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교회를 다녀야 하나요?
꼭 교회를 다녀야 하나요?
  • 권영석
  • 승인 2018.01.19 0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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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석의 복문단답] 신앙과 교회, 그리고 가나안 교인

Q. 꼭 교회를 다녀야 하나요? 교회가 이미 너무 세속화되었고 관계도 힘든데...

A "어쨌거나 교회는 다녀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부담감은 사실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있는 '정상적인' 부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교회와 신앙은 별개로 분리될 수 없으며, 신자와 교회 또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人間)이란 본래 관계적인 존재요, 신앙이란 [그] 관계를 회복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기에, '혼신'(혼자 신앙)은 가능성 여부를 떠나 개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혼신은 온전한 신앙이라 할 수가 없지요! 사실 인간의 단절된 관계 곧 인간 존재의 '소외' 내지 '고립'의 문제를 해결하고 결속하도록(religion <--- religare: to tie fast) 하시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오신 것이며, 그런 관계의 회복으로 탄생된 새로운 커뮤니티가 바로 교회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소위 "가나안" [교회] 교인이란 생뚱맞은 발상은 '탈인간화'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서 교회마저 덩달아 탈인간적 시스템을 장착하고 최적화되거나 나아가서 한 수 더 뜨는 생뚱맞은 현실에 대항하여 나름 혼자 신앙이라도 지키기 위해 생겨난 방어기제라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비상시국'에 불가불 반동적으로 출몰한 돌연변이 현상이 아닐까요?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난민' 신세로 내몰린 그리스도인들의 '셸터'로서, 그리고 교회답지 못한 처치-시스템을 향한 경종의 신호탄으로서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처방이어야지 교회의 본질적인 위상이나 실재를 오히려 부인하고 합리화하려는 도피기제로 오남용하게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그리스도께서 가져오신 구원의 은총을 드러내고 고양하기 위해 이 땅에 남겨두신 '천상적 커뮤니티'의 [유일한] 실재를 도리어 부인하고 폄훼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흠결이 많지만, 주님의 교회는 온전하며, 우리 교회는 불안정하지만 주님의 교회는 세상 끝까지 영원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신자 개개인이 바로 교회를 형성하는 주체인데, 교회를 '다닌다' 내지 '나간다'고 하면 교회의 주인이 별도로 있다는 얘기인데, 대체 교회의 주인은 누구란 말이며, '남의 교회'에 나가주는 나는 누구란 말입니까? 처치-시스템의 왜곡과 타락은 대부분의 경우 성공주의의 늪에 빠진 목회자들의 허황하고 무모한 야심에 기인하지만, 성도들의 무사안일 내지는 방관자적 태도와 교회에 대한 천박한 상업주의적 프레임 또한 그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교회의 세속화란 신자 개인의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1)지금 소속한(출석이 아니라) 교회가 아직 개혁의 여지가 남아 있다면 그 안에서 개혁의 책임을 감당하십시오. 왜냐하면 그 교회의 세속화에 여러분 자신도 일정 부분 기여했으며, 개혁의 책임 역시 여러분에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교회의 세속화가 도를 넘었다면, 지체없이 커밍아웃하고 '가나안'이 되십시오. 교회의 세속화를 더 이상 방치 내지 방조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주님의 교회'를 더욱 무시하고 욕보이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다음 다른 신자/가나안들과 더불어 새로운 교회를 세워 나가는 일에 적극 가담하십시오.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신실하고 '용기있는' 신앙인들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연대와 결속(이런 연대와 결속이 바로 교회임)에 의해 이 땅에 겨자씨처럼 강력하게 임할 것입니다(교파니 교단이니 하는 조직들도 본래는 이런 교회의 존재-이유에 기반하여 본질적인 사명을 더 잘 감당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세속화의 임계점을 지나면서 주객이 전도되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개혁을 '무한개혁'<semper reformanda>으로 바꾸어 읽기도 했던 것이구요).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위하여 건투를 빌며 승리를 기원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를 차별하지 않으시고 다 '하나님의 [한] 가족'으로 부르셨으며, 지금도 아니 언제까지나 당신 자신의 몸처럼 붙들고 계십니다.

[사족: 아직 교회에 소속하지(예배 출석이 아니라) 않았다면, 먼저 교회에 속하십시오. 주님은 우리 자신을 교회로 삼으신 것이지, 우리 개개인과 상관 없이 [따로] 교회를 운영하시면서 우리들은 거기에 그저 머릿 수를 채우면 되는 관객이나 심부름꾼 정도로 부르신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제발 더 이상 남의 교회에 '나가 주는' 식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 교회가 되십시오. 바로 이를 위해 우리 주님께서는 당신의 이름("그리스도")을 친히 우리에게 주셔서("그리스도인") 주님의 몸된 교회를 삼으셨으며, 하나님 나라 복음의 비밀을 향유하고 전수할 책임을 우리에게 맡기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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