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청빙'은 없다. 그러나...
완벽한 '청빙'은 없다. 그러나...
  • 양재영
  • 승인 2018.01.12 05:21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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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미주한인교회를 진단한다-2
<미주뉴스앤조이>는 신년 기획으로 ‘미주 한인교회 진단’ 기사를 기획했다. '설교표절', '청빙문화', '근거리 개척' 등 총 3부분에 걸쳐 시리즈 진행될 기사 중 두번째로 '목회자 청빙'과 관련한 진단과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미주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적합한 인물을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조직의 성패를 결정한다. 우린 지난해 탄핵정국과 새로운 정권의 탄생을 보면서 인사를 통해 한나라의 운명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인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말한다. ‘선거'를 통해 스스로의 권리를 행사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와 목소리가 제대로 투영되지 않을 때 우린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표현한다.

한국교회 인사의 최대 스캔들은 명성교회 세습일 것이다. 명성교회는 지난해 3월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기 위해 공동의회를 열었다. 참석교인 8,100명중 74%가 넘는 6,000여명이 김하나 목사 청빙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명성교회 사태의 핵심은 김삼환 목사 부자나 당회가 아니다. 이번 사태의 주역은 그들을 용인해준 ‘교인’들이다. 그들은 ‘투표'를 통해 주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들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들의 권한행사를 통해 ‘교회는 죽었다'고 개탄하는 실정이다.  

“잘못된 청빙문화의 피해자는 교인들”  

‘청빙'(請聘)은 ‘부탁하여 부르심'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성경에 사무엘이 사울왕을 대신할 자로 다윗을 세우기위해 고향땅 라마에서 베들레헴까지 60km이상의 장정을 떠난 것은 ‘청빙'의 좋은 예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청빙의 예가 오늘날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회의 유력자가 하나님의 대리자인 사무엘의 역할을 떠맡는 경우이다. 유력자(보통 당회 선임장로일 경우가 많다)가 인사권을 장악해 담임목사를 선정하고, 청빙위원회를 포함한 당회와 교인들을 들러리로 만드는 방식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뉴욕장로교회(미주뉴스앤조이 자료사진)

담임목사의 ‘불륜', ‘신사도운동' 등으로 홍역을 치뤘던 뉴욕장로교회(이하 뉴장)는 2016년 교세를 부흥시키지 못한 책임 등으로 강제퇴임한 이승한 목사의 후임을 세우는 과정에서 큰 홍역을 치뤘다. 뉴장은 당시 남미의 한인교회 목사를 단독 담임목사 후보로 올리고 공동의회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당회의 결정에 은퇴장로들이 반발함으로 공동의회는 혼란에 빠졌다. 급기야 모 은퇴장로가 발언권을 요구하며 항의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다.

당시 뉴장 소식에 정통한 한 교인은 이런 일련의 사태의 배후에 모 은퇴장로의 막강한 영향력을 지적했다. 그는 “모 은퇴장로의 막강한 영향력을 대변하고 있던 서기장로가 교인들의 동의없이 청빙위원회를 없애려고 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타교회 담임목사 빼내기라는 고질적 청빙 문화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더 큰 교회로…’의 야망을 실천한 담임목사와 ‘타 교회 목사 빼오기'라는 못된 관행은 빼앗긴 교회의 교인들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지난해 새문안교회로 청빙된 포항제일교회 이상학 목사의 경우는 이러한 청빙의 씁쓸한 예로 기억되고 있다.

포항제일교회 이상학 목사는 지난해 7월 9일 설교를 통해 5년여간의 사역을 정리하며 130년 전통의 새문안교회로 청빙되었음을 알렸다. 교인들은 7월 2일 새문안교회 청빙확정 소식을 언론을 통해 처음 접했으며, 일주일 후 “저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사명을 따라 떠납니다"라는 이상학 목사의 갑작스런 사임발표를 듣고 적잖은 충격과 배심감을 받았다. 모 교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물량주의, 성공주의를 비판하던 그가 교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더 큰교회로 간다는 데서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소위 ‘게릴라 청빙' 이란 용어로 불리는 뺏고 뺏기는 청빙의 관행은 지난 2013년 미주지역을 휩쓸기도 했다.

어바인지역 베델한인교회로 떠난 김한요 목사를 대신하기 위해 뉴욕퀸즈장로교회 박규성 목사를 청빙한 세리토스장로교회 사태가 그 한 예이다. 당시 손인식 목사를 대신해 김한요 목사를 청빙한 베델한인교회를 제외하곤 모든 교회들의 교인들은 ‘청빙'으로 인한 상처를 감출 수 없었다.

이러한 목회자의 ‘욕망'과 성장주의에 빠진 교회의 ‘열망'은 교회와 담임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현실 교회에 대한 실망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껍데기뿐인 청빙절차"

청빙과정의 형식적 절차에 대한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교단과 교회가 정한 절차는 지켰지만, 청빙의 중심에 있어야 할 교인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고 소수의 리더들 의해 청빙이 좌우되는 경우이다.

