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죽어가는 전통인가? 여전히 뜨거운 활화산인가?
종교개혁, 죽어가는 전통인가? 여전히 뜨거운 활화산인가?
  • 마이클 오
  • 승인 2017.11.23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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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 기윤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포럼 열어
종교개혁의 유산 및 현재적 의미 포럼  ⓒ <미주뉴스앤조이 마이클 오 기자>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한국 기독교가 명성교회 세습 사태로 인해 시끄럽다. 혹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명성교회가 개혁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며,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며 비꼬기도 하였다. 부패한 중세 교회의 갱신으로부터 시작되었던 개신교가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된 오늘날, 종교개혁이란 말은 이제 진부한 전통도 감당할수 없는 수사가 되었다.

이렇게 우울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그 의미를 다시한번 톱아보고, 500년전 포효하였던 야성을 오늘날 다시한번 소환시킬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학자와 목회자들이 함께 모였다. 엘에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준비한 포럼, ‘종교개혁의 유산 및 현재적 의미’의 이야기이다.

지난 11월 18일 (토) 오후 3시에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널 유니버시티 3층 강당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약 50여명의 평신도와 목회자, 그리고 학자들이 모여 심도깊은 대화와 토론을 하였다. UCLA 한국 기독교학 옥성득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으며, 안재엽 변호사의 사회와 함께 민종기 충현선교교회 담임목사, 곽건용 나성향린교회 담임목사, 허현 ReconciliAsian 목사가 패널로 참여하였다. 

사회 안재엽 변호사 ⓒ <미주뉴스앤조이 마이클 오 기자>

안재엽 변호사는 ‘이 자리가 종교개혁의 유산과 우리의 교회 현실을 성찰하면서 종교개혁이 한국교회 및 미주 한인교회에 주는 현재적 의미와 과제를 모색해보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이 행사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축하하는 축제의 자리이기보다는 회개와 성찰을 통해 교회의 갱신과 신자들의 변화를 추구하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옥성득 교수는 ‘루터 개혁의 유산과 현재적 의미’라는 주제발표를 통하여, 종교개혁의 주요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였다. 종교개혁의 유산으로 이신칭의, 말씀, 만인제사장론, 두 왕국론, 구제, 학문등의 주제가 부각됨에 따라, 교회 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와 역사에 있어 다양한 영향력을 끼쳤다고 언급하였다. 옥교수는 이러한 영향력이 단순히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오늘날 기독교의 모순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이신칭의의 교리는 자유롭고 주체적인 신앙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지나친 개인주의와 세속화에 결정적인 계기도 함께 제공하였다고 한다. ‘오직 말씀’에 대한 가르침도 권위주의와 전통주의에 저항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지만, 반면 성경해석의 차이로 인하여 교회의 분열과 갈등, 성서문자주의 등의 부정적 영향력도 끼쳤다고 지적하였다. 

옥성득 교수는 이러한 중립적인 분석을 통하여, 종교개혁이 오늘날 교회에게 던지는 현재적 의미와 과제를 도출하였다. 현재 교회가 겪고 있는 전체주의적 경향과 기업화, 국가와 자본주의 체제에의 종속, 혼합주의, 귀추논리등 근거로한 미신적 세계관등, 교회가 다시한번 탈피해야할 대상들을 상세하게 제시하였다. 

종교개혁의 유산 및 현재적 의미 포럼 ⓒ <미주뉴스앤조이 마이클 오 기자>

2부 순서로는 주제발표에서 제시된 종교개혁에의 분석과 현재적 의의에 대해서 패널들의 평가와 실천적 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한국 교회의 현실과 개혁의 방향에 있어 패널모두가 공적인 신앙과 사회적 영성이 더욱 부각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정의 평화 운동단체인 ReconciliAsian의 대표인 허현목사는 오늘날 복음의 핵심인 화해와 평화가 그 중심성을 잃어버림으로써, 신앙이 피상적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이 시대에 다시한번 화해와 평화의 복음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글랜데일 충현선교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민종기 목사는 교회 세습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교회 자산을 공공재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교회는 공적인 목적과 이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공공자산의 사적 소유와 유용은 절도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규정하였다. 옥성득 교수는 교회의 대형화와 기업화 현상을 지적하면서, 작은 교회론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러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 하였다.

나성향린 교회 곽건용목사는 성경학자로써 오직 성경에 대한 교리를 바라보면, 이 교리가 더욱 많은 분파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이 교리가 하나의 교조적 도그마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성경 그 자체 위에 군림하는 기이한 현상이 생겼다고 하였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성경 텍스트 그 자체가 이야기하고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 외에도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 소수자들을 향한 교회의 역할, 기독교 집단 지성의 필요성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하여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포럼의 한 참석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그 동안의 형식적인 축하와 행사를 넘어, 좀더 심도있는 토론과 고민을 할수 있었던 기회였던것 같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였다. 행사를 주최한 관계자는 이러한 포럼이 일회적 행사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영향력과 결과를 낼수 있도록 엘에이 기윤실이 더욱 성찰과 고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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