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은 오케이, 종교는 사양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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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오
  • 승인 2017.12.02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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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RI의 미국인들의 영적 성향에 관한 여론 조사 발표
미국인 영성 성향 조사 <source:PRRI>

[미주뉴스앤조이(LA)=마이클 오 기자]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영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지만 기존의 종교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종교성향 여론조사 기관인 PRRI (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가 지난 11월에 발표한 ‘미국인들의 영적 성향에 대한 조사: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인구에 관한 새로운 시각’의 결과이다. 

PRRI의 이번 조사는 영성과 종교성을 기준으로 네가지 분류를 통해 미국인들의 영적 성향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조사자 중 자신이 영적이며 종교적이라고 밝힌 부류는 29%,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다는 부류는 18%, 영적이지 않지만 종교적이라는 부류는 22%, 그리고 영적이지도 종교적이지도 않다고 대답한 부류는 31%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자신이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고 밝힌 조사자들 중, 실제로는 특정 종교에 속한 사람이 70%나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중 82%는 교회에 다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자신의 영적 관심이 기독교 신앙과는 무관하지만, 다른 이유로 교회를 다닌다는 것으로 볼수 있다. 다시말해 신앙 그 자체보다는 교제와 교육, 혹은 문화생활 등과 같은 다른 목적으로 교회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인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의 교회가 사람들의 신앙과 삶에 신앙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신앙적인 가치나 윤리, 삶의 실천 보다는, 교회가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유익에 더욱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종교에 대한 거부반응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각 분류의 50대 이하의 조사자 중 자신이 종교적이지 않다고 밝힌 사람은 과반수가 넘었고(영적/비종교적 56%, 비영적/비종교적 62%), 반대로 종교적이라고 밝힌 사람은 절반을 넘지 (비영적/종교적 50%, 영적/종교적 46%) 못하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젊은 세대들이 점차 종교로 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퓨리서치 조사(“Millennials are less religious than older Americans, but just as spiritual”)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수 있다. 이는 젊은 세대들이 점차 기존 종교에서 자신들의 삶과 미래를 이해하고 살아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source: https://twitter.com/2014rmj>

PRRI는 종교인의 감소와 제도종교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는 현상에 대해서 분석하면서, 종교적 불신이 굳이 미국 사회에서 세속적 성향이 강화되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보다는 기존 종교에 대한 불만족이 대안적인 영성 , 즉 개인의 필요와 기호에 맞추어진 영성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일으켰고,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영성이 출현하게 되었다고 해석하였다. 명상과 요가와 같은 영적인 활동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공공보건국이 지난 1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동안 요가에 참여하는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종교성의 감소와 새로운 형태의 영성이 출현하고 있는 현상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기존의 종교가 담당하고 있던 역할들이 다변화되어가는 사회상황 가운데, 대안적인 영성과 서비스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이민사회의 상황도 이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의미와 만족을 위해 교회나 다른 종교기관을 찾기 보다는, 자발적이며 적극적으로 다양한 취미와 봉사, 수련과 공부를 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고도화 되어가는 미디어 서비스들도 종교성의 감소와 연관이 있다. 일상 가운데로 더욱 깊숙히 들어와버린 정보기술과 미디어가 종교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굳이 영감이나 위로를 얻기 위해 교회를 찾아가고, 목회자들을 만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통한 유투브나 페이스북 서비스가 즉각적인 감동과 영감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신앙과 교회는 더이상 기존의 방식과 교리로는 이전에 점유한 위치와 영향력을 유지할수 없을 것이다. 신앙의 내부 담론 만큼이나, 외부 상황에 대한 변화와 방향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신앙과 신학은 언제나 특정한 상황 가운데 의미를 가졌으며,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고도 상이한 형태를 띄었다. 본질의 타협없이 다양한 옷을 입고 언어를 말할수 있는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한국과 이민교회들 또한 갈수록 노쇠화되어가는 현상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방식과 방향에 대한 답습보다, 시대와 주변 상황을 읽을수 있는 눈을 뜨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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