2013년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성남성결교회는 “북한처럼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세습이지 이렇게 절차를 밟아서 하는 것은 세습이 아니다"(2013.01.21 뉴스앤조이 ‘성남성결교회 만장일치로 세습결정')는 언급은 이러한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 절차만 지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성영락교회가 지난해 1월 8일 본당에서 담임목사 청빙 건으로 제직총회를 열었다 (미주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지난해 1월 김경진 목사를 면직한 후 명성교회 부목사로 재직중인 박은성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정한 나성영락교회 역시 이러한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나성영락교회는 2016년 12월 18일 당회를 통해 박은성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2월 31일에 다수의 장로들은 박은성 목사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으며, 교인들은 다음날인 2017년 1월 1일 신년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첫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1주일 후인 1월 8일 제직총회를 통해 박은성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한다. 당회 결정후 20여일 만에 마무리된 초고속 청빙이었다.  

당시 나성영락교회 한 교인은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데 한번 설교를 듣고 1주일 만에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성급하게 진행된 청빙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교인은 “박은성 목사 청빙 때 참석 제직 400명 중 반대표는 15표정도였다. 과거 김경진 목사 때에도 반대표는 3표 밖에 되지 않았다. 당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교인들이 별로 없었다"며 거수기로 전락한 교인들의 수동적 참여를 인정하기도 했다.

나성영락교회는 교단과 교회가 정한 청빙절차를 충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교인들의 의견을 듣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과연 얼마나 수행되었는지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완전한 청빙은 없다. 그러나…”

청빙은 교인들의 투표를 통해 목회자에게 공권력을 부여하는 사회적 계약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계약은 ‘민주주의’라는 개혁주의적 정신을 바탕으로 해야한다. 미국의 선진적 선거과정이나 지난해 한국의 대통령 선거과정만 보더라도 최소한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실천되는지는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적 과정이 한국/한인 교회에서 찾기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선한청지기교회의 송병주는 목사는 2016년 LA기윤실 주최로 열린 건강교회포럼에서 건강한 목회자 청빙은 ‘민주적 신본주의'를 통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송병주 목사는 “하나님의 원리는 주권 재민론에 있다. 신본주의의 반대말은 민주주의가 아닌 인본주의이다"고 정의하며 민주적 투표나 선거절차를 통한 청빙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적 청빙의 선행요건으로 🔺 ‘전임자 이임에 대한 명확한 문서화’, 🔺 ‘청빙 자문위원을 통한 청빙 원칙 설립’, 🔺 ‘세미나, 타교회 사례연구, 자체 설문조사 및 공청회 등을 통한 방향과 원칙 재정립’, 🔺 ‘공동의회 등을 통해 교인들이 원하는 목회자 선정에 대한 우선 순위 정립’ 등을 제시했다.

나성영락교회가 지난해 1월 8일 본당에서 담임목사 청빙 건으로 제직총회를 열었다 (미주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이러한 청빙절차를 가정 잘 구현했다고 보는 사례로 2016년 ANC온누리교회를 들 수 있다. 부산 호산나교회로 청빙되어 떠난 유진소 목사의 후임을 찾기 위해 7개월간 진행된 ANC온누리교회의 청빙과정은 교인들과 리더십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청빙의 훌륭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ANC온누리교회 청빙과정의 가장 눈여겨볼 부부은 리더십이 교인들과 소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점이다.

ANC온누리교회는 37명의 당회원들이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청빙위원회 외에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교인들과 리더십들을 향한 워크샵과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등 교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성 집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리더십으로 구성된 ‘카운슬’은 당회를 견제하고 청빙의 민주적 절차를 담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교인투표를 통해 ANC온누리교회 2대 담임목사로 선출된 김태형 목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교회들과 좀더 소통하기 위해 당회원들은 정말 회의스러울 정도로 회의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ANC온누리교회의 청빙 절차가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그러한 노력이 최고의 결과를 양산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교회 내부에서 조금씩 잡음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최고의 노력이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90년대 이후 사회적 신뢰를 잃은 교회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방향성은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송병주 목사는 이러한 청빙과정에 대해 “교회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류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가급적 다양한 세대를 대표하는 분들을 선출해, 그분들을 청빙에 관한 세미나를 통해 만들어 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교회 내에서 담론과 철학적 공유가 안되면 인기 정치인을 뽑는 것처럼 된다. 우리 교회가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한 후, 목회자의 색깔과 지향점을 찾아간다면 청빙과 관련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완전한 청빙은 없다. 또한, 민주적 청빙이 최고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교회와 교인들이 원하는 목회자 상을 찾아가는 청빙문화가 정착된다면 오늘날 명성교회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완벽은 없지만, 최선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어느덧 사회적 근심의 대상으로 전락한 한국/한인교회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한 방편으로 민주적 청빙문화의 정착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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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5459 2018-01-23 00:53:23
완벽한 청빙은 없다, 그러나...

kim5459 2018-01-23 00:49:41
완벽한 청빙은 없다, 그러나...

최악의 청빙 2018-01-17 10:40:43
전임 담임목사와의 암묵적 계약에 의해 30분 거리로 온 베델교회의 김한요 목사의 경우 전교회 성도들에게 지속적인 연락과 회유를 통해 교회를 옮길것을 종용하여왔다. 최악의 목사를 최악의 이유(전임 목사의 지위 보존과 사역 유지)를 위해 큰돈주고 데려온 장사치들.

Davis 2018-01-17 07:22:24
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현실 교회에 대한 실망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David 2018-01-17 07:18:08
뉴져지만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