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는 무어와 함께 쓰러지는가?
복음주의는 무어와 함께 쓰러지는가?
  • 신기성
  • 승인 2017.12.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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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의 가시밭길, 복음주의와 명성교회
선거 결과 99% 개표시 (ⓒCBS News)

[미주뉴스앤조이=신기성 기자] 지난 11일 치러진 앨라배마 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 더그 존스(Doug Jones) 후보가 공화당 로이 무어(Roy Moore)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앨라배마 주는 지난 25년간 공화당이 한 차례도 연방 상원의원 직을 민주당에 넘겨주지 않은 텃밭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30% 차이가 나는 지지율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앞질렀다.

앨라배마 주에서는 공화당 독주가 예상된 만큼, 공화당 예비 선거만 통과하면 상원의원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속된 말로 공화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이었다. 더구나 전임 제프 세션스(Jefferson Sessions)가 법무장관으로 영전해 간 터라 그 자리에는 당연히 공화당 후보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무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그를 지지하는데 소극적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무어의 다수에 걸친 10대 소녀들 성추행 사건이 드러나면서 판세가 흔들리고 부정적 전망이 고개를 들때까지 침묵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막판 무어의 지지율이 반등하자 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예상외의 패배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 일등 공신인 극우 성향의 스티브 배넌이 선거 초반부터 공화당 후보 선정 과정을 주도했다.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 개입도 배넌의 추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성추행 사건이 계속 밝혀지는데도 무어는 기독교의 가치를 자신의 중심에 두었다고 주장하며 보수 기독교계에 지지를 호소해 왔고 복음주의자들도 이에 화답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앨라배마 주민들의 반발을 다 잠재우지는 못했다.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사상과 이익을 대변해 주는 후보를 선택한 보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은, 선거에도 패하고 도덕적 가치도 상실하는 참사를 겪게 됐다. 그들이 기독교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종교적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그 뒤에는 언제나 자신들의 특권과 부를 지키고자하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민주당 덕 존스 당선 소감 발표 (ⓒCBS News)

언론의 평가

크리스차니티 투데이의 마크 갤리(Mark Gally)는 12일(수)에 “앨라배마 선거의 최대 패배자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기독교인(Christian Witnes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는 이 기사의 첫머리에서 앨라배마 주에서 오늘 치러진 이 특별한 선거의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미 패배는 정해져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기독교 신앙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한 세대 동안에는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라든지, 개인적 소명이라든지 기독교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세상은 듣지 않을 거라는 의미이다. 기독교의 진실성은 심각하게 퇴색되었다고 그는 진단한다.

보수기독교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연호하던 순간부터 무어를 지지하기까지 1년 반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른 기독교인들은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비도덕적 행동들과 사건들을 변호하고, 무시하고, 정당화하던 기독교 지도자들은 스스로가 위선자들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진보진영의 기독교인들은 보수기독교인들을 향해 정치적 권력을 쫓는 우상숭배자들이라고 비난해 왔고 인종차별주의자 이슬람 혐오자들이라고 불러왔다.

엘르(Elle)의 에릭 토마스(R. Eric Thomas)는 “성서를 인용하며, 말을 타고, 총으로 무장한 로이 무어는, 외국인 혐오, 분노, 그리고 공포를 편하게 쏟아 내는 수백만 미국인들의 아바타”라고 표현한다.

토마스는 이번 선거 결과를 미국 기독교에 내리는 사망선고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한다. 기독교인들이 도덕적 흠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의 가장 지탄받아야 할 범죄자까지 “기독교의 가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옹호하고 나라의 지도자로 세우려 하는 모습을 본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기독교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앨라배마 선거에서 승리한 존스도 기독교인이지만 마치 무어만이 참 기독교인이고 선거가 기독교와 세상과의 싸움인 것처럼 호도한 복음주의자들은 복음과 신뢰를 둘 다 잃고 말았다. 마크 갤리의 말처럼 세상은 이제 우리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전도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모두 죄인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기독교인들을 보면 그 말이 사실인거 같아’라는 비아냥을 듣게 된다. 너무 비약인가?

