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아이들 어떻게 양육해야할까?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아이들 어떻게 양육해야할까?
  • 신순규
  • 승인 2018.01.17 0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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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달란트를 찾아서

아홉 살에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인으로서 하버드와 MIT를 나온 후 월스트릿에서 공인재무분석사(CFA)로 활동하고 있는 신순규씨의 칼럼이다. 그는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일상의 기적』의 저자이기도 하다. JP 모건과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애널리스트의 이력뿐만 아니라 결혼 후 9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낳은 후 또 한국의 보육원에 살던 아이를 입양하여 돌보는 기적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신앙인이다. (편집자 주)

 

사진출처: 유투브 갈무리

 

나와 아내는 1995년 2월에 뉴욕 밀알선교단에서 만났다. 나는 안내견과 같이 다니던 시각장애인이었고, 그래이스는 밀알이 운영하고 있던 장애 아동을 위한 사랑의 교실에서 일하고 있던 봉사자였다.

 

가능성 넘어 맺어진 우리 커플

우리가 커플이 될 가능성은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희박했다. 하나는 그래이스가 생각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 때문이었다. 나를 만나기 전, 밀알 봉사자들 모임에서 이런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고 했다. 장애 아동들을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는 그들 중 과연 장애인과 결혼까지 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토론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유일하게, 그 것도 아주 공개적으로 자신 있게 장애인과의 결혼 가능성을 배제한 밀알 사람이 바로 그래이스였던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그럴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우리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것에 장애가 됬던 또 한 가지 이유 역시 그래이스에게 있었다. 여기서 그 때 나와 같이 다니던 안내견 빅 (Vic)에 대해서 잠깐 얘기할까 한다. 빅은 약 80 파운드쯤 되는 덩치 큰 옐로 래브라도 리트리버였다. 누구에게도 호감을 사는 잘 생기고 순한 친구였다. 특히 자매님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일이 잦아서 나에게 다가오는 자매님의 진심을 의심해야할 때가 많았다. 도대체 관심이 누구에게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대개는 내가 아닌 나의 금발버디에게 자매님들이 더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래이스만은 유난히 빅에게 관심이 없는 듯했다. 하물며 빅에 대해서 불평까지 했다. 왜 개털이 이렇게 날리냐면서 빅을 자주 빗겨주지 않은 나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것이 확실했다. 참 무례하단 생각을 했다.

나는 안다. 하나님은 유머센스가 강하신 분이란 것을. 절대 장애인과 결혼할 수 없다고 선언한 그래이스는, 장애인과도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몇 있었던 그 토론 참가자들 중 유일하게 장애인과 결혼했다. 나도, 빅을 좋아하면서 나에게도 관심을 보였던 자매님들도 있었지만, 유일하게 무례한 멘트로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그녀와 결혼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두 아이들과 함께 북부뉴저지 에서 지지고 볶고 살고 있다.

 

두 가지 방법으로 주신 아이들

우리는 유난히 아이들을 원했다. 결혼하기 전부터 엄마 아빠가 될 꿈에 들떠 있었다. 아무래도 아들 둘, 딸 둘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동의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유난히 아이를 늦게 보내주셨다. 그 것도 몇 년 동안의 불임치료와 다섯 번의 유산 후에, 입양을 결심하고 맨하탄 아파트에서 한 뉴저지 타운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후에, 길고 복잡한 입양서류 작성을 하고 있을 때, 그래이스가 처음으로 불임치료와 상관없이 임신을 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한 지 9년 만에, 2005년 4월에 그렇게 원했던 부모가 되었다. 사랑받는 아이, David라고 이름을 지었다. 나의 왼쪽 어깨를 베개로 하고 잠들던 아기, 두 돌 직후 나에게 자장가는 제발 그만 부르라고 부탁한 아들, 임신 중 우리가 했던 기도대로 해맑고 밝은 하나님의 사람이 이젠 앞을 못 보는 아빠에게 자연스럽게 오른쪽 팔을 내어주며 같이 걷는 12살 소년이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또 첫째가 동생이 되고, 둘째가 누나가 되는 기적을 우리에게 베풀어주셨다.

뉴저지 참빛교회의 황주 목사님과 나, 그리고 몇 분의 집사님들이 시작한 야나선교회는 한국 보육원에 사는 아이들에게 YANA "You Are Not Alone"이란 메시지를 현실적으로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일 중 하나는 보육원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유학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4월은 야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특별했다. 첫 야나 유학생이 우리에게 온 것이다. 그 때 당시 만 12살이었던 예진이는 살고 있던 보육원 선생님들이 추천한 첫 유학생이었다. 야나의 장학금을 받고 지원한 호스트 가정에서 사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달랐다. 입양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 단체 이름처럼 예진이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우리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이와 아주 오래, 하나님 뜻에 따라 같이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 같이 갈 결심을 했던 것이다.

 

이젠 부모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더 심각하게 생각할 때

David의 유아세례 때, 하나님께서 키우라고 보내주신 하나님의 아이를 하나님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양육하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리고 언젠가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해 연 세미나에서 듣게 된 말을 기억하고 있다.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꼭 해주어야하는 일은 부모 없이도 라이프를 해낼 수 있는 사람들 (people who can do life without parents)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조언이 내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또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분들이 많은 북부뉴저지에 살다보니 Korean-American subculture의 영향도 받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시키는 공부와 특별활동을 토대로 좋은 대학에 보내고, 일반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으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사람으로 양육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환경이 우리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올해 10학년이 된 예진이는 성실한 아이다. 다니고 있는 크리스찬 학교에서 honors curriculum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문학 클래식과 역사 그리고 철학 등을 복합하는 인문과목 (Humanities course)를 뜻밖에 즐기면서 이젠 제법 자기만의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잘 글로 표현하는 능력도 습득한 것 같다.

David는 7학년이 되면서 공부에 좀 관심을 갖는 듯하지만 자신은 아직 어려서 더 많이 놀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엄마의 간섭이 큰 몫을 하고 있어서인지 학교 성적은 좋은 편이다. 항상 그림을 그리느라 정신이 없다.

하나님께서 주신 아이의 달란트를 찾아내고 그 것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말, 그래서 하나님 나라에 큰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양육하자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아이가 갖고 있는 달란트가 무엇인 지, 그리고 그 달란트를 어디까지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소유하고 있는 지를 쉽게 판단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원을 어디까지 해주어야할 지, 아이가 별 열정을 보이지 않을 때 얼마큼 격려 또는 강요를 해야 할 지가 불투명하다.

 

예진이의 달란트를 찾아서

이번 9월 학기가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우는 예진이를 나의 집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좋아하는 recliner chair에 앉히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2시간 넘게 대화를 했다. 그 결과 나의 아이디어를 아이가 일단 받아드리기로 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예진이는 그 때 결정을 잘 한 것 같단 말을 한다. 제일 즐기는 과목을 포기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화가 있기까지의 스토리는 다음 칼럼에서 계속할까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무엇을 고집하셨는지, 내가 10학년이 되던 해에 선생님들과 양부모님이 무엇을 강요했는지, 그 때부터 나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전하면서 내가 왜 예진이를 설득하는 데에 그렇게 애를 썼는지 말하고 싶다. 다음 칼럼을 통해 독자님들께서는 어느 정도 나의 교육 배경과 커리어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인도해 오셨으며 그 경험에서 비롯된 기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아이들을 향한 나의 기도가 무엇인 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신순규 이사장 / YANA, 월스트릿 재무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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