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교인에서 교회개혁의 투사로
평범한 교인에서 교회개혁의 투사로
  • 양재영
  • 승인 2017.12.29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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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인교회정화협의회 김영철 장로, 이필주 권사 이야기
김영철 장로와 이필주 권사

[미주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미주한인교회정화협의회(이하 한정협)의 김영철 장로와 이필주 권사 부부는 한인교회의 평범한 평신도였다. 방사선과 핵의학 전문의로 지금도 일하고 있는 김영철 장로나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뉴욕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필주 권사는 현실과 조금만 타협하면 얼마든지 교회에서 존경과 권위를 누릴 수 있는 위치였다. 하지만, 지금 이들 부부는 한국과 미주지역 교회개혁을 위해 자신들의 삶을 모두 내어놓고 헌신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삶을 송두리 채 바꿔 놓은 사건은 2014년 경 자신들이 다니던 클리블랜드 중앙침례교회의 담임목사와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됐다. 클리블랜드 중앙침례교회는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교회로 ‘회중정치' 전통을 지키며 안정된 소규모 지역교회로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이 부임한 젊은 담임목사의 신뢰할 수 없는 행동들이 시작되면서 갈등은 커져만 갔다. 2015년 미주지역 언론에 발표한 성명서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교회의 정관을 무시하고 절차를 밟지않고 목사와 안수집사의 신임투표를 위한 회의를 진행한 사실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목회자는 남을 배려하고 겸손과 온유함으로 인도해야 할텐데 뜬금없는 비리의 수단으로 성도의 마음을 상하게하고 목회자가 교회앞에 잘못을 사과하면 자신의 권위와 신임을 잃을까봐 법정에까지 가도록 고집을 부리며, 자신이 견디기에 어렵다고 서로 잘못했으니 예수님의 사랑으로 무조건 용서하고 화해하자는 비겁하고도 졸렬한…”

교회분규에서 법정싸움까지 비화된 갈등은 이들 부부의 전통적 교회관을 한순간에 뒤바꾸어 놓았다.

당시 상황을 글로 옮겨 출판한 <목사교회, 목사교인>(이필주, 김영철 공저 / 대장간)에는 이들 부부가 목사를 상대로 수년간 진행된 반목의 심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오늘날 교회 아닌 교회가 범람하고, 목사 아닌 목사가 사이비종교 왕국의 제왕처럼 교회에서 군림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버젓이 ‘주인의 자리'에 앉아서 호령하며, 예수그리스도의 거룩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바른 말을 마다하지 않는 교인들을 싸잡아 ‘교회를 소란하게 만드는 자', 또는 ‘교회를 부정하는 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워 사역에서 배제하려는 목사들의 추악한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김영철 장로 ⓒ <미주뉴스앤조이>

“평신도에서 교회개혁 투사로"

소위 목사를 ‘하나님'처럼 떠받들며 충성과 봉사에 앞장섰던 두 부부는 어느덧 담임목사의 전횡 등에 분노하는 일대 의식의 전환을 경험한다. 이들 부부는 정든 교회를 떠나 <미주한인교회정화협의회>라는 온라인 사이트(http://churchpurificationmovement.org)를 만들고 미주지역 교회개혁을 꿈꾸는 투사가 되었다.

"한국교회는 자정 능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어떤 사람도 비리 목사들을 제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목사들이 섬겨야 하는 종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교인들로부터 섬김과 극진한 대접을 받는 데만 익숙해져서 그야말로 사설 왕국의 제왕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비리 목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순진한 교인들을 맹신도로 만들어서 ‘목사 교회'의 볼모로 삼고 있다. 얼마나 많은 교인들이 교회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으며,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아무 말도 못한 채 교회를 떠나서 방황하고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목사 교회, 목사 교인> 저자 서문 중에서)

두 부부는 한정협의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한인교회와 한국교회의 비리와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교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제보를 바탕으로 언론에 고발과 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여름 텍사스 맥알렌한인교회 송창호 목사의 설교 표절 등과 관련해 언론에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김 장로는 “2013년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약 10여건의 교회비리와 관련한 성명서를 주요 언론을 통해 발표해왔다. 미주한정협은 교회 비리에 대한 내용을 수집하고 확인해 사회고발을 통해 여론화 작업을 하는 곳이다. 교회의 문제를 사회에 알려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며 그동안 진행된 사역을 소개했다.

김영철 장로 ⓒ <미주뉴스앤조이>

“새로운 예배공동체를 찾아"

이들 부부는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사회고발 차원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다. 수많은 비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고민하던 부부는 본지 칼럼니스트인 강만원 선생의 ‘원형교회’ 정신에서 해답을 발견한다. 이후 정관을 만들고 예배장소를 물색해 2015년 가을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새로운 예배공동체인 ‘아르케처치'를 설립했다.

“아르케처치는 예수께서 가르침과 계명을 주셨던 신앙공동체를 원형으로 삼는 예배공동체이다. 만인제사장을 근본으로 교권을 타파하며 각자의 은사에 따라 사명을 감당하는 공동치이다. 성경의 본뜻을 가르치고, 바른복음을 세상에 전파하는 교회를 추구한다.”

하지만, 새로운 예배공동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두 부부가 타주에 가 있는 동안 어렵게 물색해 청빙한 목사가 몇몇 교인들과 기존교회의 성장모델을 추구하려다 갈등을 유발했다. 결국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인 교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김 장로는 지금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고백했다.

“우린 그분에게 말씀만을 부탁드렸고, 평신도 중심의 교회를 만들어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분을 가족같이 모셨죠. 이런 결과가 나올줄 몰랐습니다. 편하게 쓰라고 드린 자동차까지 가지고 가시는 모습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피닉스 시내의 외국교회의 한 장소를 빌려 아르케처치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10여명 되지 않는 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초라함마저 든다. 하지만, 김영철 장로, 이필주 권사 부부는 결코 낙담하지 않는다. 70이 넘은 노령임에도 오히려 건강한 교회회복을 위해 매진할 것을 밝히며 한국교회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겸손하고정직한 목회자들이 올곧게 목회할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의식 있는 교인들이 앞장서야 하며, 비리 목사들이 함부로 전횡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불의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신약 시대 개신교의 목사가 마치 예수가 세상에 오시기 전에 구약 시대 ‘하나님의 사자’인 양, 그리고 목사의 말을 마치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인 양 섣불리 숭배하고 맹종하는 어리석은 교인들이 교회와 목사의 타락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인들뿐만 아니라 교인들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거센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 교회, 그리고 한인 교회가 하나님과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건강한 교회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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