 참으로 참담하다. 그런데 손석희 앵커는 더 아픈 지점을 찌른다. 손 앵커는 인터뷰 말미에 박득훈 목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손석희 앵커는 인터뷰 말미에 명성교회 성도들의 분위기에 대해 질문을 제기했다. ⓒ JTBC뉴스룸

"그럼 아주 기본적인 의문을 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기(명성교회 - 기자 주)는 이제 10만 명의 재적 교인이 있다고 하고 현장에 참여한 사람만 해도 1만 명 정도라고 아까 리포트가 나오던데 거기서 반대를 외치다가 끌려나간 사람은 좀 소수인 것 같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그런 과정이나 절차 같은 것들이 분명히 다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교인들은 모릅니까?"

대형교회의 경우 담임목사의 말 한마디는 하느님 말씀이다. 비단 대형교회만 아니라 대부분 교회가 그렇다. 특히 신도들은 담임목사의 뜻에 따르는 걸 신앙인으로서 미덕이라고 믿는다. 이런 분위기 탓에 교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담임목사의 의중이 관철되기 일쑤다. 명성교회가 세습을 금지한 교단법을 무시하고, 세간의 비판여론에도 세습을 강행한 데에 성도들의 저항이 적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박 목사도 앞서 적은 손 앵커의 질문에 비슷한 지적을 내놓았다.

"아마 알 수도 있고요.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아까 담임목사가 와서 그렇게 강요하고 담임목사가 교인의 3대 중심 중의 하나다,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정도의 수준이거든요. 그러면 그 목사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그것을 저항할 수 있는 분별력이나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그러니까 참 답답한 상황입니다."

박 목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자정 능력이 지금 막 소진돼 가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사실 한국교회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라면, '자정 능력이 막 소진됐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동의의 의미가 아니라, 박 목사께서 그나마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 '막 소진됐다'고 에둘러 말한 것임을 간파했다는 말이다.

한국교회, 특히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대형교회들에서 자정 능력을 기대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들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한때 '스타 목사'로 각광 받았던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경우, 2010년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그런데 그가 속한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이 사건을 질질 끌다가 2016년 그에게 '설교 정지 2개월' 처분으로 매듭지었다. 거꾸로 사회 법정이 그가 저지른 성추행 행각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1억의 배상 책임을 지웠다. 법원 판결이 전해지자 박득훈 목사는 지난 6월 가진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교회를 개혁하고 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결국, 사회가 교회를 개혁해야 

명성교회는 세습을 기정사실화했다. 세습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당사자인 명성교회가, 그리고 김삼환 원로목사와 김하나 신임 목사가 이를 되돌리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답은 한 가지다. 사회가 나서서 교회를 바꿔야 한다. 큰 교회가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허위의식을 깨뜨리고,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이 땅에 실천하는 기관으로 바꾸자는 말이다. 왜 사회가 해야 하냐고?

다시 한번 박득훈 목사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에 속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기독교인들입니다. 이런 교회(대형교회 - 기자 주)에서 기독교인들이 자라서 사회 지도자가 되면 우리 사회가 문제가 됩니다."

잘못된 교회에서 자란 사회지도자(?)의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인 김 의원은 2018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법안을 내는가 하면, 종교인에게 근로장려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을 추가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낸 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면 종교인 과세의 시행 취지가 퇴색한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에 일등공신을 한 장본인도 교회, 특히 대형 보수교회였다.

그러니 이제 개혁을 교회에 맡겨서는 안 된다. 특히 이들에게 자정을 기대했다간 뒤통수 맞기 십상이다. 교회에서 벌어진 일을 그저 종교의 영역이라고 치부하지만 말자. 

사회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물신주의의 가면을 쓴 대형교회로부터 우리 사회를 구원해 내자. 이 일은 넓은 의미에서 적폐청산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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