로이 무어 (ⓒgetty)

더그 존스는 누구인가!

복음주의자들이 기독교의 가치를 위해 무어에게 투표한다고 주장했지만 존스야말로 기독교인이다. 릴리전 뉴스 서비스(Religion News Service)의 캐씨 그로스만(Cathy Lynn Grossman)에 따르면 존스는 “모든 사람들과, 약자들을 돌보고, 모든 것에 공평한 것”이 종교적 가치라고 믿는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앨라배마 주에 있는 캔터베리 연합감리교회에 33년째 출석하고 있으며, 때로 주일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하는 감리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1963년 침례교회 폭탄 테러로 4명의 여학생이 숨진 사건의 용의자인 KKK단원 중 20여 년 동안 처벌을 받지 않고 있었던 두 명을 연방검사로 있던 1999년에 기소하여 처벌을 받게 한 장본인이다. 그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낙태를 찬성하며,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께서 하실 방식으로(as Christ would do) 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 어린 소녀들을 성희롱한 사람은 상원이 아닌 감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선거 결과를 바꾼 흑인 투표 참여

크리스차니티 투데이의 존 리차드(John C. Richards Jr.)는 “흑인 여성들이 어떻게 복음주의를 구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흑인들은 성희롱과 성폭력을 낙태만큼이나 중요한 성서적 문제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그는 12일의 이 선거가 복음주의를 기로에 세운 격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그들이 존중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도덕성을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거듭난(born again)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80% 이상이 무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복음주의자들은, 최소한 스스로 복음주의자라고 밝히는 사람들은, 가치에 관한 자신만의 판단 기준이 있는 듯하다’는 것이 리차드의 평가이다.

이에 반해 자신들이 그리스도께 깊이 헌신하지만 스스로 복음주의자라고 밝히는 데에는 주저하는 흑인 유권자들의 96%가 존스에게 투표했다. 심지어 흑인 여성들의 98%가 존스에게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차드는 흑인 유권자들이 복음주의를 구원했다고 표현했다. 지난 대선 때 소극적이었던 흑인 유권자들이 이제는 그들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뭔가 이루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전하고, 앞으로는 흑인들의 투표가 중요해지는 때(Black votes matter)가 왔다고 한다. 50년 전에 투표권을 위해 싸우던 흑인들이 이제 자신들의 품격을 위해 투표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흑인 남성의 93%, 흑인 여성의 98%, 흑인 전체 96%의 유권자가 존스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CBS News)

 

왜 명성교회가 떠오르는가?

'왜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관여하느냐?' '왜 선거에 나서느냐?' 라고 묻는다면 바로 이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전도와 선교의 길을 가로막고 하나님 나라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그러므로 이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선교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세습 이전에 이미 권력과 결탁하여 국민적 질타를 받았던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는 세습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한국 교계 전체의 명예에 먹칠을 한 꼴이 되었다.

명성교회 교인들이 '왜 외부인들이 명성교회일에 나서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들이 전도의 길을 막기 때문이다' 라고 답할 것이다. 그들이 교회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바닥에 내동댕이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계의 비난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교회를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교회의 비자금 덮고 가자고 교회 뿐만 아니라 주님의 영광까지 가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무어의 낙선이 다행인 이유는 남부 바이블 벨트에서 비록 도덕적 흠집이 있더라도 복음주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며,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있어서 도덕적 판단이 조금은 더 중요해질 거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사태를 안타까워 하는 이유는 이제 눈치보지 않고 세습을 감행할 교회들이 더 생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명성교회는 되는데 우리는 안되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앨라배마 주를 보면 한 때 투표권도 없었던 흑인들이 복음주의자들이 망쳐놓을 뻔했던 선거를 살려냈다. 한국 교회는 누가 나서서 살릴 것인가? 보잘 것 없는 나로부터 일어설 일이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고전 1: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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